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자연식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아토피가 있는 하루의 피부 및 모질 개선, 자연식을 통한 근본적인 면역력 강화 등을 이유로 자연식을 시작하게 됐죠. 사실 자연식 이전에 생식을 한 달 정도 급여했는데, 장이 민감한 하루에게는 맞지 않아서 자연식으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생식 관련하여 따로 공부하고, 좋은 고기를 쓰는 업체도 알아봤는데 여러모로 아쉽게 됐네요.)
한 달 정도 자연식을 급여한 결과, 다행히 아직까진 하루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자연식 초기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는데,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이 잡힙니다. 그동안 자연식을 급여하면서 경험한 장단점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1. 즐거운 식사 시간
하루는 사료도 잘 먹는 편이지만, 자연식으로 바꾸고 나서 확실히 먹는 즐거움이 생겼다는 게 눈에 보입니다. 주방에서 재료를 다듬고 있으면 오늘 메뉴는 뭘까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죠. 처음엔 주방에서 요리만 하면 빨리 달라고 낑낑거렸는데, 요새는 잘 기다립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면 방으로 찾아와서 빨리 요리하라고 재촉하듯이 쳐다보는 새로운 습관도 생겼습니다.
2. 다이어트에 도움
하루는 먹는 것도 좋아하고 식탐도 있는 편입니다. 사료를 급여했을 땐 체중에 맞게 주는데도 양이 적어서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연식으로 바꾸고 나서는 똑같은 칼로리로 계산해도 야채랑 고기에 수분 함량이 많으니 양이 훨씬 많았습니다. 포만감은 더 느끼고 칼로리는 비슷하니 다이어트도 더 수월했고요. 하루는 한때 13kg 가까이 나갔는데, 지금은 11kg대에 진입했습니다. 아직 다이어트는 계속 진행 중입니다. 고관절이 약해서 수의사 선생님이 조금만 더 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자연식을 통해 무리하지 않는 다이어트를 할 수 있어서 좋네요.
3. 변은 조금, 영양소는 많이!
처음에 자연식으로 바꾸고 나서 설사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사료를 급여할 때 가끔 다른 음식을 주면 종종 설사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자연식으로 바꿨는데도 설사를 안 했습니다. 몸에 흡수되는 영양소가 많으니 사료를 먹었을 때보다 변의 양도 줄었고요. 생식을 할 때가 변의 양이 가장 적긴 했는데, 자연식은 그보다는 조금 많고 사료보다는 적습니다.
4. 알레르기/아토피 맞춤 식단
하루는 알레르기 때문에 사료 선택에도 제한이 있었습니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 몇 가지 야채류에 심한 반응을 보였는데, 의외로 사료에 야채가 많이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육류 함량이 많은 지위픽 사료를 먹였습니다. 지위픽은 고기 함량이 아주 높고 야채류가 들어가지 않아서 그나마 먹일 수 있었거든요. 그만큼 가격도 비싸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사료라 해도 유통이나 보관이 용이하게 만들어진 것이다 보니 첨가물이 안 들어갈 수는 없을 겁니다. 지위픽을 먹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진 않았지만, 아토피가 있는 하루를 위해 맛있는 한 끼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자연식으로 넘어왔습니다. 신선한 재료로 직접 만들면서 알레르기가 있는 재료는 제외하거나 다른 재료로 대체하여 요리할 수도 있어 좋았습니다.
1. 영양 불균형
자연식을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바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결핍이었습니다. 매번 칼로리를 계산하고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챙겨서 요리하는 게 쉽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시중에 나와 있는 요리법을 많이 따랐고 영양학 책도 틈틈이 봤습니다. 최대한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부족한 영양소를 채울 수 있도록 일주일 치 식단을 짜려고 했습니다.
2. 번거로운 준비
아무래도 사료나 생식보다는 손이 많이 갑니다. 한 끼에 들어가는 고기와 야채가 다양하다 보니 재료 손질부터 요리까지 시간도 많이 듭니다. 다행히 자연식으로 옮기던 시기에 시간이 많아져서 매일 요리를 해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매일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는 건데, 일이 많을 땐 그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터득한 방법은 한 번에 요리할 때 2일 치를 만드는 겁니다. 그날 급여할 양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합니다. 그렇게 반복하면 일주일 후엔 냉동실에 일주일 치 밥이 쌓입니다. 일이 바쁠 때나 깜빡 잊고 준비가 늦었을 땐 냉동실에 있는 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급여합니다. 수제밥이다 보니 아무리 늦어도 2주 안에는 급여하려고 합니다. 요새는 업체 자연식도 잘 나오는 편이라 자연식에 입문하기가 부담스럽다면 업체 자연식으로 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팁은, 강아지 음식을 만들어 적당히 덜어놓은 후 따로 간을 하여 사람이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강아지 요리, 사람 요리 구분하지 않고 한꺼번에 해서 사람이 먹는 요리에만 나중에 간을 추가하면 됩니다.
3. 식비
자연식은 다양한 재료가 핵심이다 보니 식비가 많이 드는 편입니다. 하루는 지금 11kg인데 일주일에 고기만 2kg 정도 먹고 거기에 야채도 몇 개씩 넣어줘야 합니다. 똑같은 고기로만 먹일 수도 없어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와 같은 육류나 연어, 동태 같은 해산물도 골고루 급여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냉장실과 냉동실엔 하루가 먹을 음식 재료가 가득합니다. 자연식 초기에는 정확한 양이 계산이 안 돼서 많이 쟁여두느라 식비가 많이 들었습니다. 이제 한 달 정도 지나니 양이 얼마나 필요할지 대충 가늠이 되네요. 그리고 남은 야채는 제가 요리해서 먹고요.
자연식 한 달 차로서 느낀 바로는 확실히 털에 윤기도 나고 부드러워진 게 느껴져서 일단은 자연식을 계속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자연식 책에 있는 요리법에서 조금씩 응용을 하고 있습니다. 영양 성분을 따져가며 만들어야 해서 쉽지는 않습니다. 해외에서는 생식이나 자연식을 우리나라보다 먼저 접해서 관련 자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날 때 자연식 관련 해외 논문 쪽도 살펴볼 생각이니 좋은 자료가 있으면 공유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