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아, 몇년 전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했던 때 기억하지? 중국 우한시에서 나타난 새로운 전염성바이러스였는데,감염 유행 초반에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몰라 모두가 무척 두렵고 혼란스러웠지. 바이러스의 정체는 곧 밝혀져서, 사람이나 동물의 호흡기에 감염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는 게 밝혀졌지.그리고 호흡기를 통한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가 밖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녔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원격수업을 받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기도 했지. 확진자와 접촉하거나 감염되면 감염력이 약해질 때까지 자가격리를 했어. 그랬는데도 많은 사람이 감염됐는데, 우리 가족도 결국 한번씩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서 열이 오르고 목이 아픈 증상을 며칠 간 겪었지.
전에 없던 감염병 사태로 다같이 전쟁같은 난리를 겪었던 건, 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이었어.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지난 감염병 사태에서만 등장한 바이러스는 아니야. 코로나바이러스는 원래 사람을 포함해 동물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사람의 호흡기에서 일반적으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하나야.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를 지난 몇 년간 힘들게 했던 녀석은 이들의 변종 중 하나인 '코로나19바이러스'였던 거지.
바이러스가 뭘까? 그동안 서윤이도 많이 들어봤겠지만 가끔 우리 몸에 침투해서 우리를 아프게 하는, 미생물의 일종이지. 껍질 안에 최소한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떠돌아 다니다가, 만만한 숙주 세포를 만나면 그 안에 침투해 증식하는 식으로 생명을 이어 나가지. 바이러스의 유일한 재산이나 다름없는 이 유전정보가 DNA냐, RNA냐에 따라 바이러스 종류가 달라진단다.
엄마가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감기'의 원인도 바이러스야. 감기 바이러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리노바이러스와 코로나바이러스인데, 이 녀석들이 모두 RNA 바이러스야. RNA는 DNA에 비해 변이를 일으키기 쉬운 구조라서, 변종이 많이 생길 수 있지. 그 때문에 100% 예방과 치료가 어렵단다.
어쨌든 감기는 이들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호흡시에 침투해서 생기는 질병이야. 200여개 이상의 서로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어. 그 중 30~50%가 리노바이러스이고, 10~15%가 코로나바이러스야. 보통 성인은 일년에 2~4회, 소아는 6~10회 감기에 걸린다고 해. 이중 5~10%는 세균이 원인이지. 전세계적으로 아주 흔한 질환이고, 감염된 사람의 분비물로 여기저기 퍼져 나가지.
서윤이도 감기에 걸려서 아파본 기억이 있지? 감기에 걸리면 기침, 콧물, 코막힘, 인후통이 나타나고 열도 나지. 그래서 일상 생활이 많이 불편해져. 어떤 증상이 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코감기, 기침감기, 목감기로 나뉘지.
서윤이가 감기에 걸렸을 때, 소아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었던 기억이 있지?사실 감기약은 감기 치료제는 아니야. 아쉽게도, 감기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거든. 다만 감기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시켜 줄 뿐이지. 증상을 완화해서 바이러스가 지나갈 때까지 조금이라도 편한 몸 상태를 만들고, 위에서 말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쓰는 거지.
감기 증상에 따라기침, 가래에는 진해제, 거담제를 쓰고, 콧물, 재채기, 코막힘 증상에는 항히스타민제, 비충혈제거제를 쓰지. 그리고 열, 염증, 통증을 가라앉히려고 해열진통제, 항염증제를 쓴단다. 증상이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여러 약을 함께 쓰는 식이지. 어떤 약이 감기에 쓰이는지 한 번 말해볼게.
