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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지혜 Mar 11. 2024

혈당을 조절해야 할 때, 당뇨약

달콤한 게 아무리 좋아도, 피까지 달콤해선 안 돼

서윤아, 언젠가 엄마가 야근을 마치고 늦게 집에 들어온 날에 거실 바닥에서 뭘 발견했게? 판 초콜릿, 그것도 잇자국이 선명한 먹다 남긴 초콜릿이었어. 먹던 걸 그대로 거실 바닥에 둔 걸 보니 보나마나 서윤이가 한 짓이겠구나 하며 초콜릿을 잘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다음 날 아빠가 그걸 홀랑 먹어치웠지. 아빠도 서윤이 못지 않게 초콜릿을 매우 좋아하거든. 며칠 후 서윤이가 초콜릿을 다시 찾았을 때는 이미 깨끗이 사라지고 난 후였지.


'내가 먹으려고 남겨놨는데 왜 먹었냐'는 서윤이 말에, 아빠는 '아빠도 초콜릿을 좋아한다, 그 초콜릿은 원래는 아빠 거였다'하며 서로 투닥거리더라. 그 투닥거림을 보면서 엄마는 서윤이 편을 들어주었어. 왜냐? 아빠는 이제 초콜릿을 좀 덜 먹어야 하거든. 엄마와 아빠는 이제 설탕 많이 든 단 음식이 몸에는 더이상 달콤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으니까.



요즘 서윤이와 아빠가 빠져 있는 밀카초콜릿. (엄마가 먹어도 맛있긴 하더라..) (출처=SSG닷컴)



단 음식이 왜 몸에 좋지 않을까? 설탕을 많이 함유한 단 음식을 먹으면 핏 속의 '당' 농도(이걸 '혈당'이라고 해)가 급격하게 올라가는데, 이걸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 인슐린이라는 혈당 조절 호르몬이 갑자기 많이 나오게 되지. 그러면 이번엔 혈당이 다시 급격하게 떨어지게 돼. 이렇게 혈당이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게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는데, 이게 반복되면 어느 순간 인슐린이 많이 나와도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든.


게다가 설탕이 많이 든 음식은 중독성이 있어. 뇌에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서, 꼭 마약을 복용한 것 같은 쾌락을 느끼게 하거든. 뇌가 '설탕 중독'에 빠지면 우리도 모르게 계속 설탕을 찾게 돼. 과자나 단 음료수를 계속 먹게 되지. 그러다 보면 살이 찌는데, 체중이 불필요하게 늘면 여러 질환에 노출되기 쉬워. 안그래도 나이들수록 체중이 증가할 확률이 더 높은데, 설탕 중독까지 가세하면 건강이 금세 안 좋아지겠지? 그리고 체중이 많이 늘면 노출되기 쉬운 병이 바로 '당뇨병'이란다.





당뇨병은 우리 핏속의 혈당조절되지 못해 정상보다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병이야. '당뇨(糖尿)'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소변이 달콤해지는 병이지. 핏속에 많은 당이 소변으로까지 배출되기 때문이야. 혈당은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두 가지 호르몬에 의해서 일정하게 유지되지. 그런데 혈당이 높으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면서 '당뇨'가 되는 거야. 혈당 조절이 뭐길래  '당뇨병'이라는 병이 있고, 또 이 당뇨병을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음, 당뇨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포도당’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네. ‘포도당’은 영어로 ‘글루코스(glucose)’라고 하는데, 우리 몸이 에너지로 쓰는 대표적인 단당류('당'이 한개만 있다는 뜻이야. 두개면 '이당류', 여러 개면 '다당류'라고 해) 물질이야. 밥, 빵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화를 거쳐 잘게 분해되고, 가장 작은 단당류인 포도당 형태로 흡수되지. (다른 말인데, ‘포도당’ 할 때 그 ‘포도’는 우리가 아는 그 보라색 알맹이 많은 과일이 맞아. 포도당이 포도에 많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포도당으로 이름 붙인 건 아니고, 1747년 독일의 화학자가 맨 처음 건포도에서 뽑아낸 걸 발견했기 때문에 포도당이라고 부르지)

  

어쨌든 이 포도당이 피에 녹아 있는 걸 ‘혈당(핏속의 포도당)’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은 항상 일정하게 혈당을 유지하려고 하거든. (혈당, 체온 등 우리 몸이 계속 같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항상성’이라고 하지) 일정한 혈당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포도당이 뇌, 신경, 폐 같이 중요한 조직이 쓰는 필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야. 그래서 우리 몸은 혈당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호르몬이 따로 있을 정도지. 바로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이야.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이, 낮아지면 글루카곤이 분비돼서 혈당을 조절하지. 보통 식사하기 전 혈당이 80~130mg/dL, 식사하고 2시간 지난 후 혈당 180mg/dL 미만인 경우 정상 범위 혈당이지.


