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내가 무섭게 퍼부을 때가 있다.
정말이지 사람의 모습이 아니다 싶을 때가 있다.
'귀신이 시키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이지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저렇게 퍼부을 수가 있지 싶을 정도로 무섭게 퍼부울 때가 있다.
그 남자가 생각하기엔 그렇게 화를 내고 그렇게 무섭게 퍼부을 일도 아닌 것 같은데 너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람이 사람에게 퍼부을 때는 그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남자의 아내는 일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을 때 마구 퍼붓는다.
단지 자기 자신이 뜻하는 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다고 분을 참지 못해서 상대에게 퍼붓는 것은 그만큼 상대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상처를 주는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큰 죄를 나중에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그렇게 퍼붓는 것일까?
작은 가슴으로 그 퍼부음을 다 받아내다가 이내 먼저 애통해 울어버린다.
그 남자는 아내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지만 아내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는 자괴감에 비통해한다.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아내는 어떻게 짊어지고 살아갈까?
그 죄를 어떻게 다 씻어낼 수 있을까?
한없는 회한의 슬픔으로 목이 메어온다.
우리 모두는 가장 가까이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으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남자는 아내가 퍼붓는다고 같이 악당구리하면서 퍼붓진 않지만 아내가 그렇게 퍼부을 수밖에 없게 만든 구실을 준 장본인이 자기 자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상대를 그렇게 퍼붓게 한 데에는 그 남자에게도 커다란 잘못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말이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은 공범이 되어 둘 다 서로가 서로에게 용서받지 못할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죄를 씻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하루빨리 헤어지는 것만이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의 죄를 짓지 않게 하는 능사는 아닐 것이다.
살다 보면 서로 마음을 열다가도 어느 순간 마음이 확 닫히는 그런 순간이 있다.
그 마음은 정말이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결국에는 그런 상황이 되면 퍼붓는 말에 같이 맞대응하며 대꾸하다가 더 큰 상황으로 번지지 않게 하려고 그 남자는 아예 입을 닫아 버린다.
그 남자 더 이상의 죄를 지으며 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어 버리는데 어쩌면 상대가 사정없이 퍼부을 때 입을 다물고만 있는 사람이 퍼붓는 사람보다 상대에게 더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