먼저 ‘진해제’가 있어. 기침을 가라앉히는 약이랴는 뜻이야. 기침은 두 가지 원리로 나타나는데, 뇌에 있는 기침 중추가 흥분해서 나오거나(중추성), 교감신경계가 자극되어 나타나기도 해(말초성). 그래서 중추성 진해제는 이 기침 중추의 흥분을 억제해서 기침을 진정시키는데, 마약성과 비마약성으로 나뉘지. 마약성은 코데인,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이 주로 사용되고, 비마약성은 덱스트로메토르판, 노스카핀 성분이 사용돼. 그리고 말초성 진해제로는 레보드로프로피진, 옥솔라민 성분이 사용된단다.
‘거담제’는 가래를 쉽게 배출하는 약이야. 자극성 거담제와 용해성 거담제가 있지. 자극성 거담제는 기도가 점액 분비를 더 많이 하게 해서, 가래를 묽게 해서 쉽게 배설되게 해. 자극성 거담제 성분으로는 암브록솔, 브롬헥신, 구아이페네신 등 성분이 있어. 용해성 거담제는 가래의 단백결합을 끊어서 끈끈함을 감소시켜 더 쉽게 배출될 수 있도록 한단다. 용해성 거담제로는 아세틸시스테인, 카르보시스테인 등 성분들이 사용되지.
또 ‘항히스타민제’가 있어. 서윤이도 콧물과 재채기 때문에 잠못 이룬 적이 많잖아. 이런 증상을 완화해 주는 게 항히스타민제야. '히스타민'이라는 단어 들어봤지? 히스타민은 몸 속에서 나오는 물질인데,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투과성을 좋게 만들어서 콧물이 나오게 하고 재채기가 나오게도 하지. 히스타민을 받아주는 '수용체'에 결합해야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항히스타민제는 히스타민이 수용체에 붙는 걸 막는 역할을 해. 그럼 콧물이나 재채기가 좀 줄어들겠지.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와 2세대로 나눌 수 있단다. 1세대는 클로르페니라민, 트리프롤리딘 같은 성분이 있어. 콧물이 안 나오게 하는 데는 효과가 좋은데 졸음이 많이 온다는 부작용이 있어.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런 부작용을 좀 줄여서 나온 약인데, 세트리진, 로라타딘, 에바스틴 같은 성분이 쓰인단다.
그리고 '비충혈제거제'가 있단다. 코가 막히면 숨쉬기 불편하고 누워서 잠들기가 힘들잖아. 코점막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류를 감소시켜서 코막힘을 뚫어주지. 비충혈제거제는 먹는 약과 뿌리는 약이 있단다. 먹는 약은 슈도에페드린, 페닐에프린 같은 성분이 있고, 뿌리는 건 나파졸린, 옥시메타졸린, 자일로메타졸린 같은 성분이 있어. 엄마가 전에 '코뻥' 해준다고 칙 뿌려준 스프레이, 그게 자일로메타졸린 성분이었지. 서윤이가 잘 잠들 수 있게 해줘서 고마운 약이었지.
마지막으로 '해열진통제'가 있단다. 엄마가 전에 이야기한 적이 있는 약이지. '프로스타글란딘'이 생기는 걸 막아 줘서 열을 내려주고 통증을 완화해주는 약이지. 감기약에도 빠질 수 없는 성분인데, 종합감기약에는 대부분 이 성분이 들어 있다고 보면 돼. 아세트아미토펜,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같은 성분들이지. (이젠 이 녀석들 이름이 익숙하지?)
엄마가 예전에 '해열제'를 이야기하면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해도, 증상을 가라앉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었지. 감기약도 비슷해. '감기'라는 병을 근본적으로 뿌리뽑지는 못하지만, 불편한 증상을 해결해 줘서 일상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주잖아. 가래 끓는 목, 쉴새없는 기침, 무거운 머리, 그리고 막혀 있는 코 같은 증상을 없애 주니까.
