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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Jan 15. 2024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백신 두 번째 이야기

'잘 이기는 몸' 만들기는 계속된다.

서윤아, 엄마가 전에 ‘백신' 얘기했던 것 기억나? 우리 몸을 호시탐탐 노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무척 많은데, 여기에 대항할 수 있게 면역 세포들을 미리 연습시키려고 맞는 주사지. 우리 몸에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 세포들이 침입자와 어떤 방법으로 싸워야 할지 연습하고 기억한단다. 그래서 다음 번에 같은 침입자를 만나면, 훨씬 빠르고 효과적으로 물리칠 수 있어. 백신 주사를 맞는 걸 ‘예방접종’이라고 하고. 예방접종을 통해 우리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백신은 아픈 걸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미리 맞는 주사라고 설명했지.     


백신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접종 시기나 간격도 다양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질병관리청에서는 <표준예방접종 일정표>에 따라 백신을 접종하도록 하고 . 특히 어릴 때부터 면역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나라에서 정한 백신을 정해진 시기에 접종받도록 하고 있단다. 당연히 서윤이도 아기 때부터 빠짐없이 백신을 접종해 왔어.     


아기 때 몇 개월에 한 번씩 소아과 병원에 가서 예방주사를 맞았는데, 혹시 그 기억이 나려나? 아무래도 좀 가물가물할 거야. 왜냐하면 그동안 백신 접종이 조금 뜸했거든.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필요한 예방접종을 모두 마쳤고, 이제 매년 겨울 되기 전에 독감 예방접종으로만 백신을 만나니까. 그런데 앞으로 5학년 정도가 되면, 다시 몇 번의 예방접종이 기다리고 있단다. 엄마가 이번에 이야기하려는 백신은, 이 <표준예방접종 일정표>의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HPV 백신’이야.     


맨 오른쪽 밑에서 두 번째줄에  'HPV 1~2차' 보이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면 서윤이도 HPV 백신을 접종하게 될 거야. (출처=질병관리청)


HPV 백신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백신이야. HPV에 감염되면 감염된 사람의 피부가 젖꼭지(유두, 乳頭) 모양의 돌기가 생기는 특징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야. HPV 백신은 바이러스 유사입자(virus-like particle, VLP)를 가지고 만든단다. 먼저 백신 이야기할 때 말한 ‘사백신’, 즉 ‘불활성화 백신’ 기억나려나? HPV 백신도 여기 해당해. 그래서 바이러스 감염은 일으키지 않으면서 우리 몸이 미리 HPV에 대해 싸워 보는 '연습'되지.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높은데, 감염돼도 대부분은 증상이 없고 12~24개월 이내에 자연 소멸돼. 하지만 감염된 사람 중 3~10%는 지속적으로 감염되고, 그러면 수년에서 수십년 후에 '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특히 자궁경부암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적 접촉에 의해서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일찍 성관계를 시작했거나 성관계 상대가 여러 명인 경우 등 성적인 접촉이 다양하고 많을 경우에 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지. 인유두종바이러스 세부 종류가 하도 많다 보니 번호를 붙여 부르는데,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16형과 18형이란다. 70% 이상의 자궁경부암에서 16형과 18형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발견된다고 해. 그 외에도 31, 33, 35, 39, 45, 52, 58, 68형도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지.


그런데 자궁경부는 뭐고 자궁경부암은 뭘까? 우리 몸 안에 있는 ‘자궁’은 들어본 적이 있지? 여성의 몸 안에 위치해서 생식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기관이지. 자궁은 몸 부분(체부)과 질로 연결되는 목 부분(경부)로 나뉘는데, 자궁경부암은 자궁의 목 부분인 '자궁경부'에 발생하는 암을 말해. 인유두종바이러스가 자궁경부에서 증식하면 정상 세포가 서서히 암세포로 바뀌는 거야.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암이 발생하는 건 아니고, 정상세포가 변형돼서 '이형세포'가 되는데, 이 이형세포가 다시 완전한 암세포가 돼서 자궁경부암으로 진행되기까지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려.  


그러니 미리 HPV 백신을 접종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고, 1년에 1-2회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 암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중요해. 예방을 위해 노력하면 현재 알려진 암 중에서 거의 100% 예방이 가능한 암이지.

여성의 몸 안에 있는 자궁은 이렇게 생겼어. '자궁경부'는 자궁 '목 부분'이라는 뜻이지. (출처=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

        

이렇게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백신 예방접종을 통해 암을 예방할 수가 있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것으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워낙 커서 그동안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불렀지만, 정확히는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이라고 부르는 게 맞아.


앞에서 말했듯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세부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그 중 암을 일으키는 것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현재까지 세 종류가 있어. 예방할 수 있는 바이러스 세부 종류 갯수에 따라 2가, 4가, 9가 백신이 있지. (2[까], 4[까], 9[까]라고 읽지!) 각각 2가지, 4가지, 9가지 바이러스 세부 종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야.


