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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Apr 01. 2024

먹은 것이 탈났을 때, 소화제

음식도 생각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서윤아, 방금 밥 먹었는데.. 그걸 또 먹어?"

"나 아직 배 안부른데. 이거 더 먹을래."


방금 고기 구워서 저녁밥을 웬만큼 먹은 것 같은데, 다시 시리얼 봉지를 끌어안고 우적우적 시리얼을 먹는 너. 한창 크려는지 요즘은 밥을 먹고도 돌아서면 배가 다시 고픈 모양이야. 식욕이 계속 돋아나고 끊임없이 먹으니 소화기관도 쉴 틈이 없겠지. 서윤이가 음식을 먹으면 입,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대장이 힘을 합쳐 그걸 잘게 부수고, 영양소로 만들어 온 몸에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뜻이야. 서윤이 몸을 키우고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기 위해 말이야.


서윤이도 알고 있듯이 우리 모두는 음식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어.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그게 우리 몸 어딘가에 그 모습 그대로 붙는 건 아니지. 입을 통해 들어온 음식은 소화기관을 따라 우리 몸 안쪽을 통과하면서 순서대로 소화 과정을 거치지. 그러면 입의 저작운동(씹는 운동), 위장의 연동운동(위장이 꿈틀거리는 운동)과 소화 효소에 의해 음식이 아주아주 작게 분해돼서, 마침내 세포 사이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흡수돼. 우리 몸이 다시 필요에 맞게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말이야. 마치 커다란 레고 작품을 부수고 쪼개서, 가장 작은 부품 하나가 될 때까지 분해하는 것 같지. 그렇게 분해돼 흡수된 영양소는 혈액에 담겨 온 몸으로 퍼져 나간단다. 온 몸을 돌아다니다가 필요한 세포에게 영양을 공급하거나 우리 몸 일부가 되는 데 쓰이지. 음식을 소화하고 영양분을 흡수해 이용하는 건, 마치 다 분해된 레고블록 조각을 가지고 나만의 스타일로 다시 조립하는 것과도 같아. 이렇게 우리 몸에 쓰일 수 있도록 음식을 분해해서 영양소로 만드는 과정을 '소화'라고 한단다.


이 소화 작용이 원활해야 영양소가 원활하게 공급되겠지? 우리는 하루 세 번 식사하고 가끔 간식도 먹잖아. 음식이 몸 안에 들어오면 이걸 소화시키기 위해 위와 장이 쉬지 않고 일하지. 그런데 가끔 소화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어. 소화가 잘 안되는 걸 '소화불량'이라고 하지. 음식을 잘게 분해하는 게 어렵거나, 음식이 소화효소와 잘 섞이지 않거나, 영양소가 몸에 잘 흡수되지 않는 걸 말해. 소화불량 증상이 있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구역질·트림이 나거나, 속이 쓰리거나 배가 빵빵해지는 복부팽만감 증상이 나타나지. 소화기관에 특별히 병이 없는데도 소화불량이 생기는 이유는 대부분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에 퍼져 있는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그러면 위장의 연동운동이 잘 안 되고 위산과 소화효소 분비가 줄어들거든. 음식이 잘 분해되고 흡수되지 않는 거지.


이렇게 소화가 잘 되지 않아 괴로울 때 우리는 소화제를 찾게 되지. 약국에 가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중의 하나가 소화제이기도 해. 소화제는 소화불량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말해. 주로 여러 가지 성분이 섞인 형태의 약이 많은데, 종류로는 소화효소제, 위장관운동촉진제, 가스제거제, 제산제, 이담제 등이 있단다. 어떤 역할을 하는 성분인지 이름만 듣고도 알 것 같은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 어떤 약이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한 번 이야기해 볼게.




먼저, 소화효소제가 있어. 원래도 우리 몸 속에서는 음식을 소화시키기 위해 소화 효소가 분비되는데, 이 효소를 직접 보충해주는 방식인 거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의 영양소가 크게 세 성분인 건 알고 있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인데, 각 소화 효소마다 어떤 영양소를 분해하는지가 다르지. 판크레아틴(다른 동물, 주로 돼지의 췌장에서 나오는 소화 효소야), 비오디아스타제(누룩곰팡이에서 얻는 소화 효소지)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모두 소화시킬 수 있어. 또 단백질을 분해시키는 효소인 '프로테아제', '브로멜라인', '판푸로신' 등이 있고, 섬유소를 분해하는 '셀룰라제' 등이 있지. 이런 소화효소제 성분들은 다른 소화제 성분들과 함께 섞인 복합제로 사용되고 있어.


약국에서 파는 다양한 소화제. 반면 어떤 건 처방에 의해서만 구할 수 있지. (출처=고양신문)


그리고 위장관운동촉진제가 있어. 말 그래도 위와 장이 더 운동을 많이 해서 소화를 잘 시키도록 해 주는 성분이지. 위장이 운동을 더 많이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위와 장에는 많은 신경들이 퍼져 있는데, 이 위와 장에 연결된 신경에 자극을 줄 수 있도록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방식이지. 대표적으로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 와 '세로토닌4형(5-HT4) 수용체 효능제'가 있어. 도파민은 전에 엄마가 '단유약' 이야기하면서 말한 적이 있어. 도파민은 위장관 운동을 막는 역할도 하거든. 이 도파민이 붙어서 위장관 운동을 막기 전에, 도파민이 붙는 자리인 '수용체'를 먼저 가서 막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 바로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야. 레보설피리드, 이토프리드, 메토클로프라미드와 돔페리돈이 있지. 또 5-HT4 수용체 효능제는,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그러면 장의 수축력이 증가되고 위장관 운동이 더 활발해지지. 그러면 음식물이 이동하고 배출하는 게 더 원활해지겠지? 대표적으로 '모사프리드' 성분이 있어.



