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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 off Sep 22. 2024

진로장벽 2 - 지루함

우울함이 아니라 지루함입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븐 잡스가 쏘아 올린 흉흉한 괴담

" 공부하라고 했더니 책 뒤적거리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휴대폰을 뺏었더니 공기계만 7개가 나왔다. 밥 먹을 때 휴대폰만 봐서 확 머리를 때리고 싶다. 휴대폰 뺏어더니 욕을 하더라."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죄다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다. 이 와중에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등 들은 말들이 있어 갈등도 깊다. 공부는 안 하고 폰만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한편으로 미래에는 나와 달리 저런 기계를 활발히 써야 하니 그냥 놔두자로 합리화하기도 한다. 모름지기 뭐든 조절이 되고 절제가 되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 그냥 두자로 합리화하기에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고 휴대폰 중독이 많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중독은 어떻게 되는가?

심심하고 지루해서 재미있는 걸 찾다가 중독이 된다. 우리는 모두 도파민 중독이다.  재미있는 대화를 하거나 사랑하는 대상이 앞에 있으면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내 앞에 앉아 휴대폰만 보고 있으면 기분 나쁘다. 나를 지루해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안다. 공부는 교장 선생님 훈화말씀처럼 지루하다. 아이들은 지루해서 휴대폰 중독이 된다.


여러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인간은 행동을 지향하고 자극을 추구하는 존재다. 즉 재미있게 살길 바란다.  지루함을 학문적으로 정의 내려보면 '만족스러운 활동에 참여하길 원하지만 할 수 없는 혐오 상태'다. 불편한 마음은 피하고 싶은 게 사람이라 빨리 지루함을 떨쳐 버리고 싶다. 지루함을 느끼면 조급해져서 가장 손쉬운 휴대폰을 찾아 뭐든 하게 되는 것이다. 휴대폰만 열면 재미난 영상과 게임, 호기심을 충족할 사건들이 실시간으로 뜨는 데 진지한 활동을 하게 될 리 만무하다.

지루함은 현재하고 있는 활동이 너무 단조롭거나 변화가 없을 때, 난이도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을 때 비자발적이거나 제약이 많을 때 혹은 가치나 의미를 느끼지 못할 때 느낀다고 한다. 학교 생활이 딱 그렇다. 지루함의 결정체라고나 할까. 이쯤 되면 아이들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공부를 잘하셨나 보다.


'우울함이 아니라 지루함입니다.'에서 변지영작가는 지루함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하다. 우울은 무기력해져서 행동을 못하는 반면 지루함은 피하려는 욕망이 강해져 행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우울에 비해 지루함은 좀 귀엽다. 뭐라도 하려고 한다지 않는가? 우리 아이가 기특할 때는 그래도 뭐라도 하라고 할 때 아니던가.

즉 인간은 지루함을 느껴야 하고 있는 이 일이 의미가 있나 없나를 찾게 된다. 지루함은 뇌를 가진 인간이 자신에게 가장 적절한 환경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낮은 각성상태를 원해 집에 있어도 지루해지고 긴장상태가 높은 일에도 우리는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지루함을 느끼며 불안해한다. 나의 아이가 휴대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잔소리보다 학교 생활의 의미를 봐줘야 한다. 지루함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말이다. 어쩌면 청소년 진로라는 긴 여정에서 적성과 흥미 찾기보다 지루함을 밀어내기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상담을 해보면 청소년들은 지루한 공부와 나름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지루함과 싸워 승리하면 의미를 찾게 되지만 지게 되면 핸드폰 중독이 된다. 적을 살피듯 지루함을 시간을 두고 견뎌보는 과정이 필요한데 눈앞에 손쉬운 핸드폰이 떡하니 있다. 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액정으로 빠져든다. 백전백패


변지영작가의 '우울함이 아니라 지루함입니다.'를 읽다 보면 청소년들의 지루함 극복에 대한 작은 해법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지루함을 이겨내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부여'를 많이 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살펴보면 또래 상담 일을 하거나 또래 멘토링을 하는 아이들, 학생회일을 한다거나 학예제 발표를 위해 춤을 연습하는 아이들은 훨씬 학교에 적응도가 높고 덜 지루해했다. 즉 같은 일을 해도 남을 위해 봉사를 하는 사람들이 지루함을 덜 느낀다. 성취감이 지루함을 조금은 덜어주나 보다. 사실, 어른도 주변에 누가 나를 알아봐 주고 칭찬하면 우쭐해지기도 하고 좀 더 잘하고 싶다. 의미를 여러 각도로 주는 환경에서는 지루할 수가 없다.

또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타인과 늘 연결되어 있는 아이들이 덜 지루해한다. 홀로 무엇을 하기보다 같이 하면 훨씬 몰입이 잘 일어난다.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아이들 조별활동을 시키면 더 잘 몰입하고 목표도 잘 찾아내고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하지만 숙제는 늘 남는다. 의미와 재미를 제공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필수다. 지루함에서 의미로 가기까지 기다려주는 시간말이다.

어른인 우리는 여유가 있을까? 그리고 어른은 과연 지루함에서 자유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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