앞서 말한 것처럼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성적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경험이 없을 때 맞는 것이 가장 예방 효과가 크다고 해. 다만 한 번만 접종해서는 면역력을 완전히 가질 수가 없기 때문에, 2회 또는 3회를 접종해야 한단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적은 횟수를 접종하는 것으로도 면역을 갖는 효과가 크지. 아래 표에서처럼, 15세가 되기 전(가다실 4가는 14세가 되기 전)에 접종한다면 2회 접종으로 마칠 수 있어. 하지만 그 연령대를 벗어나서 접종한다면 3회에 걸쳐 접종해야 하지. 만약 3회 접종을 할 경우 백신마다 투여 기간이 조금 다른데, 2가 백신은 첫 접종일으로부터 1개월, 6개월인 반면, 4가와 9가 백신의 경우 첫 접종일으로부터 2개월, 6개월 시점에 접종해야 하지.

   

HPV 백신 종류와 접종연령, 접종간격은 위 표와 같아. (출처=헬스경향)


우리나라에서는 HPV 백신을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대상으로 지정해서 지원하고 있지. 현재까지 지원 대상은 12~17세 여성 청소년, 그리고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이야. HPV 백신은 세 종류가 있지만,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백신은, 2가 백신과 4가 백신이란다. 아홉 가지를 예방할 수 있는 9가 백신은 지원 대상이 아니라서, 만약 9가 백신을 접종하고 싶다면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접종해야 하지. 만약 지원 대상 연령대가 아닌 여성이거나, 남성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접종해야 해.     


HPV 백신은 아직까지도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알려져 있어서, '여성용 백신'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지. 하지만 HPV 바이러스는 여성과 남성을 가리지 않고 감염될 수 있어. 남성의 경우 HPV에 감염되면 생식기 사마귀, 음경암, 항문암 등에 걸릴 수 있지. 그래서 남성과 여성 모두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 암을 예방하는 것 외에도, 바이러스로 인한 다양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라면 반드시 접종해야겠지?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아직까지 국가예방접종 지원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남성도 예방접종을 통해 면역력을 가지면 암을 비롯한 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니 반드시 접종하는 게 좋아. 남성이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접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면역력을 높여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말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백신이니 앞으로 그 효용성을 연구해서 지원사업 대상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란다.     


그리고 많은 백신이 그런 것처럼, HPV 바이러스 백신 또한 접종 후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어.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접종 부위의 통증과 부어오름 등이고, 대부분은 수일 내에 회복된다고 해. 하지만 몇 년 전 일본에서 있었던 부작용 사례가 알려져서, 우리나라에서도 과연 HPV 백신을 맞아도 안전한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 하지만 그 부작용은 백신과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결론이 내려졌단다. WHO에서는 전 세계에서 수집된 백신 관련 안전성 정보를 분석해 HPV 백신 접종을 중단할 만큼의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어.




점점 삶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 점점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될 거야.

서윤이도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살면서 혹시 겪을지도 모를 HPV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접종받게 될 거야. 그리고 높은 확률로 백신 이상반응이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접종받게 되겠. 이상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서윤이도 완전히 0%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HPV 백신을 맞았을 때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면역을 갖게 되고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유익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우리는 백신을 접종하는 결정을 하게 될 거야.  


우리가 살면서도 이렇게 ‘위험’과 ‘이득’을 따져 결정해야 할 때가 많단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결정은, 완전히 좋거나 완전히 나쁜 결정인 경우는 많이 없거든. 그럴 땐 위험이 더 클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클지를 잘 따져봐야 해. 백신의 경우도 그렇지. 이상사례가 있을 수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했을 때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많은 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게 내게도 이득일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결정할 수 있지.  

         

어쩌면 이런 결정이 항상 100% 맞지 않을지도 몰라. 우리가 하는 결정의 결과가 늘 ‘좋음’ 아니면 ‘나쁨’이라면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쉽겠니? 하지만 점점 나이를 먹어 갈수록 어떤 결정의 결과가 완전히 어느 한 쪽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 게다가 직접 내린 결정의 결과는 항상  몫이 된단다. 그런 결정은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결정보다 더 어려울지도 몰라. 하지만 점점 삶의 경험이 쌓이게 되면, 점점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될 거야. 수많은 접종 사례를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HPV 백신처럼 말야. 서윤이가 '잘 이기는 몸'을 갖게 하기 위해서, 엄마는 앞으로 좋은 결정만을 해야 되겠지. 그리고 그런 결정 중 하나는, 때가 되었을 때 HPV 백신 접종 시기와 간격을 놓치지 않는 것이 될 거야.


잘 이기는 몸을 가지려면 제때 하는 백신 예방접종이 중요하지!


출처:

1)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2) 대한산부인과학회 의학정보, 자궁경부암의 발생

3) 헬스조선, 예방 가능한 자궁경부암, 여전히 여성 암 5위인 까닭, 2023.5.17.

4) 의협신문, ‘남성 HPV 백신’ 무료접종 속도... 政, 효용성 연구 재추진. 2023.5.9.

5) 질병관리청 예방접종 정보, HPV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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