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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Jan 22. 2024

체중을 조절할 때, 비만치료제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서윤아, 새해가 된 지도 벌써 보름이 넘게 지났어. 엄마는 새해를 맞이해 새해 목표와 계획을 세웠지. 사실 작년하고 크게 달라진 건 없어. 작년에도 하던 걸 꾸준히 계속하는 게 엄마의 올해 목표야. 그중에는 ‘영어 공부’와 ‘체중 감량’도 빠지지 않고 들어 있단다. 엄마처럼 새해 계획을 세우는 다른 사람들도 영어 공부와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사람들이 다들 새해 목표와 계획을 세우지만, 꾸준히 지속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지. 엄마도 어른이 되고부터 늘 새해 계획을 세우는데, 내용은 늘 비슷해. 왜 작년하고 올해 목표가 같을까? 원하는 모습이 되는 게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새해 첫날에는 ‘올해는 뭔가 달라지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며칠 못 가 의지력은 곧 바닥나곤 하지.

특히 ‘살을 빼서 날씬해지고 싶다’는 새해 목표의 단골 메뉴야. 살 빼는 방법은 사실 간단해. 몸에 좋은 음식을 적당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거지. 그렇게 정석대로 하면 시간이 좀 걸리고 인내심이 필요해도 살은 건강하게 빠져. 또 그 습관을 평생 유지하면 되지. 하지만 요즘같이 ‘맛있는 음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에, 실컷 먹고 싶은 욕구를 참기란 늘 어렵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그래. 특히 엄마처럼 워킹맘이라면 퇴근 후 집에서도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서윤이를 돌봐야 하니까, 저녁에 이것저것 하다 보면 쉽게 지치곤 하지. 그러니 근육을 골고루 키우고 체지방을 태우는 운동을 지속하기가 쉽지 않아. 그러니 가끔은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운동을 하지 않고도 날씬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해. 특히나 ‘마른 몸매’가 워너비인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많이들 그런 생각을 하지.


그래서 요즘 핫한 이슈가 '살 빼는 약'이야. 약으로 살을 뺀다는 건, 늘 관심을 많이 받는 주제지. 그런데 이 주제가 최근에 더 핫해진 건, 새로운 약이 나왔기 때문이야. 외국의 유명한 사업가와 연예인이 이 약으로 살 빠지는 효과를 봤다고 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어. 우리나라도 예외일 순 없지. 그 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엄마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래. 약으로 살을 뺀다고? 그럼 약만 으면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운동 안 하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걸까? 안타깝게도 그건 그렇지가 않아. 그래서 엄마가 오늘은 살 빼는 약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해.

'살 빼는 약'비만을 치료하는 '비만치료제'야. 의학적인 비만은 단순히 '몸에 군살이 좀 붙었다'는 것과는 달라. 비만은 병으로 여겨질 만큼 체중과 체지방이 과다하게 증가한 상태를 말해.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비만을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는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지방 축적 상태’라고 하는데,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하지. 세계적으로 비만 환자 수가 늘고 있는데, 2020년에는 세계 인구 중 38%가 BMI 30 이상인 비만이고 앞으로 계속 늘어나 2035년에는 51%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BMI 25 이상인 성인 비율이 2007년에는 31.7%였지만 2015년 33.2%로 증가했고 2020년에는 38,3%로 크게 증가했고, 2022년에는 37.2% 수준이지. 우리나라 성인의 비만도 이제는 관리해야 할 질환이 된 거야.




비만의 문제는 다만 몸이 살쪄서 보기 싫다는 데 그치지 않아. 여러 가지 다른 병을 유발하거든. 비만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관상동맥질환은 1.5~2배, 고혈압은 2.5~4배, 당뇨병은 5~13배 더 발생 위험이 높다고 해. 어른 뿐만 아니라 어린이 비만은 더 문제인데, 어렸을 때 살이 찌면 지방세포 수 자체가 늘어나고 크기도 커져서, 75% 이상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해. 더구나 고혈압, 당뇨병 뿐만 아니라 성조숙증, 그러니까 제때 나타나야 할 몸의 변화가 원래보다 일찍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크지. 성인보다 더 질병이 발생할 위험이 크고 어른이 되어서까지 계속 비만할 가능성이 커서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 행동치료, 식사치료, 운동치료가 그것이지. 그리고 이런 방법으로도 충분히 체중 감량이 어려운 경우, 보조적으로 약을 사용하지. 대한비만학회에서는 '체질량지수(kg/m2)가 25kg/m2인 환자들이 약을 쓰지 않았을 때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에 약으로 치료하는 것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어.

