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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Mar 25. 2024

혈압을 조절해야 할 때, 고혈압약

피도 마음도 매끄럽게 돌아야 하니까

서윤아, 재작년에 대전에서 봤던 뮤지컬 <알사탕> 기억나? 서윤이와 재미있게 읽었던 그림책이 뮤지컬로도 나왔다니, 엄마는 공연 소식을 듣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어. 서윤이와 서윤이 사촌언니, 그리고 엄마까지 셋이서 함께 공연을 감상했지. 서윤이는 뮤지컬을 어떻게 봤을지 모르겠는데, 엄마는 기대 이상이었단다.


서윤이와 엄마가 같이 책과 뮤지컬로 본 <알사탕>. 엄마는 알사탕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지. (출처=인터파크티켓)


주인공 '동동이'는 늘 혼자 강아지와 놀거나 구슬치기를 하던 외로운 어린이였지. 그런데 마법의 알사탕을 먹고선 신기한 능력이 생겼어. 그것도 알사탕 색깔마다 서로 다른 능력이었지. 몇 개 안되는 알사탕을 다 먹고, 마지막 남은 알사탕 능력은 친구에게 썼지. 같이 놀고 싶은 친구에게 쭈뼛쭈뼛 다가가 "나랑 같이 놀래?"라는 말을 용기 내어 꺼냈잖아. 동동이로선 엄청난 용기를 낸 그 질문에,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그래!"하고 승낙하지. 대수롭지 않은 질문과 대답 같지만 동동이한테는 뭐랄까, 작은 우주가 하나 깨어지는 것 같은 큰 사건이었지. 그 장면에서 엄마는 동동이한테 감정이입을 좀 많이 했던 걸까. 엄마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 그날 공연장 객석이 꽉 찼었는데, 엄마처럼 '폭풍 오열'한 관객이 또 있었을까 궁금할 정도로 말이야. 그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가 필수였던 때라, 다행히 울어서 빨개진 코는 겨우 가릴 수 있었지.


동동이가 친구에게 툭 꺼낸 그 한마디가, 친구와 즐겁게 마음을 나누며 우정을 쌓는 신호가 됐지. 동동이 표정도 혼자 놀 때보다 훨씬 밝아졌고 말이야. 이렇게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마음을 서로 주고 받아야 건강하듯이, 몸속의 피도 막힘없이 잘 돌아야 건강하게 살 수 있어. '피가 잘 돈다'는 건 뭘까?




우리 몸은 수많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지. 세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영양분과 산소가 필요하고, 노폐물을 잘 내보내야 해. 온 몸을 돌면서 이 역할을 하는 게 바로 피, 즉 혈액이지. 피가 구석구석 잘 돌아야 우리 몸의 각 세포가 건강히 생명 활동을 할 수 있지.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또는 어떤 이유로 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어. 엄마가 오늘 이야기하려는 건 혈압이 높아서 생기는 병, 바로 '고혈압'이야.


'고혈압'은 피가 다니는 길, 즉 혈관이 느끼는 압력이 높아진 증상을 말해. 혈액이 혈관을 돌아다니도록 하는 원동력은 바로 '심장'의 펌프질이지. 심장은 우리 몸의 가운데서 단 한시도 쉬지 않고(쉬면 큰일나니까!) 1분에 60~100번 뛰면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지. 혈압은 심장이 뛸 때 '혈관벽이 느끼는 압력'의미한단다. 심장이 힘차게 혈액을 쥐어짜서 내보내면, 혈관을 통해 혈액이 뿜어져 나올 테니까 일정한 압력이 늘 유지되는 게 맞지.


건강한 사람이라면 혈관벽이 부드럽고 탄력 있고 안쪽 공간이 혈액이 지나다니기 충분해서 정상 혈압을 유지하지만, 어떤 이유로 혈관이 딱딱해지거나, 혈관 안쪽 벽에 이물질일 쌓여서 혈관벽이 좁아지면, 혈관이 느끼는 압력이 커져서 '고혈압' 상태가 되는 거야.


그런데 사실 혈압이 높아도, 그 자체로는 별 증상이 없어. 자신이 고혈압 환자인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많지. 고혈압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고혈압 합병증은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혈관이 어디선가 터지는 거거든. 뇌혈관이 터지거나, 망막의 모세혈관이 터지거나, 동맥이 터지거나 하는 거야. 또 높은 혈압보다 더 세게 혈액을 보내느라 심장 근육에 무리가 가지. 평소엔 조용하다가 이렇게 치명적인 합병증을 갑자기 가져오니 고혈압을 "조용한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해.


