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소울메이트는 나에게 인생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도전을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의 오지도 않을 전화를 기다리다 참지 못하고, 술에 취해 전화해서는 관계의 마지막까지 망치는 습관을 끊어보자는 제안이었다.
소울메이트는 사권 후 데이트한 날의 대략적인 총합을 물어봤고, 그 날짜만큼은 절대 전화를 하지 않고 마음의 정리를 하면서, 내가 K에게 전화를 걸 날짜를 기다리자고 했다. 전화를 걸어서는 공식적인 이별을 위한 만남을 제안하는 것으로 했다.
성숙한 어른들이 하는 이별을 위한 마지막 만남 같은 거 말이다.
14일, 이 주간의 시간이었고, K에게 전화를 할 날짜를 정해서 기다린다는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바퀴벌레로의 변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 도전을 받아들였다.
사실, 이 도전과 제안을 접수하는 거 말고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달력에 14일 후의 날짜에 동그라미를 하고, 하루하루 X 표를 쳐가며 14일을 반드시 기다려낼 거라고 소울메이트와 약속을 하고 스스로에게도 약속을 했다. 더 이상 바퀴벌레가 되고 싶지 않았다.
연애 인생에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도전을 시작했다. 대만 교환학생을 가기 위한 중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며 하루를 충실히 채워나갔다. 그런데 달력에 X표가 7개를 채워 갈 때쯤 문제가 생겼다.
내 생일이 다가왔다. K가 내 생일이 가까워져서 그렇게 빠른 이별 통지를 한 것은 아닌지 소심한 마음이 들어 K에게도 자신에게도 기분이 안 좋았다.
젠장, 실연 며칠 후 맞이하는 생일이라. 올 한 해는 친구들이 생일을 잊어주길 바랬다. 단, K는 기억해주길 바라는 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질퍽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