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2025년은 느리지만 단단하게
100일 남은 2025년.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붙잡기로 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지금의 나를 기록하고 남은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려 한다.
올해를 돌아보면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왔다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결과를 묻는 질문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대체 뭐 하느라 바빴던 거야?” 늘 그렇듯 자책이 먼저 찾아온다. 그럼에도 곰곰이 돌이켜보면, 그냥 흘려보낸 시간은 없었다.
매일 짧게라도 일기를 쓰고, 인스타 스토리에 감사와 시선을 담았다. 브런치에 쓴 글은 백 편 남짓이지만, 사실은 백 번의 나와의 대화였다. 책도 쉰 권 넘게 읽었다. 책장을 덮을 때마다 새로운 질문이 생겼고, 그 질문이 또 다른 나를 키워주었다.
배움의 자리도 나를 자극했다. 두 달 동안 디지털 자격증을 준비하며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 학부모 작가교실에서 그림과 글을 묶어 작은 두 번째 책을 내던 날, ‘결과는 증거’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 벅찰 수 있음을 느꼈다. 그 순간은 단순한 성취가 아니라, 지난 시간을 지켜주는 증명이 되어주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빠르게 걷다 보면 호흡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무 몰아붙이지 마라, 나도 쉬어야 한다.” 몸의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삶 전체가 삐걱거린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건강을 잃으면 어떤 것도 이어가기 힘들다는 사실을 몸이 먼저 알려주었다.
직장에 모든 에너지를 쏟던 시절에는 아이에게 쓸 힘이 남지 않았다. 아이들에게만 집중하는 지금은 내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결국 건강과 평안이 있어야 아이도, 글도, 배움도 가능하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깨달았다.
올해의 나는 눈에 띄게 변하지 않았다. 때로는 제자리걸음 같았다. 회사를 그만둔 뒤 시간이 채워지는 만큼 오히려 퇴보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배움과 깨달음을 글로 기록하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몸을 살피는 과정 속에서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 비하면 느리지만, 내 안의 세계는 분명 넓어지고 있었다.
남은 100일은 도약보다는 채움의 시간으로 삼고 싶다. 그동안 미뤄둔 도전을 배우고, 책을 더 읽고,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깊이 있는 기록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려 한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며 미움조차 감사로 변화시키는 연습을 하고, 또 다른 자격증에도 도전할 것이다. 공저로 진행 중인 글도 끝까지 잘 마무리하고 싶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이 작년의 꿈이었다면, 올해는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한 번 더 도약하려 한다.
내년에는 일상 글쓰기를 통해 또 다른 성장을 맞이하고 싶다. 뚜렷한 목표는 아직 없지만, 오늘 하루를 성실히 쌓아가는 것, 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자책이나 후회로 채우지 않고, 보람과 기특함으로 채우고 싶다. 언젠가 이 모든 시간들이 기반이 되어서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들이 되길 기대해 본다. 나도 모르게 세워진 기준들을 벗어나 다시 주어지는 기회를 잡고 싶다. 나 자신을 제일 많이 믿어주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길 소망한다.
남은 100일. 나는 또다시 새로움에 입문하는 마음으로, 오늘도 한 걸음씩 나를 채워가려 한다. 벌써 시간은 줄어들고 마음은 초조해지지만, 이 과정이 나를 한층 다른 의미로 성장시켜 줄 것임을 믿는다. 나를 믿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깊이 있는 생각들로 채우는 시간으로 더 나은 2026년을 준비해 본다.
1.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선택한다.
빠른 성과가 아니라, 하루하루 작은 배움과 성장을 붙잡는다.
2. 나는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건강과 평안을 지켜내며, 균형 있는 삶을 살아간다.
3. 나는 매일 기록한다.
감사와 성찰로 하루를 채우고, 부족함도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4. 나는 느리더라도 단단하게 나아간다.
남은 100일을 의미 있게 쌓아, 2025년을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완성한다.
5. 나는 이 시간을 밑거름 삼아 2026년을 맞이한다.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더 단단한 나를 만나러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