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by 예미니

나는 9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다. 6차 교육과정의 마지막 세대로 본고사가 폐지되고 새롭게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제도가 도입되던 해에 고등학생이 되었다. 입시 제도가 어찌 바뀌든 그냥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하던 그런 시대였다. 사범대학은 나의 뜻이라기보다는 그저 배치표 상의 나의 수능점수가 알려주는 대로, 부모님의 바람을 한 숟갈 얹어 선택한 길이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맞이한 대학 생활은 즐겁지 않았다. 차라리 밤늦게까지 대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만 생각하며 공부하던 시절이 그리웠다. 그 목표 너머로 정말 중요한 인생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나의 20대는 방황과 헛발질의 연속이었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인생의 쓴맛을 삼키며 이 사회에 당당하게 두 발을 딛기까지 어두운 터널 한번 통과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시절을 돌아보면서 때로는 위로의 말로, 조언의 말로, 다그침의 말로 나를 이끌어줄 멘토가 있었다면 내가 좀 덜 외로웠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선생이 되어보니 그 긴 학창 시절 동안 수많은 선생님들 속에서 멘토를 만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입시를 준비할 때도, 취업을 생각할 때도 나는 혼자 고민하고 홀로 방황했었다. 나는 그저 수많은 학생 중 스쳐 지나가는 학생 1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을 뿐이다. 요즘 시대가 원하는 자기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인재상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내가 먼저 다가갈 생각도,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때는 그랬다.

지금 나는 반대 입장에 있다. 매년 수많은 학생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싶은 욕심은 변함없지만 생각만큼 성공적이진 않다. 입시지도를 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상담이었는데, 세상의 기준에 부합하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의미 있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결정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대다수의 아이들은 건성으로 듣거나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현실에만 관심을 보인다. 때로는 너무 쉬운 길만 가려고 막무가내일 때도 있다. 인생은 니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다그치다가도 그 모습이 너무 꼰대 같아서 민망해진다. 그때의 나도 이런 모습이었을라나. 일단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되는 줄 알고 눈 앞의 목표만 쫒느라 큰 숲을 놓치지 않았었나. 아 이제 알겠다. 멘토나 멘티나 아무나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 시절의 나에게 멘토가 있었다고 한들 지금의 성숙함과 깊이 있는 통찰로 인생을 헤쳐나갈 수 있었을까.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미약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이겠지. 오늘도 난 학생들 사이에서 과거의 나를 찾아본다. 덜 상처받고 덜 실수하고 더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나의 잔소리와 조언과 정보들이 먼 훗날 그들의 성장에 아주 소소한 자양분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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