그런데 혈당 조절이 안 되면 건강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혈액 내에 당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소변으로 배출하게 돼. 혈당 수치가 180mg/dL 정도 되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데, 이 정도로는 스스로 알기 어렵고 혈당이 200~250mg/dL가 넘게 되면 당과 함께 수분 배설이 많아진단다. 몸 밖으로 수분이 나가니 갈증이 자주 오고 음식을 많이 먹게 되고 소변도 많이 보게 돼. 그뿐 아니라 피로감을 자주 느끼고 체중도 줄게 되지.


게다가 오랜 기간 혈당이 높은 상태로 있게 되면 혈관이 좁아지는데, 그러면 피가 통과하기 어려워서 신체 각 부위로 가는 혈류가 감소되고, 혈관벽이 손상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생겨. 끈적해진 피가 몸 이곳저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걸 '당뇨병 합병증'이라고 한단다. 당뇨병이 무서운 건 바로 이 합병증 때문이야. 당뇨병 합병증으로는 심근경색, 뇌졸중, 망막증, 신부전 같은 질환들이 있지. 또 말초신경에도 손상이 와서, 우리 몸의 가장 끝 부위인 발에서 감각을 느끼기 어려워져서 상처를 입어도 잘 모르게 되는데 심하면 발에 궤양이 생기기도 해. 이런 합병증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혈당을 정상에 가깝게 조절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단다.


당뇨병에는 제1형과 제2형 당뇨병으로 나눌 수 있어. 제1형 당뇨병은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못해 혈당이 높아지는 병이야. 위에서 말했듯 인슐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혈당이 높아지면 혈액 내 포도당을 세포로 유입시켜서 혈당을 낮춰준단다. 그래서 인슐린이 부족해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는 인슐린을 직접 주사하는 방법으로 제1형 당뇨병을 치료해야 하지. 이 인슐린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먹어서 섭취하면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되니 주사기로 주입해야 한단다. 피하주사로 직접 주사하거나 인슐린 펌프를 이용해 주입하지.


당뇨병은 원인에 따라 제1형과 제2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원인이 다르니 치료 방법도 다르단다. (출처=헬스경향)

 

반면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분비되긴 해도 그 양이 충분하지 않거나 정상적으로 일하지 못해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야. 고열량·고단백 식단, 운동부족,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고, 특정 유전자나 약 복용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어. 제2형 당뇨병의 경우에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포도당 흡수를 조절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약물을 사용해서 혈당을 조절한단다. 몸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원리에 따라 다양한 경구용 혈당강하제(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먹는 약')이 개발됐지. 그리고 먹는 약뿐 아니라 주사로 투여하는 약도 있지.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종류가 다양하단다 (출처=의학신문)

 

경구용 혈당강하제는 종류가 꽤 다양하단다. 종류가 다양하고 이름도 긴데, 한 번에 기억하긴 어려울테니 '이런 종류가 있구나' 하는 정도로 간단히 얘기해 볼게. 대표적인 경구용 혈당강하제 성분이 바로 '메트포르민'이란다. 제2형 당뇨병에 걸렸을 때 가장 먼저 쓸 수 있는 성분이지. 이 메트포르민은 간에서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고, 소장에서 포도당 흡수를 줄이고, 근육에서 포도당 이용을 늘려서 혈당을 조절해. 한마디로 포도당이 핏속에 덜 떠돌아다니게 조절하는 셈이지.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SGLT-2 억제제'가 있어. 그동안 당뇨병 치료제라고 하면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되지 않게 하는, 그야말로 '당뇨'를 억제하는 약이었는데, 이 약은 오히려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을 늘려서 혈당을 낮춘단다. 우리 몸에 있는 다양한 포도당 수송체(포도당을 옮기는 통로) 중 SGLT-2(sodium glucose co-transporter-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는 신장에서 포도당을 다시 흡수하는 역할을 하거든. 그런데 SGLT-2 억제제는 이 수송체를 억제해서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걸 막지. 핏속에 포도당이 많으니 '갖다 버려자'는 전략이지. 대표적인 SGLT-2 억제제 성분으로는 엠파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 성분이 있어.