그래서 살을 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비만치료제 쓰는 것을 가장 먼저 고려해선 안 돼.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으려면 먼저 생활 습관 교정 등 약을 사용하지 않는 치료를  3~6개월 먼저 시도해 봐야 해. 그래도 10% 이상 체중 감소가 없었다면, 주치의와 상담하고 나서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어.

그리고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더라도, '정상 체중으로 돌아가겠다'가 아니라, 5~10%의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해야 해. 그만큼만 감량하는 것으로도 비만에서 유래하는 질환이 발생하는 걸 감소시킬 수 있거든.

그렇다면 비만을 치료하기 위한 비만치료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비만치료제는 작용 기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식욕억제제’와 ‘지방분해효소억제제’, 그리고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ucagon like peptide-1, GLP-1) 유사체'가 있지.

먼저 식욕억제제는 뇌에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의 작용을 늘려 식욕을 억제하는 약이야.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부프로피온+날트렉손 같은 성분을 말하지. 부프로피온+날트렉손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해. 향정신성의약품은 정신적 의존성이나 내성을 일으킬 수 있는 우려가 커서, 2개월 이내로 짧게 사용해야 하지.


식욕억제제 중 '펜터민'은 오남용 문제가 특히 심각한 향정신성의약품이야. 신중하게 사용해야만 해. (출처=경찰청 블로그)


그리고 ‘지방분해효소억제제’는 음식으로 몸에 들어온 지방이 분해돼 몸에 흡수되는 것을 방해해서 지방이 몸에 쌓이는 것을 막고, 지방이 몸 밖으로 나가도록 해 주지. 지방분해효소억제제로는 ‘오르리스타트’ 성분이 대표적이야. 1999년에 세계 최초로 비만치료제로 허가된 약이기도 해. 식사와 함께 또는 식사 후 1시간 이내에 복용해. 이 약을 복용하면 흡수되지 않은 지방이 변으로 나오는 현상이 있고, 복부팽만,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위에서 말한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와는 다르게 장기간 복용할 수 있어. 다만 이 지방분해효소억제제의 경우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식습관과는 잘 맞지 않고, 지방변 등 이상반응이 많아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지.


오르리스타트 제제는 지방이 몸에 흡수되는 걸 막지. 그래서 기름 많은 음식을 먹으면 무려 '기름똥'을 싼다는 불편함이 있어. (출처=데일리팜)


마지막으로 'GLP-1 유사체'가 있어. 위에서 말했듯 새로 개발돼 나와 요즘 화제가 되는 약이야. 성분명으로는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두 가지가 있어. GLP-1은 glucagon like peptide, 즉 글루카곤과 유사하게 일하는 펩타이드를 말해. 음식을 섭취하면 위장관 내 회장과 대장의 L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incretin,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호르몬)의 일종이야. 원래 GLP-1은 혈중 반감기가 짧아 약으로 사용되기 어려웠는데, 여러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체내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 약으로 만들었지.

최근에 화제가 된 GLP-1 유사체 약은 이렇게 스스로 투약할 수 있도록 펜처럼 생긴 주사제야. (출처=청년의사)


사실 GLP-1 유사체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야.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는 늘리고 글루카곤 분비는 줄여서 혈당을 내려주거든. 그런데 여기에 더해서 위에서 음식물 통과를 지연시키고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해 복합적으로 혈당 조절에 관여하지. 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좋게 만들어서 우리 몸이 인슐린에 더 잘 반응할 수 있게도 해. 다시 말해 우리 몸의 호르몬 체계를 체중이 줄어드는 데 유리하게 바꾸는 거지. 그러면 식욕을 낮추고 소화 속도를 늦춰 궁극적으로 비만을 치료하게 돼.


