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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를로스 안 Aug 10. 2022

4. 우울한 생일

인생의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도전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고 어떤 날은 나를 그대로 바라봐주는 친구들도 만나면서 세상에서 제일 못생기고 카톡으로 처참히 차인 나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거 같았다. 하루하루 달력에 X표를 치면서 K에 대한 집착도 X하고 있었다.


K가 떠나는 것이 반드시 나 혼자만의 문제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느끼고 있을 때쯤 생일날을 맞이 했다.   


K와 보낼 거라고 생각했던 생일, 연락할 날을 적극적으로 있는 기다리는 유한도전(14일) 상황에서, 생일이 K의 연락을 다시 기다리게 만들었다. 지금은 K가 돌아올 거라는 기대는 이미 내려놓은 상태였으나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듣고 싶었다.


생일 축하를 그토록 받고 싶었던 건, 생일 축하가 하나의 인증 같은 걸로 받아들였던 거 같다. 우리는 연인 사이로 맞지 않아 헤어졌지만, 좋은 사람으로서 남을 수 있다는 인증 같은 거 말이다. 비록 기억 안에서만 남을 수 있다고 해도, 지금 나에게 K의 생일 축하는 절실했다.


오래된 고등학교 친구들과 조촐한 저녁을 먹으며 생일을 보냈다. 차인 나에게 위로를 해주는 친구들에게 고마웠지만 별로 위로는 되지 않았다. 자주 가는 이자카야의 닭튀김을 씹으며 맥주를 들이켜면서도 핸드폰의 진동이 오면 바로 카톡을 확인하곤 했지만 K에게는 아무런 연락도 메시지도 없었다.


맥주가 혈액을 타고 내 몸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심장박동을 빠르게 했고, 생일 축하라는 카톡 메시지에 대한 집착도 커져만 갔다. 친구들의 말에 집중이 안되어, 우울한 생일파티를 대충 정리하고 터벅터벅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몇 번이나 K에게 전화하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그러나 지난 7일간 도전의 효과가 있었는지 이 지긋지긋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혈관 속에 흐르는 술기운의 충동보다 강했다.

  

집에 돌아와서 하릴없이 메일함에 들어가 습관적으로 메일을 확인했다. 쓸데없는 광고 스팸메일을 지겹게 바라보다 K가 한 시간 전에  보내온 메일을 발견했다.


"생일 축하해"라는 제목이었다.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는 것이 술기운 때문인지, 내가 절실히 기다리던 K의 연락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심장의 펌프질은 점점 커져가 나를 압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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