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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콩 Jan 17. 2024

여직원, 여사원, ‘여’가 꼭 들어가야 하나요?

토목업은 남자가 많은 직종이고 나이가 젊은 층이 적은 업계이다.(지금은 신입사원을 뽑을 수 있게 제도적으로 개선이 되었지만, 대리급 이상의 직원들이 막내로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 보니 남자들 위주의 사회에서 사용되던 단어들이 종종 쓰이곤 한다. 


그래서인지 대화를 하는 중에 거슬리는 단어들이 가끔 들리곤 한다. 그중에서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단어가 ‘여직원’이라는 단어였다. 


사실 단어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성별이 여자인 직원이니 그렇게 부르는 것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는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 하는 대화를 생각해보면 남직원이라는 단어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직원 대부분이 남자이다 보니 당연히 직원=남직원이라는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단어는 들어본 일이 없다. 윗분들이 나를 타인에게 소개할 때 꼭 ‘여직원’이라고 표현하거나 다른 분들이 날 보면 ‘아, 여직원이 있었군요.’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런 표현이 왜 거슬리냐고 묻는다면 그 뒤에 묘하게 깔린 배경이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소위 이쪽 업계에서 표현하는 여직원이라면 사무보조를 이야기한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타고, 잡다한 업무를 처리해주는 분. 그런 분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을 하는 분들도 꼭 필요하다. 그리고 사람이 없으면 내가 그 일을 대신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신입사원들이 들어왔음에도 커피 심부름이나 잡다한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다른 부서에서도 손님이 오셨다고 커피 한잔 달라고 부탁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런 분들은 언제나 날 소개할 때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무리 같은 일을 하고 같이 고생해도, 그리고 여자라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그분들에게 오래전부터 박혀져 있던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번은 상사에게 왜 항상 여직원이라고 하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이랬다. 당연히 네가 여자니까. 그럼 왜 남자들에게는 남직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에 대한 대답은 당황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상하지 않아?'와 '그러게?'라는 반문들과 함께.


여기서 일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이런 언어나 행동에 대한 것들에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런 것들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지 인식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관해 이야기하면 ‘그래? 그렇게 생각하는지 전혀 몰랐어.’라고 답하는 분들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성별로만 구별하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는  그런 구분 짓지 않고 그냥 동료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같이 일하는 '여직원'이 아닌 '동료직원'이에요 라는 말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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