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메이트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14일이라는 시간은 상징적인 날짜였고 K에게 연락이 왔다면 "만나서 마음을 정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의견을 주었다.
K에게 후회가 가득한 편지를 받은 이상,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인생 도전 1차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고, 다음날 K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 전화를 받지 않았고 두 번째 전화도 받지 않아 간단한 카톡을 남겼다.
전화를 받지 않는 거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시간이 될 때 만나서 정리하고 싶다는 짧은 내용을 남겼다.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고 K는 많이 쑥스러워했다. 그리고 3일 정도 후에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3일이라는 시간은 길지도 짧지도 않게 지나갔다.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자주 걸었다. 그렇게 나를 돌이켜보고 K와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성급하게 K에게 다가간 자리에서 내 자리로 조금씩 돌아오고자 했다
커피숍에서 만난 K는 두 달 전 선배의 집들이 때 내가 늦는다며 짜증 내던 그녀로 돌아와 있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두 달 전으로 돌아간 거 같았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보이는 부끄러운 미소는 너무 따뜻해서 실연 후 느꼈던 슬프고 외로운 마음을 봄햇살에 눈이 녹듯 녹여 주었다. 키가 큰 K는 하얀 청바지에 힐이 있는 구두를 신었고 가슴이 조금 파인 흰색 티위에 노란 가디건을 입었는데 학교에서 만날 때와는 많이 달랐고, 마치 소개팅에서 만난다면 더 어울릴 거 같았다.
K는 소개팅에 나왔는데 아주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난 것 같았다. 부끄러워하면서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의 이야기에 호응을 해주었고 자주 손으로 입을 가렸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만난 자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분위기는 밝고 즐거웠다.
지난 열흘간 실연이라는 사건이 나에게 있었는지 의심스러웠다. 입을 가리며 나에게 환하게 웃어주는 K를 보면서 점점 나는 기억을 믿을 수 없었다. 그냥 잠깐 하룻밤 앓고 가는 감기를 폐렴으로 잘 못 안게 아닐까 생각했다.
K는 자신이 실수로 던진 말을 후회한다면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하며, 건너편 자리에서 옆자리로 성큼 다가왔다. 카톡으로 받은 이별 통지보다 눈앞에서 보이는 미소와 다가옴이 훨씬 더 실감이 났다. 1시간 정도면 될 만남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3시간이 지나고 있었고, K가 다가올수록 나는 이 만남의 끝을 결정할 권한이 없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