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모르는 만큼 성장한다!
"우와!" "세상에!" "어머머!"
강의실 여기저기서 온갖 감탄사와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온다. 조용하던 공간이 교육생들의 한숨과 감탄으로 가득 차고,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덩달아 웃음이 터진다.
요즘 스마트폰을 배우면서 신세계를 맛보고 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인 강의실에서는 매 순간 새로운 발견과 놀라움이 이어진다. 각자의 삶도, 배움과 경력들도 다 다르지만, 스마트폰 속의 숨겨진 기능을 발견하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초보가 된다. 강사님의 설명을 따라 몇 가지 기능을 실행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 아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다시 새로운 감탄사가 강의실 안을 가득 채운다.
나름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잘 활용한다고 자부했던 나 역시 새로운 기능들을 배울 때마다 "아~"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겉핥기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모르던 것을 배우는 즐거움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배우면 배울수록 새로운 기능들이 눈에 띄고, 내가 미쳐 사용하지 않았던 기능들이 곳곳에 생각보다 많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동안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음을 알았다. 무엇을 보고 잘 사용한다고 자부했을까? 실은 필요한 것만 겨우 찾아 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 비싼 기기를 사용하면서 몇 개의 앱을 더 설치하고 몇 가지 기능을 좀 더 쓴다고 해서 '남들보단 잘 알고, 잘 사용한다'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나는 생각보다 참 작은 세상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학교 생활 무난히 하고, 직장생활을 성실히 이어왔고, 별 다른 문제 없이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잘 살고 있다'라고 자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가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퇴사 후 가장 크게 깨달은 점도 이것이다. 회사 안에서만 사람을 만나고, 그 조직 속에서만 관계를 맺다 보니 세상의 전부가 그곳인 줄 알았다. 그래서 회사를 벗어나면 큰일이 날 것처럼 두려웠다. 그나마 스마트세상이 열리고, 코로나를 겪으며 새로운 방식으로 모르던 세상에 조금 눈을 뜨긴 했으나, 여전히 세상은 넓고 배울 것들은 많았다.
막상 퇴사하고 나와 보니, 내가 모르는 세상천지다. 낮에 카페에 가도 사람들이 넘쳐나고, '한가하게 노는 사람들'처럼 보였던 그들이 사실은 각자의 미래를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정보를 공유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이들이 곳곳에 있었다. 그중에는 1%에 해당하는 특별한 사람들도 많았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세상에서 한 권, 두 권, 꾸준히 읽어가며 스스로 대단하게 느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일 년이 지나면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냐고?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책들을 읽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그들과 비교하면 내 독서는 시작에 불과했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책 속에서 만날 때마다 날마다 사고가 깨어진다. 몰랐던 분야와 세상이 얼마나 많았던지, 모르던 지식과 경험의 세계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느끼고 깨닫게 되면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는 나와는 아직 맞지 않음을 느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
잠깐의 경험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다 안다고 착각했었는지, 그 순간들을 돌아보게 된다. '진짜 아는 사람은 자신이 다 모른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번 스마트폰 강의에서도 비슷한 착각을 했다. 40대라면 젊은 측에 속하니 누구보다 빠르게 배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막상 컴퓨터 활용 교육이 시작되자, 숨겨진 재능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속속 등장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나타나는 재능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놀랍다. 이토록 넘치는 배움의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또 있었던가. 그렇게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많아 놀라웠다.
브런치 작가모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다.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도, 꾸준한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 이리도 많았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냥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관심 없어 보였는데, 막상 그 세계로 들어가 보니 그 세상 속에서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배움은 스마트 세상이나 독서 세상, 글쓰기 세상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분야에서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세상이 제대로 굴러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어디 가서 쉽게 '안다'라고 잘난 척하지 않게 되었다. 아는 척하며 배려하듯 가르치려는 자세보다, 누구에게든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배우려는 태도를 가지기로 했다. 때론 어른인 내가 아이에게 배우는 순간들이 있는 것처럼.
엄마가 스마트폰을 배우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기능들을 아이들에게 소개하니, "이미 알고 있어"라고 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신기해하며 적극적으로 배우려 한다. 그렇게 서로 가르쳐주고 배우며 관계가 더욱 단단해진다.
어디에 속하든, 어떤 환경에 있든 다 배움이 존재한다. 각자의 출중한 영역이 있을 뿐, 누구나 자신만의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아직 내가 지닌 재능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 나에게도 누군가에게 전해줄 삶의 지혜가 있으리라 믿는다.
오늘도 배움의 자리를 놓지 않기로 다짐한다.
이제 다시 스마트폰 강의실로 돌아간다. 오늘도 새로운 기능을 배우겠지. 그리고 또 감탄사를 터뜨리겠지.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