그리고 가스제거제가 있단다. 말 그래도 위장관에 고인 가스를 제거해 주는 약이야. 뱃속에 가스가 가득하면 괜히 배가 더 빵빵하게 느껴지겠지? 이렇게 가스를 모아서 밖으로 내보내 주는 역할을 하는 성분인데, 대표적으로 시메티콘, 그리고 디메티콘이 있단다. 계면활성제의 일종이라서, 기포의 점도를 낮춰서 기포를 크게 모아서 몸 밖으로 나가기 쉽게 해주지.


계면활성제 성분인 가스제거제야. (출처=중앙일보헬스미디어)


그리고 제산제가 있는데, 위에서 분비되는 위산을 중화시키는 일을 하는 성분이지. '위산'이 뭐냐고? 쉽게 말해 음식을 소화시키고 균도 죽이도록 녹여버리는 일을 하는게 '위산'이라고 생각하면 돼. 건강한 위에서는 위산에도 점막이 손상되지 않도록 방어하는 물질이 나오지만, 어떨 때는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되거나 방어하는 물질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있거든. 그러면 위산에 의해 점막이 손상돼서 속이 쓰릴 때가 있지. 제산제는 이 위산을 약하게 만들어주도록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염기성 물질이라서 속쓰림을 완화해 준단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칼슘 등의 수산화물이나 탄산염 성분이야.

제산제도 종류가 무척 많아. (출처=주간경향)


마지막으로 이담제가 있어. 담즙 분비를 촉진하거나 담낭(쓸개)으로부터 담즙 배출을 촉진하는 약이지. 담즙은 원래 간에서 만들어져서 장으로 분비되는데, 식사 전까지는 담낭에 저장되어 있다가, 식사를 하게 되면 소화를 돕기 위해 소장으로 분비되지. 음식으로 섭취된 지방이 소화효소들과 잘 섞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 이담제 역할을 하는 성분으로는, 우르소데옥시콜산, 알리벤돌, 디히드록시디부틸에텔이 있단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과 관련된 성분이라서, 이담제는 간기능 저하로 인한 소화불량에 사용되지.


이담제도 소화에 도움을 줘. (출처=대웅제약)


엄마가 말한 소화제는 모두 일반적인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그러니까 다른 질병이나 이상이 없이 소화가 안되는 증상)에 사용하는 약인데, 약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는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단순한 소화불량이 아니라 다른 질병 때문일 수 있으니 꼭 병원에 가서 의사와 상담해 봐야겠지.


소화제 말고도 이런 소화불량에는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도 중요해. 소화에 관여하는 기관들이 각자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게끔 좋은 생활습관을 갖추어야 하지. 음식을 씹을 때는 침과 잘 섞이고 잘게 잘릴 수 있도록 30회 이상 잘 씹고, 너무 맵거나 뜨거운, 자극적인 음식을 피해야 하지. 그리고 규칙적인 식사를 통해서 음식 들어올 시간을 일정하게 해 줘서, 소화기관들이 시도때도없이 일하는 걸 방지해 줘야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식사를 해야 해. 물론 그게 쉽지는 않겠지만 식사할 때만이라도 '스위치'를 끄고 식사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겠지. 소화가 잘 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지. (엄마한테도 해당되는 이야기네!)


소화기관 각 부분마다 하는 일이 다르지. (출처=헬스조선)




서윤이가 요즘 식욕이 왕성해져서 먹는 양이 늘어난만큼, 보고 배우는 지식과 경험의 양도 점점 늘어나고 있지. 모든 가르침과 교훈이 서윤이가 잘 크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야. 비록 그 맛이 쓰든 달든 말이야. 엄마가 생각하기에, 음식이 몸속에서  소화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각과 경험을  소화시켜서 내 것으로 만드 것도 중요해.


서윤이가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고 생각이 많아지고 결정할 일이 많아질수록 내가 어떤 일을 겪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뭘 배웠는지 돌아보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단다. 왜냐하면 생각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금세 머릿속을 떠나버리거든. 우리가 살면서 배운 교훈들을 가지고 '나다운' 생각을 만들어내려면 나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따로 가져야 하지. 마치 음식을 소화시켜 영양분을 얻고 우리 몸이 성장하듯이 말이야.


엄마만의 '생각의 소화제'는 하루를 돌아보며 쓰는 '일기'야. 일기를 쓰면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돼. 하루종일 머릿속에 꽉 차오른 생각을 다시 꺼내 죽 늘어놓아 보는 거지.  마음이 차분한 저녁 시간, 다시 돌아보면서 찬찬히 되새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힌트를 얻기도 한단다. 


언젠가는 서윤이도 이 '생각의 소화제' 효과를 알았으면 해. 어른이 되고 더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정말 빨리 가서, 조급하게 느껴질 때가 거든. 그럴 때 이 '글쓰며 하루 돌아보기'는 마치 급하게 먹은 음식을 소화시켜 주는 소화제 같아. 내 생각을 찬찬히 소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니까 말야. 음식을 잘 먹고 잘 소화시켜서 키가 쭉쭉 크는 것처럼, 잘 정리된 생각으로 생각하는 힘이 바르게 쑥쑥 자라날 거야.


몸이 점점 크듯이 생각도 쑥쑥 키우자.



참고문헌

1) 약학정보원 약물대백과, 소화제

2) 헬스조선 기사, 2017.2.28., "은근히 괴로운 소화불량 이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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