고혈압은 높은 혈압 자체보다도 혈관과 관련된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이야. (출처=국가질병정보포털)


고혈압은 90% 가량은 뚜렷한 원인을 알 수가 없어서, 원인에 맞는 치료가 어려워. 다만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해 주려는 노력을 평생 해야 하지. 이렇게 특별히 원인을 찾기 어려운 고혈압을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불러. 사람이 나이들어가면서 혈압이 꾸준히 올라가는데, 60세 이상이 되면 고혈압 환자가 70~80%에 달할 정도로 나이가 들면 보통 혈압이 높아져.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서 혈관 탄력이 줄어드니 딱딱해진 혈관이 받는 압력도 커지는 거지. 그래서 '노화'는 고혈압 발생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단다. 노화 외에도, 유전적으로 정해지는 체질이나 환경, 생활습관도 고혈압을 일으키는 요인이 . 가족 고혈압 환자가 있으면 고혈압이 발생하기 쉬운 이유야.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아마도 직장?), 그리고 식습관(염분이 많거나 고칼로리일 때)에 의한 비만, 운동부족, 음주, 그리고 흡연도 고혈압 발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인자야.


본태성 고혈압 외에 10%의 경우는 다른 질환 때문에 고혈압이 생기는 경우라서, 이런 경우에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고혈압도 함께 나아질 수 있지.


고혈압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 습관을 좋게 바꿔야 해. 규칙적인 운동, 균형잡힌 식단, 몸에 좋지 않은 술/담배 끊기 같은 것들 말이야. 고혈압에는 특히 짜지 않게 먹는 게 중요한데, 염분이 있는 곳에는 수분이 함께 따라다니거든. 혈액 내 나트륨 농도가 높아지면, 삼투현상에 의해 자연스레 체내 수분이 혈액으로 따라 이동하거든. 그러면 혈액량이 늘어나서, 혈압을 더 높이게 되지. 안그래도 높은 압력을 견디느라 힘든 혈관에, 혈액량이 늘어난다면 더 힘들어지겠지? 나이들수록 저염식을 권장하는 이유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도 혈압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약을 써야 하겠지? 고혈압 치료제는 기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 심장이 혈액을 돌게 하고 혈액이 흐르는 통로가 혈관이라는 건 이해했지? 혈액 대부분의 구성 성분은 '물'이고 말이야. 그래서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각 요소를 공략하는 방식으로 약이 개발되었지. 그래서 고혈압약은 체내 수분량을 감소시키는 약(피의 전체량을 줄여서 혈관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야), 혈관을 확장시키는 약(길을 넓히는 것도 방법이겠지?), 그리고 심장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하는 약(심장 부담을 낮추는 거지)으로 나눌 수 있어.


우리 몸의 혈압 조절 방식을 이용해 고혈압약이 개발됐지. 다양한 타겟을 대상으로 약이 나와 있어. (출처=식약처)


먼저 체내 수분량을 감소시키는 약이 있지. 이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ntiotensin-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 억제제), 그리고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차단제(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ARB)로 나눌 수 있어. 이뇨제는 말 그대로 소변을 많이 보게 하는 약인데, 가장 오래된 고혈압 치료제야. 우리 몸에서 수분과 염분을 많이 배설하도록 해서 전체적인 피의 양이 줄도록 하는 거지. 그럼 혈관벽이 느끼는 압력도 줄어들 테니까. 요즘은 다른 기전의 더 효과적인 고혈압 치료제가 많이 개발되어서, 이뇨제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고 다른 종류의 고혈압 치료에 보조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라는 다소 긴 이름의 약은, 줄여서 'ACE 억제제'라고 많이 부르지. 우리 몸이 혈압을 유지하는 방법 중에, '안지오텐신'이라는 호르몬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개발한 약이지. '안지오텐신 I'보다 '안지오텐신 II'가 훨씬 강한 혈관수축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관여하는 게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거든. 이 효소를 막아주는 약이 ACE 억제제인 거고, 고혈압 치료를 위해 쓰이지. 체내 수분량을 감소시키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일도 해. 그런데 마른기침 부작용 때문에 환자들이 심한 불편함을 겪는다는 단점이 있어.  

혈압을 높이는 '안지오텐신'은 신장에서 나오는 '레닌'에 의해 활성화되는데, 강하게 혈관을 수축한단다. 여기에 착안한 고혈압약이 ACE 억제제야 (출처=MSD 매뉴얼)

ACE 억제제의 부작용을 많이 낮춘 게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야. ACE 억제제가 안지오텐신 II가 만들어지는 걸 막았다면, ARB는 만들어진 안지오텐신 II가 가서 일하는 걸 막는 거야. 그런데 혈압을 낮추는 데 더 선택적이기 때문에, ACE 억제제처럼 마른기침 부작용은 일으키지 않는단다. 그래서 ARB가 ACE 억제제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어. 혈압을 낮추는 방법은 역시 체내 수분량 감소, 그리고 혈관 확장이지. 고혈압치료제 중 가장 최근에 개발됐고 신장 합병증을 예방하기도 하지.


