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에세이#10
주말에는 '물건'처럼 집에 가만히 놓여 있다.
쓰임새가 없어진 물건처럼 놓여 있다.
직장에서 나는 어느정도 쓰임새가 있는 '물건'이다.
아니다. 물품인가. 아니다. 문구용품인가.
직장에선 나는 '나사못'이라는 사물이다.
수많은 나사못 중 하나이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물건인건 다름 없다.
집에서는 사람 모양의 사물이다. 인형과 비슷하다 해두자.
집에서는 물건처럼 가만히 놓여 있는 게 편하다.
누가 나를 집어들어서 사용할 사람도 없다.
물건처럼 아무 말 없이 놓여있다.
선을 넘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없다.
멀리 놀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소리와
냉장고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주말에는 집에 가만히 놓여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셔츠를 바라본다.
누군가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