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으로 만난 나의 동료들 Part.3
오랜만에 지난 학교 동학년 선배들을 보았다. 두 분 다 경력도 오래되시고 능력자들이다. 부장업무를 오래 하셔서 업무에도 능숙하셨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시며 학급관리도 잘하시는 멋진 선배들. 그런 그분들도 또 나름의 고민을 하는 걸 보았다.
선배들도 매 번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이 중요한 변곡점인 것 같아."
그러나 이 날의 화두는 “이제 명예퇴직까지 몇 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였다.
내가 교대를 왔을 때만 해도 교사에 대한 이미지 하면 안정적이다, 잘리지 않는다, 여자에게 좋은 직장이었다. 등이 딸려왔다. 100세 시대라는데 정년이 보장된 직장이었다. 부모님 세대가 겪은 IMF와 금융위기 같은 변화 속에서도 안정성이 보장되는 직업이었다.
그러나 현장에 오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들 내부에서는 “정년퇴직은 고사하고 명예퇴직까지 할 수 있을까?”를 스스로와 서로에게 물었다. 젊은 교사들은 명예퇴직을 한다고 해도 연금액도 적고 오래 기다려야 했다. 명예퇴직이라고 뾰족한 수도 아니었다. 선배들도 고민을 하는구나 싶었다. 내가 그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겠는가. 선배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평생직장, 직업이라는 의미가 점차 옅어지고 있었다. 시대는 계속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다른 직종들은 퇴사와 이직도 잦았다. 앞으로는 기존의 직업이 많이 없어지고 바뀔 거라는 뉴스와 트렌드들은 불안감을 조성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겉으로 지금 유망해 보여도 또 그 안에서는 나름의 부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IT종사자 하면 떠오르는 건 판교의 화려한 사옥, 잘 나가서 좋겠다, 부럽다였다. 외부자로 내가 그들을 평가한 이미지였다. 실재 종사하시는 분이 “새로운 언어 익히려고 매번 스터디해요. 그 건물들이요? 밤이 돼도 불이 꺼지지 않죠. 판교의 등대예요.”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다들 불안하구나.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애쓰고 있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학교가 지금 목도한 위기들을 ‘다들 그래.’하며 넘기자는 말은 아니다. 이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개개인의 교사들을 위해서도, 다수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도 개선되고 해결해야 할 제도들이 많이 남아있다. 더욱이 우리 직업은 이직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 교육대학교는 오직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특수목적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이뤄낸 것을 던지고 교직을 포기하는 젊은 교사들이 많다.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심이 필요한 요 근래이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들을 개인의 삶으로 본다면 어떨까? 어쩌면 잠시 멈춰서 되돌아볼 때가 주어진 것은 아닌가 싶었다. 100세 시대라지만 내가 언제까지 살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노후대비 재무상 담을 받은 적이 있다. 단순히 재무뿐 아니라 4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건강', '재무', '여가시간', '대인관계'가 준비가 되었는지를 점검했다.
퇴직 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이건 나의 부모님 세대만의 고민만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내게도 생각해 볼 주제였다. 더욱이 올해는 나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좋을지, 쓸모없는 시간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인지 고민했다. 아무런 성과도 나지 않고, 돈도 못 벌고 있으면 마치 무용(無用) 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근데 쓸모없는 시간은 정말 아무 의미가 없나? 우리가 일했던 시간도, 고민하는 지금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도 모두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불안한 요즘에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는 이 쓸모없는 시간이 더 간절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