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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티제 Jul 22. 2021

너는 왜 특수학교 선생님이 된 거야?

네가 선생님이라 다행이다.

 동생은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4년 정도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4년 내내 아깝게 실패했고, 지금은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다. 한편으로 4년의 시간을 날린 것 같다고 후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를 배웠다고 한다. 스스로 시험공부랑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다행히 동생은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대학원에서 행동분석도 공부하고 있다. 내가 기억하기로, 꽤 오래전부터 동생의 목표는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특별히 되고 싶은 것이 없었던 것 같은데, 동생에게 갑자기 확고한 목표가 생긴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동생에게 언제 꿈이 생긴 걸까?     



나: 어쩌다 특수학교 선생님을 꿈꾸게 된 거야?

동생: 선생님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어. 고1 때 선생님이, 나이가 좀 많은 분이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오랫동안 교직 생활하면서 얼마나 시달리고 힘든 것들이 많았겠어. 그래서 그냥 늘 무기력하고 우리한테 무관심하셨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도 그냥 그러려니 하셨는데, 그분이 나쁜 선생님은 아니라서 그런 건 아니었고, 하나하나 대응하고 가르칠 만한 에너지가 없으셨던 것 같아. 

 어쨌든 그렇게 방치된 것처럼 지내다가, 고2 때 담임선생님을 만났지. 거의 첫 부임한 젊은 남자 선생님이었는데 엄청 젊은 분이었어. 열정이 넘치더라고. 그래서 우리 반 모든 애들을 다 끌고 가려고 했어. 우리가 잘못해서 체벌을 하더라도 절대 감정으로 대하지 않았어. 그래서 체벌당하면서도, 선생님이 진짜 우리를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


나: 그분 대단하시다.

동생: 선생님은 공부하고 싶은 애들도 도와주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도 다른 꿈이 뭐 없을까 찾아봐 줬어. 아무래도 선생님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했을 테니까, 우리가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이건, 이런 자격증이 있어.’ 이러면서 알아봐 주고 또 비슷한 다른 길이 뭐가 있는지도 알아봐 주고.

 신기한 게, 선생님의 그런 노력 때문인지 진짜 말 안 들었던 애들이 점점 변해 가는 거야. 선생님한테 상담도 받으려고 하고. 그런 걸 보면서, ‘사람이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구나. 대단하다.’ 싶었어. 그 선생님을 보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     


나: 선생님이 다른 친구들을 변하게 하는 것을 보고 너도 그러고 싶었던 거야?

동생: 어쩌면, 초중고 학창 시절은 평생 기억에 남는 경우도 많고, 인생에 영향도 많이 주잖아. 나도 그 선생님처럼 학생을 변화하게 하고, 더 좋은 길을 알려 주고 그런 일을 꼭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얘기를 선생님한테 하니까,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주시더라고.      


나: 그중에서도 특수교육을 정한 이유는 뭐야?

동생: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었어. 근데 그거 알지? 진짜 나쁜 애들이 특수학급에 있는 친구들 괴롭히고 놀리고 때리고 그러잖아. 그게 너무 싫었어. 그래서 특수학급에 있는 친구들을 많이 도와줬어.

 나는 학교 다닐 때 친구가 많은 편이었는데, 내가 특수학급 친구들을 도와주니까 다른 애들도 특수학급 친구들을 도와주더라고. 그래서 다 같이 놀기도 하고 점점 분위기가 바뀌었어. 그중에서도 내가 특별히 가깝게 지냈던 특수학급 친구가 하나 있어. 영광이라고. 영광이는 원래 사람 얼굴이나 이름을 기억하는 친구가 아니었어. 어느 날 영광이네 부모님이 그러시더라고. 다른 사람 이름이나 얼굴,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데 내 이름만 기억한다고.     


나: 내 동생 대견하네.

동생: 그렇게 특별하게 지내면서 자주 놀고 그랬는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영광이는 일반 학교가 아닌 특수학교에 진학했어. 그렇게 헤어졌지. 몇 년이 지나고 학교에서 단체로 특수학교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는데, 어떤 애가 멀리서 날 보더니 내 이름을 부르면서 막 뛰어오는 거야. 처음에는 놀랐는데, 자세히 보니까 영광이었어. 영광이가 다니던 학교였더라고.

 그런데 그런 상황을 모르는 다른 선생님들은 위험한 상황인 줄 알고, 영광이를 막아섰지. 그런데도 영광이가 막 나한테 뛰어와서 “정훈이!” 하면서 인사하고 안고 그랬어. 나를 알아보기 힘든 거리였는데도 알아보고, 뛰어오고, 이름도 기억해 주고……. 그때 너무 벅차고 좋아서 그 뒤에도 그 장면이 종종 떠올랐거든.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으면서는 더 자주 떠올라서,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먹었지.     


