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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Jan 08. 2024

생리통으로 불편할 때, 생리통약

불편함은 덜고 생각은 다르게 해보기

서윤아, 여덟 번째 생일을 맞은 걸 축하해. 이제 만 나이로 여덟 살이라니, 많이 컸네. 이제 4~5년이 지나면 서윤이도 사춘기가 시작될 테고, '생리'라는 걸 시작하게 될 거야.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말야. 엄마는 5학년 무렵부터 몸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다가 6학년 때 첫 생리를 시작했어. 그전에 수없이 읽었던 '사춘기 소녀 성장만화'에서 본 것처럼 '곧 나도 그런 일을 겪겠구나'라고 생각하곤 했기 때문에, 생리라는 걸 처음 겪었을 때 막 엄청나게 놀라지는 않았어. 하지만 아직도 엄마가 그 일을 엄마의 엄마에게 말하던 장면, 속옷의 색깔, 그 시간대까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첫 생리는 역시 인생의 강렬한 기억 중 하나가 맞는가 봐.


생리는 대체 뭐고 우리는 왜 생리를 할까? 간단하게 말하면 우리 몸은 한 달에 한 번씩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서 난소에서 난자를 하나씩 꺼내. 그 때 우리 자궁 내부에서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을 대비해 부드럽고 푹신하게 미리 준비를 해 놓지. 그런데 임신이 되지 않으면 이렇게 준비해놓은 자궁 내막이 무너져서 떨어져 몸밖으로 나오는데, 이게 생리야. 그러니 생리를 하면 생식기에서 피와 점막이 흘러나온다는 걸 의미하지. 난소와 뇌하수체가 힘을 합해 네 가지 호르몬이 돌아가며 나오면서 생리 '주기'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주기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28일 정도야. (호르몬 이름과 역할은 너무 길고 어려우니 생략할게) 그러니까 네가 생리를 시작한다면 너의 몸이 이제 생물학적으로 아기를 가질 수 있는 시기, 즉 가임기에 들어섰다는 걸 뜻해. (물론 우리는 사회에서 역할을 해야 하니, 생물학적으로 임신이 가능다고 해서 무작정 임신하고 출산을 하지는 않지)     


생리에 대한 '생물학적인 설명'은 호르몬 변화로 설명해야 하지. 네 가지 호르몬이 서로 영향을 주며 생리 기간을 만든단다.(출처=위키백과)


자궁과 난소를 가진 여성들은 이렇게 평생에 걸쳐 평균 40년 동안 약 500회 정도 생리를 한다고 해. 생리 기간은 보통 2일~5일 정도지.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생리 기간 동안은 조금 다른 일상을 살게 돼. 먼저 몸 밖으로 흘러나오는 생리혈을 처리할 생리용품을 사용해야 해. 그리고 기분이  우울해지고, 몸이 붓고, 배와 허리가 아픈 생리통을 겪는단다. 거의 모든 여성이 생리통을 겪는다고 하는데, 어떤 경우는 업무나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한 사람들도 있어. (생리통이 없는 사람은 엄마는 아직껏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행운을 타고났다고 말해줄거야.)    


생리통은 우리 모두가 겪는 문제라고 볼 수 있지.(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생리통은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원발성 생리통과 속발성 생리통이란다. 먼저 원발성 생리통은 다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생리 시작 전 또는 직후에 2~3일간 나타나는 보통의 생리통이야. 그리 속발성 생리통은 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생리통이 있는 경우인데,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염증 등 질환이 있어서 겪는 생리통이지. 속발성 생리통이 있는 경우에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생리통은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나눌 수 있지. (출처=대웅제약뉴스룸)


속발성 생리통처럼 특정한 질환 때문에 생리통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여성들이 겪는 생리통은 원발성 생리통이야. 사람마다 증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많이들 경험하는 건 아랫배가 당기듯 아프고 소위 '밑이 빠질 것 같은' 고통이지. 생리통은 보통 생리가 시작하고 둘째날에 가장 심하고 보통 2~3일간 지속된단다.      


