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콩 Feb 04. 2024

수포자는 역학이 싫어요

수학과 물리는 정말 싫었는데.

이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고등학생 때로 되돌아간다. 고등학생이 되면 누구나 풀어야 하는 수학책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학의 정석'(지금도 이 책으로 공부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드커버에 새하얀 종이, 그 위에 쓰인 무수한 공식들. 막 고등학생이 된 나는 그 책을 진도에 맞게 다 볼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수학의 정석은 앞쪽의 집합 부분만이 손때가 탔고 점점 갈수록 새책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버려졌다. 왜냐고? 졸업과 동시에 해방을 외치며 다 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공식을 잘 외우지 못한다. 특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더더욱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사실 그래서 미적분도 물리도 포기한 이과생이었다.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이젠 보지 않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대학을 입학했을 때 교양 필수 과목에 대학물리학과 미적분학이 있었을 때는 정말 좌절했다. 수능에서조차 수2와 물리를 포기했는데 이걸 또 배워야 한다니 암담하기만 했다.


졸업하면 더 이상 이런 공부는 그만해도 될 거라는 생각에 시험이 끝나고, 졸업까지 한 내 머릿속에서는 공식이란 공식은 다 지워지고 없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고 업무를 익힐수록 그때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걸 정말 뼈저리게 후회했다.


토목공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공학'의 한 분야이다. 그리고 토목과의 전공수업은 '역학'이 기본이다. '역학'은 물체의 운동에 관한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네이버 지식사전 참고) 그러다 보니 업무를 이해하고 적용하려면 기초지식으로 알고 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한 분야에 들어있는 법칙들은 왜 그리 많은지. 그분들이 없었다면 과학과 기술은 발전하지 못했겠지만, 무슨 법칙을 이렇게도 많이 만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사실 주로 쓰고 기본이 되는 법칙의 개수는 체감하는 것보단 적다.)


사실 신입사원이었을 때, 그리고 혼자 일할 때는 이 문제가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요즘엔 프로그램이 워낙 잘 되어있어 손으로 직접 계산을 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흘러가는지 그런 정도만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해 보였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고 업무의 범위가 늘어나며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와 업무를 가르쳐야 하는 일이 생기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생각이 점점 사라졌다. 아니, 여태껏 모르고 일했던 내 자신이 창피해졌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와 어느 정도의 이해를 바란 내 안일함에서 비롯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내 책상 위의 책꽂이에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찾아보고 이해하기 위해 설계기준서와 함께 역학책들이 자리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결과값이 예상과는 다르게 나왔을 때, 설계 시 오류가 발생할 때 한번 더 확인하고 찾아보기 위함이었다. 또한 후임들이 물어보는 것이 있을 때 '직접 찾아봐'라는 말 대신 함께 찾아주고 설명해 주기 위함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공식을 잘 외우지 못하고 공식과 친하지도 않다. 말 그대로 나에게는 가깝고도 먼 당신이 공식인 셈이다. 그래서 지금도 내 자리에는 실무 관련 책과 기본서적이 함께 꽂혀있다. 아직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책을 찾아보고 원하는 답이 없으면 인터넷을 검색해 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친해지길 바라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