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준비 없이 찾아온 임신 소식에 놀랐다. 준비 없이 맞이한 임신 기간 동안, 출산휴가를 기다리며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다. 드디어 출산 전 휴가 첫날, 육아 박람회에서 작은 옷과 다양한 육아 용품들을 보며 설렘이 가득했다. 우선 아기 키만 한 키다리 인형 하나를 품에 안고 돌아왔다. 차차 구입 목록들을 정리하고, 하나씩 구입하면서 첫아기를 맞이할 준비로 보내기로 했다. 그때는 몰랐다. 아이는 예정대로 오지 않고, 한 순간에 찾아온다는 사실을.
다음날 새벽, 갑작스레 양수가 터져 놀래 병원으로 급히 달려갔다. 종일 진통을 했으나, 결국 기진맥진한 산모는 수술실로 향했다. 진통 다하고 수술실로 들어간 산모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수술 직전 의사의 마지막 자연분만 시도 끝에 아기가 태어났다. 36주 만에 그리 기다리던 사랑이를 만났다. 첫아기라 밖에서 온종일 기다리던 가족들을 서로 껴안고 눈물 흘렸다고 한다. 처음 겪는 아픔에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아이와의 만남은 감격보다는 어색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오랜 진통으로 고생했기에 퉁퉁 부은 얼굴의 아기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친정 엄마와 신랑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고, 잘생긴 아기라며 기뻐하고 좋아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정말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아기가 예쁘지 않다고 느끼는 게 모성애 부족일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육아의 전쟁에 뛰어들었다.
여전히 아프고 힘든 와중에, 아기를 위해 '모유수유'라는 늪에 빠졌다. 빨지 못해 우는 아이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 엄마 사이의 밀당이 시작되었다. 자다가도 2시간마다 유축하기 위해 깨어나 유축기에 앉을 때마다 젖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유조차 꼴 보기 싫었다. 아기만 태어나면 홀쭉해질 줄 알았던 배는 여전히 빵빵하고, 엉망이 되어간 내 모습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세상에 나라는 존재는 사라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친정 엄마의 도움의 받아 첫 한 달은 수월했으나, 이후 혼자 우는 아이랑 씨름할 때마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이때가 산후우울증 있었음을 나중에 알아차릴 만큼 초보 엄마였다. 6개월이 지나면서 조금씩 밤의 자유를 느끼게 되었고, 쌩글쌩글 웃는 아이를 보면 힘들었던 것들이 싹 사라지는 기적을 느꼈다. 옹알이를 하고 뒤집고, 기어가는 과정 속에 아이의 성장에 따라 엄마도 자라고 있었다.
그리 정신없는 첫 육아를 시작한 후,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둘째 임신 소식에 마음이 복잡해 눈물을 펑펑 흘렸다. 진정한 ‘육아 해방’을 기대했던 나에게 둘째는 청천벽력이었다. 직장에 다시 복귀하고, 첫째 육아와 동시에 임산부의 시간은 정말 끝없는 터널을 걷는 것 같았다. 잦은 조산 위험 속에서 병원 입원도 하며 조심했지만, 둘째 소망이도 35주 만에 갑자기 태어났다. 그런데 첫째 때와는 다른 불안감이 밀려왔다. 너무 작아 나오자마자 자가호흡을 못하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에 불안감은 커졌고, 오랜 진통 속에서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처음 임신소식을 접했을 때 반기지 않았던 것부터 모든 것이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견디기 힘들었다. 다행히 건강하게 태어난 우렁차게 우는 소망 이를 보며, 이제야 아이를 낳는 그 순간의 기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첫째 때와는 달리 둘째는 그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감격의 눈물을 처음으로 흘렸다.
두 아이의 부모가 되는 순간 : 첫 만남의 기다림과 엄마의 고백
사랑이 하나만으로도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아이의 웃고 우는 모습조차 행복이 넘쳤던 우리 집에 둘째가 찾아왔다. 동생이 태어난다는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순간부터 두 아이의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사랑이에게 동생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당분간 엄마가 안아줄 수 없다는 말도 전했다. 생후 13개월 아기가 매일 ‘엄마 배 속에 아기 있다’라며 배를 만지는 모습을 보며, 두 아이가 좋은 남매 사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냈다.
35주, 작은 기적을 만나다.
임신 8개월째, 온 가족이 긴장한 가운데, 작지만 건강한 아기를 만날 수 있었다. 소망이는 2.0kg으로 태어나 너무 작은 인형처럼 보였다. 첫째 사랑이는 아빠 품에 안겨 병원의 창문 너머 누워있는 소망 이를 처음 만났다. 가늘고 긴 손, 작디작은 코, 어쩐지 낯익은 얼굴의 소망이가 믿기지 않았는지 사랑이는 창문 안을 그저 뚫어지게 쳐다만 보았다.
2주 후, 드디어 엄마와 함께 소망이가 집으로 갔다. 새로 배치된 아기 침대 안에 꼬물거리며 자고 있는 작은 소망이가 있었다. 너무나 작고 귀여운 아기가 동생이라는 걸 아는지 사랑이는 손을 흔들며 “안녕” 인사를 나누며 동생을 맞이했다. 아기 침대에서 서로 만난 두 아이는 그렇게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반갑다고 인사하는 사랑이의 눈빛은 어느새 동생을 향한 사랑으로 변했다. 그 순간, 마치 그 눈빛을 느꼈는지 소망이도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소망이의 모습에 사랑이는 더욱 신나 하면서 좋아했다. 두 아이가 서로 처음 만난 그 순간은, 부모인 나에게도 너무 신기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사랑이가 웃으면, 소망이도 따라 웃었다. 이쪽으로 뛰면, 어느새 함께 같은 방향을 뛰어가고, 자라나 두 손을 잡고 거닐던 모습을 볼 때마다 감격이다. 두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나면서 서로 둘도 없는 남매 사이가 되어 가고 있다. 늘 사이좋은 남매 사이로 인생길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두 아이가 서로의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서로 의지하며, 사랑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만큼, 앞으로도 두 아이의 든든한 동역자가 되어주기로 다짐했다.
두 아이를 일찍 만나느라 바쁜 시간 속에서, 두 손안에 쏙 들어갔던 그 작은 발이 마주한 첫 만남과 처음 엄마가 된 순간의 기억은 오랫동안 간직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이제 두 남매의 부모가 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부모로서 함께 걷는 그 길에서, 이 작은 두 발에 희망을 맡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