생리통은 대체 왜 생기는 걸까? 생리통이 생기는 이유는 생리 기간 동안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우리 몸에서 분비되기 때문이야. (어디서 들어 본 말이지? 맞아. 해열제 설명하면서 얘기한 적이 있어. 우리 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들을 없애기 위한 전투가 일어났을 때, 몸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열도 나게 하는 바로 그 녀석이야) 생리 기간에는 침입자 때문에 아니라 호르몬 변화 때문에 프로스타글란딘이 나오지. 몸에 프로스타글란딘 농도가 높아지면 염증 반응이 나타나고 근육이 수축해서 통증이 생겨. 자궁 근육이 수축해서 아랫배에 통증이 생길 뿐만 아니라, 근육통, 허리통, 두통이 함께 올 수 있어.


생리통은 프로스타글란딘이 나오기 때문에 생기지. (출처=로벤의원)

     

생리통이 생기는 이유가 프로스타글란딘 때문이라면, 이번에도 이 녀석이 생기는 걸 막아주면 되겠지? 맞아. 그런데 생리통만을 위한 약이 따로 있는 건 아니야. 생리통도 역시 '통증'이기 때문에, 진통제 성분을 복용해서 통증을 멎게 하는 거지. 진통제 성분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엔세이드’(NSAIDs) 계열의 성분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있지. '엔세이드'는 한 가지 성분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성분을 통틀어서 말하는 이름인데, 대표적인 엔세이드 성분으로는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나프록센 성분이 있지.(어? 해열제 설명했을 때 나왔던 성분들이네? 맞아. 해열제 성분이 진통제 역할도 하는 거야) 엔세이드 게열의 성분들과,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모두 프로스타글란딘을 억제하지만, 어디서 일하는지가 조금 달라.           


먼저 엔세이드 성분은 '말초조직', 그러니까 몸의 각 부분에서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그래서 염증을 없애 주는 효과가 좋단다. 생리통이 자궁에서 일어나는 염증 반응 때문에 일러나는 통증이기 때문에, 생리통으로 아플 때는 엔세이드 성분을 많이 써. 생리가 시작되기 하루이틀 전에 미리 복용하면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미리 억제하기 때문에 생리통에 효과를 볼 수 있지. 다만 엔세이드 성분은 위장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식후에 복용해야 해.     


타이레놀 성분도 프로스타글란딘 생성 억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일하는 장소가 조금 다르단다. 주로 중추신경계, 그러니까 뇌와 척수에서 주로 일해. 그러니 염증이 일어나는 몸의 각 부분에서 일하는 엔세이드보다 염증 억제 효과는 덜하지. 하지만 엔세이드 성분 때문에 위장이 속쓰림이 있을 수 있는데, 이 때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을 복용하는 것으로 생리통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엔세이드 성분은 위장 장애 때문에 식후에 복용해야 하는 반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식사와 관계없이도 복용할 수 있지.      


이렇게 진통제 성분이 들어있는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생리통을 다스릴 수 있는데, 증상에 따라 다른 성분이 추가된 약을 쓰기도 해. 생리통은 배 아픈 것 말고도 다른 중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야. 예를 들면 생리 중에 몸이 붓는 경우, 특히 아랫배가 많이 부풀어 불편하다면, 이뇨 작용을 해서 부기를 없애 주는 ‘파마브롬’ 성분이 추가된 약을 쓸 수 있어. 그리고 아랫배가 특히 쥐어짜듯이 아픈 '경련성 통증'이 심하면 진경제 성분인 ‘부틸스코폴라민’ 성분이 추가된 약을 쓸 수 있지. 또 '카페인무수물'(그러니까 커피에 많이 들어 있는 그 카페인 성분)을 함유한 진통제도 있단다.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서 약의 흡수를 돕고 이뇨효과가 있어 붓는 증상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 하지만 만약 카페인에 예민해서 커피조차 못 마신다면, 카페인 성분이 들어 있는 진통제는 피해야겠지? 약국에서 생리통 약을 살 때 내 증상의 특징을 이야기하면 그에 맞는 생리통 약을 추천받을 수 있어.     


간혹 어떤 사람들은 생리통에 진통제를 쓰다 보면 나중에 내성이 생겨 약이 듣지 않을까 봐 고통을 참는 경우도 봤어. 그런데 약국에서 파는 생리통 약으로는 내성이 생기지 않아. 그러니 자궁근종 등 다른 여성 질병으로 인해 통증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진통제를 써서 통증을 줄여 주는 게 좋지. 생리통으로 인해 아픈 건 참지 말고, 용법과 용량을 잘 지켜 진통제를 복용해서 불편함은 최대한 덜고 살 어떨까?


