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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은 Jun 07. 2024

첫 책 출간_선생님의 안부를 묻습니다.

살짝 붕 뜬 마음을 누려본다.

온라인 서점에 책이 등록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장 교보문고/ 알라딘/ yes24에 접속해서 책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뭔가 새롭다. 출판사 대표님이 사진을 보여주실 때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서점 사이트에 올라온 걸 보니 여러 기분이 든다. 설레기도 하고, 약간 벅차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서점 사이트에는 우리의 글이 부분 부분 발췌되어 실려있었다. 

맛집 벽면에 이름을 쓰는 심리가 이런 걸까? 

책들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끝이 없는 그런 세계가 있다면, 그런 거대한 암석 어느 귀퉁이 어딘가에 우리의 문장도 작게 조각되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너무 방대한 그곳에서 눈에 띄지 않지만, 그냥 그곳 어딘가에 이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벅차오른다고 해야 하나?! 



실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카톡에 책 사진 올릴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오히려 숨기려고 했다. 글 속에서 이미 나를 너무 드러내서, 때론 발가벗겨진 것 같기도 해서 살짝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필명을 썼고 닮지 않은 캐리커처도 마음에 들었다. 근데 막상 온라인 서점 사이트의 책 소개를 보자 기분이 묘했다. 같이 작업한 선생님들과의 단체 톡방도 불타올랐다. 이곳저곳의 서점 사이트를 같이 공유하고, 책 사진들을 나누고, 그동안의 애씀에 대해 덕담을 주고받고. 그 분위기에 실려 나도 붕 뜬다. 



용기 내어 카톡 프사를 바꿔보았다. 지인들에게도 조심스레 소식을 전했다. 

내가 쓴 글 속에 등장인물로 나와주는 지인에게도, 날 것의 초안을 먼저 읽고 느낌을 공유해 준 지인에게도, 고마움과 즐거움을 전해본다.


마침 이번 주에 엄마가 내게 보내준 캘리그래피


실은 어제 오늘 혼자 여행을 몇 달 전 계획했다. 금요일에 재량휴업일이니까, 낯선 곳으로 떠나 몸도 마음도 환기시키고 싶었다. 아침에 급 방향을 바꿨다. 기차표를 새로 끊고 고향 집으로 향한다. 혼자보다 가족과 이 즐거운 기분을 나누고 싶어서. 


엄마가 보내온 캘리 문구 : 보아주지 않아도 웃어주지 않아도 혼자 외롭게 피어도 잊지마 너는 꽃이야.  

"그래, 잊지 마. 너는 꽃이지."


그래도 읽어주었으면 하지~. 떨리지만 그래도 우리의 책을 많이 보아주길 바란다.  


함께 작업해서 더 좋았다. 


그동안 교사로 지내면서 내가 느낀 것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책 한 권의 분량이 욕심났었다. 그런데 함께 작업해 보니, 내가 쓰지 못한 부분을 나머지 다섯 분이 각자의 빛깔로 채우고 빛내주셔서 너무 좋았다. 그래서 오히려 내 글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우리 멤버들에게 내가 요 근래 자주 말했다.

"첫 책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데뷔로 치면 솔로가 아닌 아이돌이잖아요. 각자 포지션이 달라서, 문체도, 스타일도, 모두 각자 개성이 있어서 좋아요."


함께 합을 맞추어가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아, 내가 때론 뒤에서 받쳐주고 뒤로 물러나야 할 때가 있겠구나. 때론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때론 배경으로 빗겨주는걸, 그런 중심을 잘 잡아야겠구나.'

쓰고 읽고 고치면서, 우리 여섯 명의 글이 함께 모여서 빛났으면 했다.  


작년 이 무렵 처음 어색하게 만났던 날도 떠올랐다. 이후 한 달에 한 번 간격으로 만났다. 1기 선배님들에게 조언도 들었다. 그렇게 기획부터 시작하여, 작년의 여름을 거쳐, 계속 가다듬고, 초안을 썼다. 이후 좋은 출판사와 연이 닿고, 몇 꼭지의 글을 써 보았고, 합평을 하며 합을 맞추어 갔다. 이후에는 글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반복하여 읽고 또 고쳤다. 


그렇게 내 글을 하도 고치고 읽었더니 (뭐, 안무 연습이라고 할까나) 이제 내가 썼던 문장이 어떤 대목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더 한 대목 한 대목에 정이 든 것 같다. 미래의 독자님들에게도 조금이나마 그 문장의 진심이 닿는다면 참 좋겠다. 



책은 스스로의 길을 걸어갈 것이야.


이제 그 문장들은 내 손을 떠났다. 세상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우리의 첫 책은 스스로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6월 13일 다음 주 목요일부터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모니터 활자로만 보던 글이 드디어 물성을 띈다니!

이제 곧 한 장 한 장 넘기며 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금 벅차기도 하다. 그렇다고 막막 엄청 달아오른 것과는 좀 다르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온하다. 그래도 이 약간 붕 뜬 마음을 충분히 누려보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그리고 가족에게로 왔다. 


p.s.

내일은 다음 달에 있을 '출판기념회'를 위해 멤버들과 만난다. (우리는 이제 밴드 이름도 '예비 교사 작가'에서 예비를 빼고 '교사 작가'로 바꾸었다. ㅎㅎ)


음., 출판 기념회라?! 가수로 치면 데뷔 쇼케이스 무대고, 음식점이라면 개업 행사겠지?! 오시는 분들께 나는 무엇을 남겨드리고 싶을까? 돌아가면서 그 시간이 따뜻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런 선물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어떤 걸 준비할지는 내일 얘기를 할 예정이다. 기쁜 마음으로 내게 오는 이런 감사한 시간들을 충분히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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