고혈압 치료제가 혈압을 낮추는 두 번째 방법은, 혈관을 확장시키는 거야. 위에서 말한 ACE 억제제나 ARB도 그런 일을 하지만, 그 외에도 알파차단제가 있어. 알파차단제는 주로 말초혈관에 작용하는 교감신경 자극을 차단해서 말초동맥을 확장하고 혈관 저항을 낮춰주는 일을 하지. '교감신경'을 간단히 말하면 우리 몸의 생체 반응을 '흥분시키는'(그러니까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높이는) 방향으로 일하는 자율신경계야. 알파차단제가 교감신경 자극을 차단하니 혈압도 낮출 수 있겠지? 고혈압 초기 치료제로는 사용되지는 않지만, 혈관 수축을 막는것 외에 방광 근육 수축도 억제해서, 전립선 비대증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게 효과적이야.


또 심장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해서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들도 있어. 혈압이 높아지면 높아진 혈압보다 더 높은 압력으로 혈액을 보내야 하니 심장에 무리가 가거든. 그런 심장을 좀 진정시키는 약인데, '베타차단제'와 '칼슘채널차단제'가 있어. 베타차단제는 알파차단제와 비슷하게 교감신경을 차단해서 혈압을 낮추는 역할을 해. 다만 알파차단제가 주로 말초혈관에 작용했다면, 베타차단제는 심장에 좀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심근의 수축력과 심장 박동수를 감소시켜서 심장 부담을 덜어주는 거지. 그래서 관상동맥질환('관상동맥'이라는 심장혈관이 딱딱해지는 병), 심부전(심장이 혈액을 받아들이거나 짜내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병), 부정맥(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병) 같이 다른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칼슘채널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CCB)는 혈관벽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압을 낮추는데, 일부는 심장에도 작용해서 심장 수축력을 낮춰 주지. 심장이 뛰는 데는 심장 근육 세포막에 존재하는 '칼슘채널'이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 이 채널을 막으면 심장 근육 수축력이 약해지고 혈관이 확장돼서 혈압이 낮아진단다. 비교적 빠르게 약효가 나타나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위에서 말한 ACE 억제제와 함께 사용되기도 하지.


고혈압 치료제마다 특징과 부작용이 다른데, 공통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일을 하기 때문에, 낮아진 혈압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어. 그래서 집중력이 필요하거나 위험한 기계조작을 해야 할 때는 주의해야 해. 


그리고 매일 복용하는 약의 특성상,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하지. 또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 치료제 말고도 다른 약을 더 복용할 가능성이 큰데, 약들끼리 서로 몸 안에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더하거나 바꿀 때는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단다.


고혈압 역시 생활습관과 크게 연관돼 있단다. 평생 관리해야 하는 거지. (출처=식약처)



주변 사람들과 원활하게 마음을 잘 주고받기 위해, 우리도 때로는 '고혈압 치료제'와 같은 노력을 하지.


엄마가 대학생이던 시절 전공 교수님이 생리학 수업 시간에 하신 말씀이 있어. 우리 몸의 각 기능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혈액 순환'이라고 하셨지. '순환'이 원활하다는 건 몸 속의 피가 잘 돈다는 건데, 래야 우리 몸의 각 세포가 건강히 생명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 엄마가 생각하기에, ‘순환’이 중요하다는 건 비단 우리 몸속 피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잘 돌고 돌아야’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거든. 도로 위의 교통 흐름도, 경제에서 돈의 흐름도 항상 막힘없이 잘 돌고 돌아야 하지. 어딘가가 꽉 막혀 버리면 반드시 사고가 터지니까 어려움을 겪기 전에 미리미리 조치해야 하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도 잘 돌고 돌아야 해. 주변 사람들과 원활하게 마음을 잘 주고받기 위해, 우리도 때로는 '고혈압 치료제'같은 노력을 하지. 어떨 땐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것으로 상대방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또 내 마음을 조금 더 넓게 가져서 상대방의 상황을 먼저 헤아려야 할 수도 있지. 때로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꺼내 보여서, 내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단다. 엄마는 서윤이가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방식을 더 세련되게 갖추어 나가는 게 서윤이가 크면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 그러기 위해선, 나와 상대방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보는 얼마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한단다.


식약처에서도 귀여운 건강지킴이 캐릭터로 '덜 짜게 먹으라고' 홍보하고 있네.



참고문헌

1) 서울아산병원 질환 백과

2)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평생건강증진센터

3) 명지병원 건강정보

4) 약학정보원 약물백과, 고혈압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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