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마케팅이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요즘처럼 "소셜 마케팅"이 적극 회자되었던 적이 있나 싶다. 한때는 그저 SNS 마케팅으로 치부되어, 회사 웹사이트 관리자에게 부업처럼 페이스북 관리를 맡겼던 적도 있었고. '인스타그램 해쉬태그 마케팅이 뜬다'는 얘기를 어딘가에서 듣고 온 마케팅 부장님이 부랴 부랴 "이 중에 sns 하는 사람?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제일 낫겠지? 통통 튀어야 할 테니 김인턴에게 맡겨 보겠어!"라며 쿨함을 시전 하신 부장님 덕에 한 때 대부분 브랜드의 SNS 관리자는 인턴 또는 주니어였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검색하면 남아 있는 세계적 브랜드들의 참사들은 대부분 소셜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마케팅 책임자들이 리스크에 대한 판단력이 아직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주니어들에게 맡긴 결과물들이 대부분이다.
브랜드명이나 소구점이 화이트닝 (요즘은 politically correct 하도록 브라이트닝이라고 부른다) 일 때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인종차별 발화에 휘말린 경우.
정치적 역사적 민감도에서 중립적 보이스에 대한 판단이 부족해 브랜드의 목소리가 곡해되어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는 경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일어났던 일이지만, 브랜드의 목소리에는 문제가 없으나 브랜드가 고용한 모델에 이슈가 생겨 함께 뜨거운 맛을 보게 되는 경우 등등등.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들과 함께, 소비자와 소통하는 접점 및 소비자의 의사 결정 구조와 속도가 급변하면서, 기업과 브랜드들도 '소셜'이 20세기의 TV 광고만큼이나 중요한 매체적 파급력을 갖게 된 것을 실감했다. 아니 인정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면서 소셜 마케팅팀을 따로 만드는 브랜드들도 급증했고, 소셜 마케팅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TV광고 팀' '신문 광고 팀' '라디오 광고 전문가' 4대 매체 시절에 이런 말을 썼다면 이상한 취급을 받았을 텐데 왜 유독 "소셜"은 전담팀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것일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따로 두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챗 지피티가 내리는 "소셜"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소셜은 사람들 간의 관계, 상호 작용, 그리고 사회적 활동을 나타내며, 주로 사회적 네트워크, 커뮤니티, 그룹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내가 보기에 중요한 방점은 "사람들 간의 관계"이다. 즉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 내는 대화와 상호작용이 소셜이라는 것인데, 요즈는 대부분 이 관계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맺기 때문에 (1:1 이든, 1:다수 이든) 소셜을 소셜 미디어와도 혼용해서 쓰는 것 같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들 간"이다. "사람과 브랜드 간"이 아니라. 그래서 이전의 4대 매체들과는 시작점, 확산 형태, 파급력 및 도달 시점, 영향력의 긍부정 및 측정과 트랙킹 자체가 완전히 다른 것이다.
예전에 '입소문 마케팅 (word of mouth markting)'이었던 개념이 소셜 미디어를 만나면서 아예 시작점 자체를 브랜드에서 제어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입소문 마케팅의 경우, 입소문이 자발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타깃 소비자군의 일정 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오피니언 리더 (인플루언서 와는 조금 다른 개념)들을 파악해서 그들을 브랜드의 앰배서더, 또는 초기 사용자로 활용해서 입소문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들이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를 섭외해서 화장품 공장 견학과 함께 화장품 샘플링에 집중해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 냈던 우리나라의 참존 화장품, 그리고 4대 매체 광고를 하지 않고 유명 연예인들에게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트렌디한 음료수'라는 차별하된 이미지를 구축한 글라소 비타민 워터 (요즘도 이런 셀렙 시딩 마케팅은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케이스티파이가 대표적이다) 등이다.
하지만 요즘의 소셜은 한 개인으로부터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시작점부터 통제하기는 어렵다. 2020년, 미국의 나단 아포다카라는 중년 남성은 고속도로에서 그의 차가 고장 나자 낙담하는 대신 차에 실려 있던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오션스프레이 주스를 마시는 영상을 찍어 틱톡에 올렸다. 70년대 히트곡이었던 플리트우드 맥의 "드림스"를 배경음악으로 해서. 별 것 아닌 것 같은 (적어도 몇억을 들여 제작하는 tv 광고 대비) 이 비디오는 이 크리에이터 특유의 여유로움과 음악과의 조화,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시는 오션 스프레이 주스가 부각되면서 업로드되자마자 4,500만 뷰를 넘기며 대박이 났다. (현재 기준 9천3백만 뷰). 너무 많은 브랜드가 넘치는 미국 음료 시장에서 이 UGC 비디오의 대박으로 오션 스프레이의 점유율은 껑충 뛰었고, CEO 도 챌린지에 참여하고 해당 크리에이터에게 픽업트럭과 주스 선물까지 보내면서 '마케팅적 성공'까지 이루게 되었다.
