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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를로스 안 Aug 10. 2022

5. 생일 축하

마구 요동치는 심장 박동 소리를 느끼며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의 메일을 클릭했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헤어지자고 말한 자신을 책망하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가벼운 말 한마디로 이렇게 나와 멀어진 것을 실제 느껴보니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일주일 전에 카톡으로 보낸 짧은 이별 통지와는 대조적으로 이별을 말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는 문장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듯 계속 이어져 하나의 편지 형식을 이루었다.


K의 글을 읽었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일주일 전 카톡으로 이별 통지를 했던 K가 이메일로 이별을 말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일주일 전의 그녀가 지금의 그녀와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이별 통지를 받고 세상에서 가장 못난 사람이었던 나와 지금의 나가 같은 사람인지 더 의심스러웠다.


K의 후회가 담긴 메일을 읽고 또 읽으면서 앞으로는 바퀴벌레로 변신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한 달 전에도 일주일 전에도 오늘도 같은 나였고, 앞으로도 나로 살 수 있을 거 같았다. 비록 K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든 내 자리에서 나로서 살아가야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를 바퀴벌레로 만든 것은 그녀들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든 열등감이었음을 절감했다.


K는 나를 온전하게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학교 내에서 사람들에게 호의적이고 학과 활동에 자신감이 넘치며 후배들에게 인기가 있는 나의 일부분의 모습을 좋아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여자 선후배들과 모임이 있거나 저녁 자리가 있는 날 K는 어김없이 전화를 했다. 저녁자리가 마치기 전에도 여러 번의 전화로 나의 상태를 확인하다가도 내가 약속 없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일찍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나의 연락에도 무덤덤했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나도 모르게 여자 선후배들과 약속을 잡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K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랬던 거 같다. 그리고 그날은 어김없이 질투와 애교가 섞인 K를 만날 수 있었다.


14일의 도전 중 7일이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K의 후회 편지로 나의 도전은 응급상황을 맞이 했다. 도전을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도전을 제안한 소울메이트에게 다시 연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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