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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Feb 05. 2024

물 한모금 삼키기 힘들 때, 입덧약

‘나만 아는 멀미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에 대해

“자기야, 그것 좀 방에 들어가서 먹으면 안 돼? 문도 좀 닫고!”     


엄마가 서윤이를 임신했던 초기는 봄이 지나고 초여름에 접어들던 때였지. 그 시기에 엄마는 양념 냄새가 유독 역하게 느껴졌단다. 왜 그 마늘과 파, 그리고 간장이 들어간 한국식 양념 냄새 있잖아.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 냄새가 갑자기 못 견디게 싫었지. 냄새만 싫은 게 아니라, 씹을 때 이 사이로 느껴지던 고기 육질도 상상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싫어졌. 어느 날은 아빠가 저녁으로 불고기를 볶아 먹모습조차 보기가 싫은 거야. 그래서 애꿎은 아빠한테 불고기를 들고 방에 들어가 문 닫고 먹으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단다. 

 

임신 초기에 겪는다는 입덧은 엄마에게 그런 증상으로 왔어. 많이 심하진 않았지만 익숙한 음식 냄새가 싫고, 어떤 음식은 쳐다보거나 상상하기도 싫었지. 난생 처음 겪는 증상이 무척 당혹스럽기도 했어.

         

'입덧'이 뭘까? 임신 초기에(어떤 사람들은 임신 기간 내내) 겪는 증상인데, 특정 음식이나 냄새에 민감해져서 쉽게 구역감을 느끼고 구토를 하고 어지러움증을 느끼는 증상이야.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임신 중 발생하는 호르몬 변화 때문인 걸로 추정되고 있지. 우리 몸이 임신 상태에 돌입하면 분비되는 '융모성 생식선 자극호르몬(hCG)'이 나와서 태아가 될 수정란에 영양을 공급하게 되는데, 이 호르몬이 입덧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임신 초기에 입덧을 하는 이유는 임신 중 분비되는 호르몬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 (출처=미즈메디병원블로그)


입덧이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지속하기가 어려울 정도지. 임신 기간 동안, 특히 초기에 입덧을 겪는 건 아마 엄마가 음식을 통해 섭취한 물질 중 아기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것을 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단다. 임신 초기는 뱃속 아기의 중추신경계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시기거든. 그만큼 외부에서 들어오는 해로운 물질을 막기 위한 반응이 더 격하게 일어나는 거지. 물론 임신부 스스로가 임신임을 알고 조심하기도 하겠지만, 몸이 먼저 임신 상태에 반응하는 셈이지.      

 

입덧은 임신 4주경부터 시작해서 점점 증상이 심해지다가 12~14주차가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단다. 80%의 임신부가 겪고 이 중 10%는 출산할 때까지 이어진다고 해. 입덧 증상과 종류는 개인차가 크겠지만, 보통 구역, 구토, 그리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이 대표적이지. 심한 입덧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계속 구토를 하게 되면 영양 불균형과 탈수가 올 수 있어. 그러면 더 어지러움을 많이 느끼고, 입덧 증상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단다.      


심하지 않은 입덧이라면 일상적인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좋아질 수 있어. 냄새가 심하지 않은 음식, 예를 들어 비스킷이나 바나나같이 좀더 먹기 편한 음식 위주로 먹으면서 조금씩 먹을 수 있는 걸 늘려 나가는 방법을 쓰는 거지. 그리고 뜨거운 음식은 냄새가 더 많이 날 테니 시원한 음식 위주로 먹는 방법도 있고. 새콤한 걸 먹으면 입맛이 조금 나아지기도 해서, 속이 울렁거릴 때 레몬사탕을 먹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 하지만 이런 방법을 써도 입덧 증상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이거나 임신 중기 이후에도 여전히 입덧을 하는 경우라면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지.


대표적인 입덧약으로는 ‘독실아민’과 ‘피리독신'을 각각 10mg씩 함유한 복합제가 사용되고 있어. 독실아민은 H1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히스타민 역할을 하는 성분인데, ‘진정작용’, 즉, 졸음이 오고 정신을 나른하게 하는 효과가 있고, 구역과 구토 같은 증상을 개선해 준단다. 또 피리독신은 비타민 B6의 일종인데 임신 중 구토와 메스꺼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입덧약은 약국에서 그냥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전문의약품이니까, 주치의와 상의해 처방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지.



