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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이 Oct 11. 2020

한국형 캠핑카, 진화의 종점

1. 집(Home)이 될 수 없는 한국형 캠핑카의  오늘과 내일

캠핑카 구매 시 무엇이 영향을 미칠까?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에 관해서는 이미 '무의식이 결정하는 캠핑카'에서 설명했다. 이 무의식이란 아주 옛날부터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동안 한국인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각인된 삶의 양식에서 비롯된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모터홈과 캠핑카의 경계에서 캠핑카를 더 선호하게 되는데  이러한 선호를 이해하기 이해서는 먼저 집(Home)과 사람과 여행(자)에 대한 문화사회학적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사람과 여행(자)의 차이 

2020.10.01. 욕지섬 캠핑, 천왕봉 전망대에서 본 나의 캠핑카 ⓒ멀티플

동서양을 굳이 구분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정 붙여 이웃과 함께 살았던 곳을 떠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지의 땅으로 이주, 여행한다는 것은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힘든 결정이었다. 현재도 지구촌 여러 곳이 위험지대로 방치되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주와 여행이 그리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그 옛날 같은 나라 安(안)에서도 여행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타국을 여행하는 것 역시 일반인들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고대부터 여행(추방)은 범죄자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 중 하나로 살던 곳을 떠나는 행위는 죽음까지 각오해야 될 만큼 위험천만한 행위로 살던 곳을 떠나거나 내 문화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위험천만한 중요한 사안으로 취급되었다. 이런 씨족사회의 폐쇄적 문화를 지나게 되면 고대 국가들은 주변국 간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게 되면서 강대국은 약소국을 지배하는 정복전쟁의 시대가 도래한다. 정복전쟁의 시대는 오랫동안 되풀이되었고 강자만이 살아남아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그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된다. 이런 문화의 저변에는 강한 자신을 증명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기 위한 삶의 양식이 자리 잡는데 오랫동안 머물던 집(Home)의 울타리를 벗어나 위험천만한 새로운 땅을 개척하는 삶의 방식이 그것이다. 그 결과 타지방 혹은 타국을 여행하는 여행자에 대하여 모험가, 개척가로 높여 부르며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  

한국의 문화도 예외일 수 없지만 한국문화에서 오래도록 이웃과 정 붙여 살아왔던 고향과 집(Home)을 떠나는 행위와 그 사람에 대한 관점은 타 문화권과 다른 차이점을 보이게 된다. 전쟁으로 인한 수탈의 시대를 수없이 되풀이한 역사는 정복하는 자가 아닌 정복당하는 자의 운명 갖게 되면서 집(Home)의 울타리를 벗어난 사람은 되돌아올 수 없고 남겨진 가족은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 만큼 고난을 겪게 된다는 생각이 우리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게 된다. 오래전부터 농경사회로 정착을 선택하여 대대손손 한 곳에 머물며 집(Home)이란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고 평생토록 가족을 지키는 사명과 그런 사람만이 강한 사람으로 인정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서 살던 집(Home)을 떠나 타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자에 대하여 방랑벽, 역마살 등의 이름을 붙여 부정적이며 반사회적인 이미지를 갖게 것이 한국문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타향을 떠도는 사람들에게 붙여진 사회적 시각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역마살의 ‘역마’는 조선시대 역참에서 사육하던 말(馬)로 이 말들은 전국 팔도 안 가는 곳이 없었으니 지속적으로 떠돌아다닌다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살’은 기운을 의미하는데 좋은 기운보다는 나쁜 기운을 뜻하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역마살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선 안 되는 말로 사용된다. 방랑벽의 ‘방랑’은 한 장소에 머무르지 못하고 돌아다닌다는 의미로 사용되었고 ‘벽’은 행동을 의미하는데 좋은 행동이 아닌 나쁜 행동을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이 또한 사람들이 쉽게 말해선 안 되는 말로 사용된다. 이러한 단어가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부여한 시각과 관점이었다면 죽음에 이른 사람에게까지도 이런 의미를 동일하게 부여하게 된다. 집(Home)이 아닌 곳에서 죽음을 맞으면 객사라 하는데, 나쁜 귀신이 되어 천국을 가지 못하고 이승을 떠돌 뿐 아니라 남은 자손에게 해를 미친다는 믿음으로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반드시 집(Home)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이때 죽음을 재택사(在㡯死)라 해서 혼령의 안식뿐 아니라 남은 자손까지 편할 수 있다는 믿음은 오랜 기간 지속된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임종에 가까운 환자를 집(Home)으로 모시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듯 집(Home)에 대한 한국의 문화적 특징은 삶을 넘어 죽음까지 그 울타리를 벗어나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집(Home)에 대한 집착과 애착은 한국의 문화가 타 문화권과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남다른 문화적 특징과 차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욕지섬의 모노레일 2020.10.01. 캠핑카 여행 중 ⓒ멀티플


