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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민 Jul 01. 2022

어디서든 잘 자라는

영화 '미나리' OST


손에 잡히지 않는 어렴풋한 느낌이 주를 이루는 앨범이다.  16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은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이민 가족의 감정을 현실감 있게 투영했다. 115분의 영화의 흐름을 30 남짓 되는 음악에 녹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앨범에서 느낄  있는 전반적인 느낌은, 잡힐듯하면 새어나가고 멀어지는듯하면 다시 가까워지는 복잡함과  반대로 반복에 의한 단순함이다.


Big Country

앞으로 리듬이 쏠리는듯하다가 금세 다시 뒤로 물러나는, 앨범 전체의 느낌을 설명할 때 언급했던 내용이 가장 잘 묻어나는 곡이 아닐까. 허밍으로 이루어진 요소는 마치 숨죽여 흐느끼는듯한 느낌을 준다. 감정이 높아졌다가 다시 낮아지는, 한시도 채 고요하지 않은 울렁이는 마음이 느껴지는 곡이다.


Garden of Eden

마이너 조성의 베이스 라인과 그 위로 쌓이는 플룻의 멜로디. 두 라인의 음역대 자체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지만, 추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베이스와 맑은 플룻의 음색이 주는 대비감이 상당하다. 전체적으로 화성과 악상이 점점 넓게 퍼져서 아스라이 사라지는듯한 느낌이 맑은 하늘에서 세차게 내린 여우비가 잦아드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쉬이 떠나지 않는 불안 위에서 희망을 바라는 아빠 제이콥의 모습과 닮은 곡이다.


Jacob’s Prayer

정박에 맞추어 움직이기보다 앞뒤로 조금씩의 미묘한 차이가 매력적인 이 곡은 걸음을 땅에 붙잡아두는 곡이다. 반복되는 리듬의 피아노 선율은 가족 구성원 각자의 고군분투함을 떠올리게 해 준다. 그러나 초반부부터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현악기의 선율이 그들을 가족이라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시켜주는 것 같은 그림을 그리게 한다. 곡의 제목은 가족의 아빠로 나오는 제이콥의 기도이다. 제이콥은 가족을 계속해서 연결시키는 선을 두르는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선으로 묶이기를 바라는 사람이었을까.


Rain song

앨범의 메인 트랙이자 엔딩곡인 Rain song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 씨가 보컬로 참여한 곡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흥얼거렸을 법한 노래 멜로디, 따라 부르기 어렵지 않은 단순한 멜로디 진행이지만 하나의 프레이즈가 끝난 뒤에 시작되는 음은 전보다 높은음으로 시작된다. 점점 고조되는듯한 느낌, 그러나 한예리 씨의 음색과 멜로디 라인을 제외한 다른 요소들이 계단식으로 고조되는 부분을 부드럽게 연결시켜주는 듯하다. 달리는 차 안에서 창문을 내리고 바깥을 바라보는 장면이 떠오르는 이 곡은, 지나간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노래의 가사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바라고 있다. 떠나가는 계절을 배웅하고, 함께 맞이하는 새로움 밤의 품을 그리고 있는 가사는 영화 속 주인공의 가족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 곡이 메인 트랙이 된 이유도 비가 온 다음의 맑게 갠 하늘을 기대하며 땅에서 새로운 싹을 틔울 것을 바라는 것, 그 때문이 아닐까.


https://youtu.be/mbhXahbe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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