나: 결국 꿈꾸던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 일은 어때? 주로 어떤 일을 해?

동생: 우리 반 학생이 6명이야. 6명이 얼핏 보면 적은 숫자 같지만, 애들 대부분이 1대1로 케어가 필요할 때가 많아서 6명도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어. 갑자기 자해를 하거나, 나를 때리거나, 친구를 때리려고 하거나 할 때도 많아.

 그래서 등교할 때 픽업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쉬는 시간에도 늘 같이 있어야 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늘 보고 있어야 하거든. 애들이 쉬는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아니니까 차라리 다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지. 애들이 좋아해.

 어떤 친구들은 화장실도 함께 가서 뒤처리를 도와줘야 해. 식사도 혼자 못하는 경우가 꽤 있고. 그래서 나는 일과 시간에 화장실 가기 힘들 때가 많아. 내가 화장실 가고 싶으면 다른 사회복무요원에게 잠깐 부탁해야 해. 일과 시간 내내 쉴 수 없으니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하지. 혹시라도 애들한테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 외에 사무적인 업무로는 알림장, 가정통신문 작성, 학부모 상담, 특별활동, 행정업무 처리, 교육 계획 수립 같은 일들이 있어.     


나: 애들이 너를 때리거나, 일이 힘들 때면 학생들에게 화나지는 않아?

동생: 절대 화나지 않아. 혹시나 자해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라도, 그 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럴 때 내가 할 일은, 애들이 다치지 않게 잡고 있으면서 보호해 주는 거야. 힘들기도 하고 맞으면 엄청 아플 때도 있는데 화나진 않아. 오히려 다른 애들한테 미안해.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는 애가 나타나면 그 애한테 좀 더 집중하게 되거든. 그때는 골고루 신경 써 주지 못하니까 미안하지.

 정말 마음속으로도 애들한테 화나거나 하지 않아. 다만 너무 제압하기가 힘들면 조금 더 세게 잡는다거나 하는 정도야. 그래서 어느 날엔가 어떤 애가 팔 쪽에 멍이 들었더라고. 자해를 심하게 해서 세게 잡고 있느라 멍이 생겼던 거지. 그래서 바로 학생 어머니께 말씀드렸어. 자해가 심하고, 다른 친구들을 때리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그러면 어머니도 이해하셔.          


나: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아. 

동생: 지금은 초등학생 담당이라 그래도 어느 정도 힘으로 통제가 되는데, 고등학생 담당했을 때는 정말 힘센 애들이 많아서, 가끔 목숨 걸고 해야 하는 느낌이었어. 그 친구들은 본인이 누굴 때리면 상대방이 얼마나 아플지 모르거든. 아플 거라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건데, 나는 애들이 다치지 않게 힘을 조절하면서 진정시키는 게 목적이니까 힘의 크기 자체가 달라.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하신 분들 중에는 팔이나 손목 인대가 상한 분들이 많지. 그래서 평소에 뚜껑 따는 것도 힘들어하더라고. 일종의 직업병이지 뭐.      


나: 다른 힘든 일은 없었어?

동생: 애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 같아. 사춘기가 오나 봐. 표정이 우울해진 애들도 많아. 특히 장애 정도가 덜해서 똑똑한 애들이 더 그래. 그런 애들은 본인에게 장애가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있대. 그러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런 애들을 보면 마음이 쓰여. 얼마 전에는 학생 한 명이 학교를 탈출하기도 했어.     


나: 큰일 아니야?

동생: 평소엔 혼자서도 화장실을 잘 다녀오는 친구였는데. 그날따라 기분이 이상했나 봐. 다른 반 아이긴 했는데, 그냥 갑자기 뛰어 나가 버렸대. 듣고 보니 가끔 그런 일이 있더라고. 학생이 학교 밖으로 벗어나자마자 바로 신고하고, 선생님들도 구역 나눠서 순찰 나가더라고. 자동차 스무 대가 나가서 순찰 돈 것 같아. 문자로 계속 예상 위치 전송 오고. 학생 인상착의 바로 전송되고. 다행히 얼마 안 있다가 바로 찾았어.     



 동생은 기간제 교사를 시작하고 몇 개월 만에 8kg이 빠졌다. 주제넘은 말일지 모르지만 나는 내 동생 같은 사람이 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보통의 소명 의식을 갖고 하기는 너무 힘든 일이니까. 지금도 옆에서 학부모님께 드릴 애들 사진을 하나씩 모아서 영상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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