아,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생리통으로 인해 피임제를 복용하기도 한단다. 피임제를 복용하면, 배란이 억제되고 프로스타글란딘 수치가 감소되기 때문에 생리통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지.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생리량이 너무 많은 경우에도 피임약 복용이 도움이 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서 생리통이 심한 경우에 피임약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다만 피임약은 혈전을 증가시키고 간 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리통을 치료하기 위해 피임약을 복용하려고 한다면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해.          




생리를 하는 게 불편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기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가 학생이었을 때 생리로 인해 불편함을 겪을 때마다 '왜 나는 여자로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단다. 생리통으로 인한 고통 외에도, 생리가 샐까 봐, 누군가 내 생리대를 볼까봐, 생리대가 부족할까봐 생리 기간 동안 고민과 불안함이 계속되니까. 게다가 그런 불편함을 수십 년 동안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신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했어. 생리가 없었다면 공부도 운동도 훨씬 더 자유롭게 했을 텐데 말야. '생리를 하면 아기를 낳을 수 있어'라는 생물학적인 설명도, '생리하는 내 몸은 귀하고 소중해' 같은 축복(?)의 말도, 생리통으로 겪는 고통 앞에서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어. 평생 동안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축복이 어떻게 고통으로 올 수가 있냔 말야. 그냥 모든 게 모순이라고만 느꼈지.     


그런데 엄마가 몇 년 전 넷플릭스에서 <거꾸로 가는 남자>라는 영화를 보고 문득 깨달은 게 있었어. 그 영화는 남자와 여자의 소위 '사회적 역할'이 바뀐 세상을 살게 된 남자의 이야기야. 영화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주인공 남자가 새로 취직한 회사에서 상사와 면담을 갖는 장면이야. 남자가 여성 상사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을 무심코 집어 만지는데, 상사가 “아, 그건 내 생리용품이야. 양이 좀 많아서 큰 걸 사용하지”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모습이 나와. 엄마는 그걸 보면서, 아, 생리하는 게 인간의 “기본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세상은 저런 모습이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어. 생리용품을 자연스럽게 꺼내 놓고, 생리 양이 많은 걸 자랑하는 세상. 그래, 맞아. 달마다 생리를 하는 게 불편하고 이상한 게 아니라, 인간의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면 우리가 항상 몸이 편한 상태로만 살진 않잖아. 사춘기가 되면 겪는 여드름, 키가 크면서 겪는 성장통, 더 나이들어 겪는 관절통처럼, 우리가 일생을 살면서 주기적으로 겪는 신체 이벤트 중 하나라고 여기는 거지. 몸에서 피가 나오고, 기분은 좀 가라앉고, 통증이 동반되는 그 상태가 어찌 보면 ‘당연한’ 거야. 불편함이 있지만 감수하고, 또 너무 불편하면 원인을 찾기 위해 진료받고, 또 새로 출시되는 생리용품이나 생리통약도 사용해 보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지. 이게 인간의 ‘디폴트(기본값)’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생리가 막 즐겁고 신나고 기대되는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숨겨야 할 일이라거나 남들과 달라서 내가 불이익을 겪는다거나 하는 생각은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우리가 먹는 생리통약도 증상에 따라 선택할 수 있고 부작용이 덜하도록 더 발전해 오고 있지. 그러니 우리는 전보다 좀 덜 불편하게(완전히 편할 순 없지만) 생리 라이프를 보낼 거라고 기대할 수 있어. 다만 해열제가 그렇듯, 진통제 역시 생리통을 근본적으로 없애주는 약은 아니야. 해열제가 급한 불을 일단 꺼주는 것처럼, 생리통약 역시 ‘일단’ 통증을 줄여 주어서 우리가 더 일상에 집중하고 활력을 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거지.  


생리할 때의 가라앉은 기분과 어딘가 찝찝하고 불안한 기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통증만은 가볍게 해 주는 진통제가 있으니, 생리통은 "겪을 수 있지만 얼마든지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문제" 정도로 생각하고 지내면 어떨까? 그리고 생리 라이프를 슬기롭게 보내려면, 어떤 생리용품이 좋은지, 어떤 방법이 가라앉은 기분을 낫게 하는지 네가 직접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봐야만 할 거야. 참고로 엄마는 한 번씩 실컷 울어 주면 우울감이 해소되고, 진통제를 미리 좀 챙겨 놓으면 한결 안심이 되더라고. 아, 그리고 달콤하고 폭신한 초코 디저트도 잊으면 안 돼.


생리는 그냥 생리일 뿐.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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