물론 체중을 감량한다고 해서 아무나 투여할 순 없고 체질량지수 30kg/m2 이상인 비만 환자나 이상혈당증과 같은 체중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되는 약이야. 그리고 GLP-1 유사체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위장 장애가 있단다. 위장관 운동을 저해해서 식욕을 억제하기 때문에 구토, 변비, 복통, 소화불량 등이 나타날 수 있지.

비만치료제, 특히 최근에는 GLP-1 유사체가 전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야. 실제로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도 관심을 갖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관심을 지. 외모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더 그래. 값싸고 손쉽게 접하는 열량 높은 음식들이 많아 살찌긴 매우 쉽지만, 각종 대중 매체에서 말랐다 싶을 정도로 날씬한 사람만을 보여 주고 그들을 선망하게 만들잖아. 이런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이 비만치료제 열풍에 한몫 하는 것 같아.


특히 외모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은 더 살을 빼고 싶어하지. 이미 정상 체중이고 한창 자라야 하는 경우에도 말이야. 엄마는 아직 열 살도 안된 서윤이조차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서 ‘나는 살이 너무 쪘어’, ‘살을 빼야 해’ 같은 말을 해서 깜짝 놀랐어. 세태가 이렇다 보니, '살빼는 약'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마법의 약처럼 생각되기도 .

하지만 살빼는 약을 평생 투여할 순 없고, 효과를 보더라도 언젠가는 약을 중단할 때가 오지. 그래서 비만치료제를 써서 체중을 줄였더라도, 결국은 약을 쓰지 않고 생활 습관을 개선해 적정한 체중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숙제로 남는 거야.

살을 빼고 유지한다는 건 바짝 하고 그만두단기간 다이어트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우리 몸의 '항상성 메카니즘'은 생각보다 강력하거든. 평소보다 훨씬 절식하고 과한 운동으로 바짝 살을 뺐더라도 다시 예전의 생활 습관으로 돌아가면, 살찐 상태로 빠르게 돌아가지. 그러니 약을 쓰더라도 비만치료를 끝까지 성공하려면, 내가 바꾼 생활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야 해. 평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야 하지.



진리는 늘 너무 단순해서, 어떤 때는 화가 날 정도(?)야.



마치 중고등학생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벼락치기 공부와 족집게 과외를 받아 해결했더라도 수행평가 점수를 잘 받고 평소에 성실하게 생활해야만 좋은 내신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과 같지. 직장인이 하는 영어 공부도 그래. 잠깐 바짝 해서는 실력 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되고 평소에 꾸준히 30분이라도 영어 쓰는 훈련을 해야만 영어가 입에 붙으니까.

이렇게 진리는 늘 너무 단순해서, 어떤 때는 화가 날 정도(?)야. 우리는 늘 쉬운 방법을 찾길 원하지만, 내게 꼭 필요한 걸 얻으려면 결국 나를 꾸준히 단련해야 하지. 매일매일 조금씩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한단다. 엄마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꾸준히 뭔가를 하려고 해. 엄마가 되고 싶은 엄마 모습을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말이야.

자, 그러면 엄마가 새해 목표로 야심차게 세운 것들이 과연 올해 연말에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아직 한 달이 채 안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순항 중인 것 같네. 하지만 어느 순간 해이해질 수도 있겠지. 서윤이가 지켜보고 있으니 엄마가 좀 더 정신 바짝 차리고 새해 계획을 실천해 볼게. 엄마 체중을 서윤이에게 공개하긴 좀 부끄럽긴 하지만, 엄마가 운동과 식습관 조절을 통해 체중 감량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서윤이가 지켜봐 주렴.


우리 서로 지켜봐 주자!




참고문헌
1) KBS 뉴스, “세계 과체중·비만 인구, 2035년 전체의 절반 넘어설 것”, 2023.3.3.
2) 국가지표체계, 비만율
3) 대한비만학회 홈페이지, 비만의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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