이런 사례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소셜 마케팅"일까? 사실상 오션스프레이에서 마케팅적으로 행한 액티비티는 나단의 틱톡 비디오를 빨리 발견한 뒤 CEO의 챌린지 참여와 선물 제공을 빨리 했다는 점 밖에 없다. 대응을 기민하게 했을 뿐, 대중이 "스스로" 4천5백만 번이나 보게 한 스토리는 오션 스프레이 마케팅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마케팅"은 챗지피티가 뭐라고 정의하고 있을까.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활동을 계획, 실행하고 관리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절히 홍보하고 판매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마케팅은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며, 기업이나 조직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방점은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소셜이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면 마케팅은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인 것이다. 고객의 컴플레인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대화는 기업 쪽에서 고객 쪽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향한다. 반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쌍방향인 것이 다른 점이고 바로 이 점에서 "소셜"을 "마케팅"하는 것의 패러독스가 생기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소셜 마케팅"을 행하는 방법은 -적어도 챗지피티 정의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기업이 끼어들거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만들 때 기업이 화제가 되도록 하거나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가장 어렵다!), 기업이 사람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관계를 이어나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지금도 많이 하고 있지만 초반에 기업들이 소셜 마케팅을 할 때, 특히 인스타그램 마케팅에서는 자원을 활용해서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에 대해 많이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활동에 집중했다. 해쉬태그 캠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이나 이벤트 스폿, 팝업 방문 시 필수 해쉬태그로 사진을 올려야 굿즈 등 리워드를 주는 마케팅이 지금도 많이 사용되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해쉬태그의 특성상 집계가 가능하니 1차적 트랙킹 (이라고 쓰고 보고라고 읽는다)에 가장 용이하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이번 브랜드 팝업에서는 관련 해쉬태그가 35,000건으로 지난달 대비 178% 성장했습니다!"라는 보고로 훈훈함을 만들기 위해.
하지만 해쉬태그 개수가 바로 매출이나 브랜드 이미지 상승에 이바지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은 곧 알게 되었으니, 조금 더 있어빌리티가 있도록 "social engagement"를 타깃하고 트랙킹 하기 시작했다. 소셜 인게이지먼트가 무엇인고 하니, 우리 브랜드가 기업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고" (like) "얘기하고" (comment) "공유"하는지 (share)를 더해서 측정해 보자는 것이다. (줄여서 LCS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LCS를 측정하려고 하니, 자사 SNS 채널에서 LCS를 함께 측정할 수 있다는 어려움이 있다. 브랜드에 대해 "얘기"(comment)를 얼마나 하는지를 측정해 주는 툴도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로컬, 다국적 소셜 플랫폼들이 춘추전국인 나라에서 (하지만 인구 숫자는 작다) 모든 소셜 플랫폼을 모니터 해주는 툴링이 없다.
그래서 일단은 자사 소셜 미디어 위주로 LCS를 측정하는데, LCS를 직접 유도하는 이벤트를 하거나 (추첨해서 몇 분께 무엇을 드립니다!) 모델 파워를 활용하면 LCS 가 높게 나온다. 특히 모델 파워에 의한 LCS는 이벤트와는 비교 불가인데, 여기에 또 딜레마가 있다.
적극적 활동을 하는 팬덤이 많은 아이돌 파워를 활용하면 LCS 숫자는 높게 나오지만, 케이팝 팬들이 수치적으로는 대부분 외국(동남아 위주)에 있다 보니 정작 국내 소비자에 의한 매출과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이다.
대중들 (즉 사람들)이 브랜드의 목소리 때문이 아닌, 그 브랜드의 서비스나 제품 자체에 대해 이미 많이 얘기하고 있는 경우 (예를 들어 OTT, 아이폰 등)는 출발점에서 조금은 유리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브랜드들도 소셜을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브랜드 자체의 목소리 크기와 개입 시기, 정도를 결정하고 그 효과를 측정하는 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와 제약점들이 많다.
'내 결정은 내가 한다'라는 인간 본연의 심리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브랜드의 목소리에 영향을 받아서 브랜드에 관한 긍정적인 대화들을 다른 사람들과 계속 이어 나가는 선순환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대부분 과유불급이라 브랜드의 목소리나 등장 횟수가 과한 경우가 많다. 특히 owned channel이라고 불리는 자사 SNS에서는 당연할 것이고.
지금처럼 소비자 접점이 세분화되고, 어떤 소비자들이 어디에서 브랜드에 대한 얘기들을 접하는지 미리 예측하기 어려울 때에는, 그래도 내 나와바리인 브랜드의 owned channel - SNS 뿐 아니라 제품 자체 포함-이 내 브랜드에 대해서 가장 많은 "얘깃 거리" (단순 정보 아님, 남들에게 공유하고 싶을 만큼 구미가 땡기는 얘깃거리여야 함)를 쉴 새 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인식부터 먼저 심어 주는 것이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첫 단추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마케팅 활동이란 미리 전략을 짜고 세부 계획을 세워 그에 따른 예산을 할당하고 성패를 측정하고 분석한다라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도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런 마케팅 활동의 불변성을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에 어느 정도로 적용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을 잘 내리는 것이 진정한 "소셜 마케팅 전문가" 아닐까.
이상 오늘의 허접한 생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