다만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감기약은, 보통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는 복합제란다. 여러 감기약을 합쳐서 복용하게 되면 같은 일을 하는 성분을 중복해서 복용하게 될 수도 있어. 그러니 약을 복용하기 전에 어떤 성분의 약을 복용하게 되는지를 포장을 보고 구분해야 하지. 특히 어린 아이이거나, 복용하는 다른 약이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쉽게 살 수 있는 감기약이라도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단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했던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다같이 알게 된 게 있는데,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하는 데 생활 습관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거였어. 특히 손 씻기가 대표적이지.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손 씻기, 손 소독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감기 환자는 줄었다는 통계도 있었어. 그리고 '비말 감염'을 조심했던 경험이 다들 있다 보니, 몸이 좋지 않아 기침을 계속하면 마스크를 써서 다른 사람에게 할지도 모를 바이러스 전파를 예방하는 게 보편화됐지. 사람 많은 장소에 갈 때도 웬만하면 마스크를 챙겨 다니기도 하고 말이야.
감기이야기를 하다 보니 엄마의 최근 모습에 대해 서윤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네. 서윤이도 알다시피 엄마는 몇 달전 직장을 새로 구했지. 전에 하던 일과는 많이 다른 일을 하게 됐어. 지금 직장에선 전 직장과 다른 분위기와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데, 다섯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적응 중이야. 새 직장에서 엄마는 가끔 엄마보다 더 실력이 좋은 사람들을 보며 언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하며 미래가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초라해 보이기도 해. 하지만 언제까지고 엄마가 지금 같은 모습일리는 없겠지. 시간은 빠르게 흐를테고, 곧 이 곳 생활에도 익숙해져서 '엄마만의 자리'를 찾을 테니까. 언제가 될지 모를 그날을 기다리는 게 힘들다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영원히 이런 그럴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순간을 잘 넘겨야 해.
그리고 서윤이도 알듯이 엄마는 워킹맘이기도 하지만, '뭔가'를 더 하고 싶어서 여전히 탐색 중이지.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사는 느낌인데, 그래야만 인생에서 뭔가 남길 수 있을 것 같아서야. 하지만 어떨 땐 뭐 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가 턱없이 못나 보이기도 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때가 종종 오더라. 하지만 그런 기분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잖아. 하던 걸 내팽개칠 수도 없지. 주어진 일을 잘 못해낼 것 같다고 회사를 '오늘부터 그만 다니겠습니다' 할 수도 없고, 서윤이 키우기 힘들다고 라면만 먹이고 유튜브만 보게 할 수도 없고 말이야.
그럴 땐 그냥 잘 버티면서 힘낼 수 밖에. 어땠든 엄마는 꿈과 목표가 있으니까. 기분을 조금 좋게 바꿔 주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영차' 하고 일어나 가던 길 가는 수밖에 없지.어쩌다 찾아와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예방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바로 치료도 어려운 시기가 있지. 그럴 땐 증상에 맞는 감기약을 복용하고 면역력이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감기가 지나기를 바라는 때와도 같지.
그럴 때 엄마가 기분 전환을 위해 쓰는 방법이 몇 개 있어. 예를 들면 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하던 생각을 잊거나, 호수공원을 걷거나, 서윤이랑 농담하고 낄낄대며 웃는 거야.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이 계속되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엄마만의 처방이지. 그러면 그 증상을 잊고 다음날 다시 힘낼 수 있거든. 어려운 상황을 완전히 없애거나, 문제 하나하나를 해결하지는 않아도, 증상을 조금 낫게 하는 것만으로도 훨씬 도움이 되는 거야. 마치 감기약 같지 않니?
서윤이도 학생으로 사는 동안, 그리고 직업을 갖고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게 사는 동안 이런 상황을 계속 마주하게 될 거야. 엄마의 '미드 보기'랑 '호수공원 걷기' 같은 특별 처방처럼, 서윤이도 서윤이만의 처방을 몇 개 구비해 두는 걸 추천할게. 스위치를 완전히 끄고 몰입할 대상을 찾는 것도 좋지. 마치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약을 먹으며 스스로의 면역력을 믿고 잠시 쉬어가듯이, 그렇게 하루하루 잘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