또 비만약 설명할 때 얘기했던 'GLP-1(glucagon like peptide-1, 글루카곤과 유사하게 일하는 펩타이드) 유사체' 제제가 있지. GLP-1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글루카곤 분비는 줄이거든. 또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을 좋게 만들어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지. 대표적으로 엑세나타이드, 리라글루티드, 둘라글루티드 같은 성분이 있지. 이런 성분은 펩타이드 구조이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 되고 주사로 투여해야 한다고 설명했었지?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1~2회 또는 주1회 피하주사로 투여하는 약이란다.


그리고 'DPP-4(dipeptidyl peptidase-4) 억제제'가 있는데, 인크레틴 호르몬을 분비하는 DPP-4를 억제해서 혈당을 조절한단다. 인크레틴 호르몬은 음식을 섭취할 때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야. 췌장을 자극해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인슐린과 반대로 일하는 글루카곤을 억제해서 인슐린 작용을 정상화시키는 호르몬이지. DPP-4 억제제는 혈당에 따라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사용해도 저혈당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어. '~글립틴'으로 끝나는 약들인데, 예를 들어 시타글립틴, 빌다글립틴, 리나글립틴 등의 약이 있단다.


또 다른 당뇨병 치료제들이 많은데, '치아졸리딘디온계' 약물은 근육과 지방에서 인슐린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역할을 해 주지. 포도당이 핏속을 돌아다니지 않고 세포에서 잘 사용될 수 있도록 해서 혈당을 낮추는 전략이지.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포도당이 장내에서 흡수되는 것을 지연시켜서 혈당이 오르는 걸 막지. 다만 치아졸리디온계 약물과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인슐린 분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서, 단독으로 사용할 때 저혈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지.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설포닐우레아계' 약물과 '메글리티나이드계' 약물이 있지. 얘네들은 췌장 베타 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서 혈당을 조절하는데, 췌장 베타 세포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남아있는 경우에 효과적이야.

 

혈당을 낮추는 약의 종류와 특징이야. 엄청 많지! (엄마는 이걸 학부 시절 달달 외웠었는데, 지금보니 표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됐네) (츨차=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당뇨병 치료제를 쓸 때는 주의할 점이 많지만, 특히 주의할 건 바로 '저혈당'이야. 높은 혈당을 낮추려고 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했는데, 오히려 혈당이 너무 낮아져서 건강에 이상이 오는 경우지. 저혈당이 되면 땀이 나거나 손이 떨리고, 현기증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심하면 경련, 발작, 혼수 증세가 나타나지. 저혈당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사탕이나 주스, 비스킷 등을 먹어서 즉시 혈당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해. 만약 의식이 없는 위급한 경우라면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13.8%)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해. 65세 이상이 되면 이 비율은 10명 중 3명으로 증가하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남녀 모두에게서 당뇨병이 많이 발병해. 서윤이 할아버지,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어서, 약을 드시면서 혈당을 매일 체크하고 생활 습관을 건강히 유지하려고 애쓰고 계시지. 혈당을 잘 유지한다는 건 이렇게 생활 습관을 어떻게 갖고 있느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야.


그래서 백세 시대에 슬기롭게 나이들어간다는 건, 이전보다 식습관을 더 절제하고 규칙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지. 나이들수록 습관에 더 공을 들여야 하는 거야. 그런 의미에서 요즘 판초콜릿을 부쩍 찾고 사탕과 젤리를 좋아하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올봄부터는 단 걸 어떻게 줄여나가야 할까 좀 고심하고 있단다. 요즘 부쩍 입맛이 돌아 통통해진 서윤이를 보는 건 좋지만, 굳이 설탕을 많이 먹여서까지 통통하게 만들고 싶진 않거든. 너무 달달해져 버린 서윤이 입맛을 원래대로 되돌려 놔야겠어. 아, 그러기 전에 아빠부터 초콜릿을 그만 사게 하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 봐야겠구나.


 


참고문헌

1) 헬스조선, 단 거 많이 먹으면 당뇨 걸릴까?

2) MSD 매뉴얼, 당뇨병

3) 삼성서울병원 당뇨교육실, 당뇨병 개요

4) 대웅제약 뉴스룸, 의약성분백과, 당뇨병 치료제

5) 약학정보원 약물백과, 당뇨병 치료제

6) 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 문준호, 임수, J Korean Med Assoc. 2020;63(12):766-775

7)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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