모터홈과 캠핑카의 경계에서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

이미 타 대륙과 한국의 캠핑카는 명칭에서부터 차이가 남을 설명했다. 모터홈을 선택한 소비자들의 무의식은 무수히 많은 유럽 국가들의 패권경쟁을 다투던 유럽인들과 드넓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금(GOLD)을 찾아 떠나온 사람들에게 널찍하고 편안하고 안락한 집(Home)은 꿈에서도 그리웠을 뿐 아니라 새로운 희망과 모험을 찾아 언제든지 떠나고픈 이상과 동경이 오랜 시간 반복되어 습관으로 몸속 깊은 곳에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들의 무의식은 편안하고 안전한 집(Home)을 상징하는 모터홈을 원했으며 북미지역은 넓은 대륙을 오랜 시간 여행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큰 집이 필요하게 되므로 지리적 특성에 맞춘 모터홈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유럽지역은 인접국 간 짧은 거리를 여행하기에 편리하도록 지리적 특성에 맞춘 모터홈으로 발전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서양문화권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찾아 항상 떠날 수 있도록 사회적 시각은 긍정적이었으며 지리적 환경에 따라 모터홈은 북미형 모델과 유럽형 모델의 특징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라 보인다.

캠핑카를 선택한 한국의 소비자들은 어떨까? 오래전부터 정착생활을 선택해 정든 집(Home)을 떠나는 사람과 공동체 속에 남은 사람이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했다. 정든 곳을 떠나는 사람, 새로운 곳으로 들어오는 사람 그리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융합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화합하기까지 모든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살던 곳은 떠나는 것뿐 아니라 죽음에 가까운 사람에게 조차 집을 떠날 수 없도록 오랜 시간 반복된 사람들의 정서와 습관이 몸속 깊은 곳에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무의식은 죽음에 가까운 사람조차도 집(Home)을 떠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으므로 언제 어디서든 집(Home)을 떠날 수 있도록 고급주택의 느낌을 주는 모터홈은 한국 소비자들의 무의식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집(Home)의 느낌이 적은 모터홈보다는 캠핑카로 발전하길 원한다고 할 수 있다.


집(Home)이 될 수 없는 한국형 캠핑카

소비자들의 무의식은 캠핑카를 어떤 형태의 제품으로 보고 있을까? 내게 북미형 모델은 넓고 큼직한 고급주택(Home)으로 지구촌 어디라도 갈 수 있도록 편안함과 안정감으로 본인 다면 유럽형 모델은 고급주택보다는 비즈니스호텔 수준으로 지구촌 어디라기보다는 주변지역을 몇 주 정도 여행을 떠난다 해도 불편함 없는 여행에 안성맞춤과 편리함으로 보인다. 국산 캠핑카는 집(Home)보다는 쉼터 정도의 수단으로 멀리 떠나기엔 불안하지만 2~3일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잠깐 나들이하는 정도의 편의성을 갖는다는 것이 적절한 제품에 대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소비자들에게 고급주택의 북미형 모델보다는 집(Home)의 느낌은 적은 유럽형 모델에 선호도가 높았던 것이며 그보다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한국형 모델이 본격적으로 출시되면서 집(Home)의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 한국형 모델로 한국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나게 된 것이다. 다만 국산 캠핑카 시장이 경쟁적으로 유럽형 스타일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보여준다면, 또는 언론의 지속적 노출 등 홍보가 된다면 학습효과로 인해 한국 소비자들의 무의식은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욕지섬의 바다 2020.10.02. 캠핑카 여행 중 ⓒ멀티플

진화의 종점 

한국의 소비자가 원하는 한국형 캠핑카는 최종 어떤 모습일까! 국산 캠핑카 제조업계는 오늘도 바쁜 하루 속에서 제품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나 그 방향은 제대로 가는 것일까? 변화를 통해 진화 중인 국산 캠핑카의 종점은 수입제품을 쏙빼 닮은 모터홈일까? 아니면 전혀 새로운 캠핑카일까? 한국의 소비자가 원하는 한국형 캠핑카의 모습이 모터홈이라면 지금까지의 고민은 필요 없이 그냥 달리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면 국산 제조업의 미래는 시장의 성장이 거듭될수록 어려운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런 미래를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한국형 캠핑카가 이런 모델임을 찾기 위해 국산 제조사 업계는 잠시 멈춰서 한국의 소비자들에게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0.10.02. 욕지섬 항구 현켠에 캠핑카가 주차되어 있다. ⓒ멀티플

