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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니것 Apr 08. 2021

악몽

1일1시


 우리는 알지

 죽은 후에도 삶이 계속된다는 걸

 오도가도 못하는

 무풍지대에 갇혀

 몽유병 환자처럼 하염없이 걷는다.

 그래 어쩌면 이 삶은

 소름끼치는 악몽일지도 모른다.

 너와 내가 우연히 같이 꾼

 몸을 덮은 살들이 전부 녹아내려야만

 깰 수 있는 무서운 꿈

 썩은 숨이 전염되는 밤


 누구는 애인한테 물리고

 누구는 가족한테 물리고

 누구는 생판 모르는 남한테 물렸다는데

 똑같은 이름으로 불린다

 이유야 어찌되었던 간에

 집을 몰라 떠도는 처지는 똑같으니

 똑같은 꿈 속을 헤매고 있으니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구나

 어금니와 살점으로 다져진 저녁을

 때론 깨고 싶어도

 깰 수 없는 꿈이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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