대표적인 입덧약으로는 피리독신과 독실아민을 각각 10mg씩 함유한 복합제가 있단다. (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입덧약은 보통 자기 전에 2알을 복용하는 게 기본이야. 입덧 증상이 가장 심한 건 보통 아침 공복이기 때문에, 전날 자기 전에 먹고 자면 다음 날 아침 입덧 증상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 입덧약은 ‘장용정’이라는 형태로 만드는데, 쉽게 말해 장에서 녹도록 만들어진 약이라는 뜻이야. 장용정으로 만들어진 약은 보통 위에서 녹는 다른 약보다 몸에서 조금 더 천천히 일한단다. 그래서 입덧약은 약효가 복용 즉시 나타나는 게 아니고 4~6시간 후에 나타나기 시작해. 그래서 자기 전에 복용하면 다음날 아침 입덧 증상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지. 또 ‘독실아민’ 성분이 항히스타민 성분이기 때문에 졸음이 오고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에 밤에 복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편리하지.     


만약 아침 뿐 아니라 하루종일 입덧 증상이 심하다면 1~2알을 더 복용할 수 있어. 자기전 2알 복용하던 것에 더해 아침 1알을 더 복용하거나, 아침 1알, 오후 1알을 더 복용하는 식이지. 그렇게 하루 최대 4알까지 복용할 수 있단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다가 혹시라도 증상이 괜찮아졌다고 약을 갑자기 끊으면 다시 구토가 시작되거나 불면증이 오기도 해. 그래서 입덧약을 끊을 때는 한번에 끊기보다 복용량을 점차 줄여가면서 끊는 게 좋단다.      

          

임신 중에 약을 복용하는 것은 어쩐지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봐 꺼리게 되지. 하지만 독실아민과 피리독신 복합제는 FDA에서 임부안전성 분류 중 ‘A’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의약품이란다. 실제 임신부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으로 안전성이 입증되기도 했어.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30년 이상 임신부의 입덧 치료에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약이라고 해.


FDA에서 분류하는 임부 안전성 등급은 A부터 X까지 다섯 가지로 나뉘는데, 독실아민+피리독신 복합제는 '분류 A'에 해당해. (출처=헬스조선)


입덧약이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건 맞지만, 부작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특히 위에서 말한 것처럼 '독실아민' 성분은 항히스타민제 성분이기 때문에 진정작용, 즉 졸음이 오게 만든단다. 독실아민 단독으로 사용되는 수면유도제가 있을 정도지. 그래서 약을 복용하고 나서 운전이나 기계 조작 같은 것을 하지 않아야 해. 그리고 이 약은 음식과 함께 복용 시 약의 흡수가 감소되거나 효과가 늦게 나타날 수 있으니 공복에 복용해야 한단다. 그리고 부수거나 자르지 말고 통째로 복용해야 하지.

     


엄마가 생각하기에 미리 알고서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맞닥뜨려서 '견디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거든.



이렇게 입덧은 임신 초기에 호르몬에 의해 나타나는, 태아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하지만 증상이 심하면 임신부 자신에게는 견디기 힘든 시기가 될 수도 있어. 그러고 보면, 서윤이도 가끔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구역질을 할 때가 있지? 다른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특정 음식이나 냄새에 구역질을 하는 건, 외부로부터 독성 물질이 우리 몸 속에 들어오는 걸 차단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반응이지. 음식을 통해 서윤이 몸에 혹시 들어올지 모르는, 몸에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오는 걸 막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윤이가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면 점점 나아질 거야. 엄마도 옛날엔 서윤이처럼 돼지고기 비계를 못 먹었는데, 지금은 그래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거든. 서윤이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될 거야.


임신 기간 중의 입덧도 그래. 임신 초기에 중요한 장기가 자라는 시기의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반응이 입덧이지. 그래서 임신이 끝나면 입덧은 사라진단다. 입덧이 언젠가는 끝날 고통인 건 맞지만 고통이 너무 심하면 참고 있을 필요는 없지. 엄마가 되는 과정이 무조건 희생과 인내가 동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야. (그 과정 자체가 희생과 인내이기 때문에 그렇지) 엄마는 필요하면 안전성이 입증된 방법을 통해 조금이라도 증상을 덜어내는 게 좋다고 생각해.


엄마가 서윤이에게 임신 중 겪을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한 건 처음인데, 이렇게 힘든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건 몰랐지? 이쯤되면 네가 혹시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럼 임신을 안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 맞아.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선택지가 될 수 있어. 임신과 그에 따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거든. 엄마도 만약 지금 아는 것만큼 잘 알았다면 어떤 선택을 하든 마음가짐이 달랐을 거라 생각해. 엄마가 생각하기에 미리 알고서 '대처'하는 것과 모르고 맞닥뜨려서 '견디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엄마에게 서윤이를 낳고 키운 선택은 엄마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었던 건 맞아. 엄마의 유전자를 절반이나 가진, 엄마와 닮았으면서 또 많이 다르기도 한 인생 최고의 절친을 만났으니 말이야.


그리고 입덧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안전성이 입증된 입덧약처럼, 서윤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다 방법은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 그리고 서윤이가 선택에 대한 근거를 찾을 때 엄마의 경험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엄마는 서윤이 인생 선배로서 큰 영광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서윤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방법은 다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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