최근 몇 년 새 빠른 속도로 급성장을 보인 국내 캠핑카 시장은 2019년 5월 아리아 모빌사에서 출시한 엔리코820s 모델의 영향으로 유럽형 스타일을 닮은 대형 캠핑카 시장에 불을 지피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국산 제조업계는 수입 모델을 닮은 대형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게 될 뿐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에서 투자처를 잃은 시중 투자자본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해 위해 닮은꼴 수입 모델의 대형화 추세 또한 더욱 부축이게 되어 결국 국산 캠핑카 시장은 수입 모델을 닮아가려는 신제품 각축장으로 변질되어 가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뿐 아니라 베이스차량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될 텐데 엔리코820s모델이 이탈리아의 이베코사의 뉴델리 수입차량을 기반으로 하였으므로 이후 벤츠, 포드 등 다양한 종류의 수입차량으로 확대, 난립하게 되는 등 수입차 시장과 진입장벽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는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가던 국산 캠핑카 시장이 단순히 수입 모델을 닮아가는 형태로 대형화 시장을 맞게 될 경우 이는 제조업 스스로 수입제품을 홍보하는 홍보대사가 되어 국산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수입제품을 찾도록 눈높이 왜곡 및 선호도를 강제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시간이 지속되게 될수록 수입 모델을 따라가던 국산 제조업계는 잠깐이겠지만 유럽의 문화, 북미의 문화를 가진 그들보다도 더 유럽형 모델로 더 북미형 모델을 그들보다 더 잘 만들 수 있다는 자기 최면에 빠지게 되고 고유문화를 갖은 그들을 이길 수 있다는 착각과 과대망상을 갖게 되어 결국에 북미형, 유럽형 모터홈과 수입자동차의 우수성은 높고 그에 반해 국산제품은 수준 낮다는 식으로 제조업계 스스로 국산 캠핑카를 질 낮고 싸구려 제품으로 시장에서 저평가하기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수입제품의 선호도를 높이는 시장 분위기는 국산 제조업계 스스로 위험하고 미래가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자동차는 제품을 팔기 전에 문화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수입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만든다고 해서 그들의 문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우수한 기술력도 좋지만 문화 창출의 중요성을 상기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수입 모델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시장 분위기에서 닮은꼴의 수입제품을 잘 만든다면 아주 잠깐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게 되겠지만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무의식이 수입제품으로 옮겨가면서 시장이 더욱 크게 성장할수록 시장을 유지할 소비자 기반을 잃은 국산 캠핑카 시장의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려볼 필요가 있다. 국산 캠핑카 시장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북미, 유럽 소비자들의 문화가 한국 소비자들 안방에서 주인으로 굴림하도록 스스로의 손으로 수입제품에 최적화된 시장을 만들어주게 된다는 아이러니, 추격 격추만 하다 해외 제품으로 한국 소비자의 등을 떠밀게 된다는 시나리오는 암울한 미래라 할 수 있다. 그들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해서 그들보다 더 그들답게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겠으나 그런 제품에서는 문화는 빠지고 기술만 존재하는 제품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므로 한국 소비자들의 몸속 깊은 곳에 있는 문화를 하루속히 일깨워 제품에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국산 캠핑카의 관심은 단순히 가격이 쌌던 우연보다는 과거 오랜 시간 동안 쌓여왔던 역사적 문화적 특성을 무의식이란 구매행위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캠핑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정든 집(Home)에 오래도록 머물면서 부모님, 아내, 아이들이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서 대대로 함께 살아가는 삶을 담을 수 있도록 한국의 문화와 어울리는 제품이 바로 한국형 캠핑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불어 가족과 이웃과 함께 사는 문화를  담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한국형 캠핑카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은 유럽형 모델과 같이 세련된 가구를 디자인하고 성능 좋은 가전을 빌트인 한 모터홈과 제품의 기능성 관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겠으나 문화의 관점에서는 용도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무의식 최소 5가지를 담아야 한국형 캠핑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주거문화를 담아야 한다.
두 번째는 가족문화를 담아야 한다.
세 번째는 놀이문화를 담아야 한다.
네 번째는 사계절을 담아야 한다.
다섯 번째는 한국인 특유의 트렌드를 담아야 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무의식을 담은 제품이라면 수입 모델은 한국형 캠핑카의 종점이 될 수 없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맞는 한국형 스타일은 어느 정도 한국의 문화를 담아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며 이런 제품의 모습이 한국형 캠핑카의 종착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10.02. 욕지섬을 나오며 통영항에서 ⓒ멀티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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