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콩 Jan 23. 2024

지금은 21세기, 임금에도 남녀차별이 있다니요?

몇 번의 이직 끝에 이곳에서 내 커리어를 쌓아 올리면 되겠다고 생각되는 회사를 만났다.

우리 부서엔 실무자가 나 혼자였지만 다양한 분야의 부서가 있었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일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출근 전 연봉협상을 할 때 같은 연차의 여성분이 있다는 이야기와 그 분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연봉이 책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까지는 상관없었다. 나는 경험이 중요했고 일을 배우며 경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연봉은 내가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을 때 당당하게 요구하면 되리라는 생각이 더 컸기에.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보통 연차별 연봉이 정해져 있기에 그 기준에 맞춰서 책정이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있었다.


출근을 하고 회사에서 일을 익히면서 다양한 경험들을 채워나갔다. 타 부서와 협업을 하고 프로젝트를 하나씩 마무리해 나가면서 이제야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야근도, 주말출근도 개의치 않고 즐기며 해나갔다.


그때 당시 대리 1년 차. 한창 일을 익히며 바쁘게 일을 할 때였다. 부서에 실무자는 혼자였기에 고군분투하는 날이 많았다.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에 주변 분들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본인들의 부서 회식자리나 저녁자리에 많이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옆 부서 사람들과 술을 한잔하고 있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저녁을 먹고 2차로 맥주를 마시러 갔던 자리에서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당시 신입이었던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연봉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어차피 신입의 연봉은 회사에서 책정된 기준이 있기에 기존에 오래 근무하신 분들은 얼마인지 알고 있었고, 그런 와중에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이야기였다. 듣다 보니 그 신입과 나의 연봉 차이가 거의 없었다. 


한 직급이 차이가 나는데, 경력도 차이가 있는데 이게 무슨 이야기지?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 부서장과 따로 이야기할 자리가 생겨 조용히 여쭤보았다. 

"신입직원이랑 제 연봉이 비슷하던데 혹시 이유가 있나요?"

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이것이었다.

"아,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오니 그 호봉을 인정해 줘서 차이가 날 거야."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는데 그런 게 적용된다는 것도, 그럼 그때 다른 직원과 연봉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도 이런 것이었나? 싶은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21세기 아닌가? 아직도 남녀 급여차이가 난다고?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다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 군대 다녀오는 그 기간에 여자들이 더 빨리 취직을 해서 돈을 버니까 그런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 연봉은 회사 내부에 정해진 규칙이 있을 테니 그걸 따라야겠지.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다음 해에 신입이 들어왔는데 나이가 어렸다. 면제라고 했다. 그리고 그 직원도 똑같이 연봉을 받는다고 했다. 음? 이게 무슨 이야기지? 면제와 미필도 대우가 다르다고?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다시 한번 부서장과 이야기를 했다. 회사에서 연봉을 책정하는 기준을 알고 싶다고, 이건 현역제대냐 아니냐를 떠난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두어 차례 이야기를 했더니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임원회의에서까지 이야기가 거론되자 사람들이 나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다행히 우리 부서장은 본인의 직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목소리를 내는 분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반응은 '몰랐다'였다. 그런 차이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알고 있었던 사람은 이 회사에서 오래 있었던 직급이 높으신 분 들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분들도 이야기를 하자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문제는 직급이 올라가면 차츰 격차를 줄여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이후에 들어오는 직원들은 전부 신입이었으며, 진급할 땐 새로 정해진 연봉이 계약서에 써져 있었기에 더 이상 회사에 이야기할 일은 없었다.




이 경험은 사실 우리 사회에서 예민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남녀의 차별이 이야기될 때 나오는 문제들이 군대나 임신인걸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인정해 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나의 경우 정확한 이유가 알고 싶었고 회사에서 말하는 형평성에 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리고 당시에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은 이유도 모른 채 내가 겪은 일을 똑같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 회사에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퇴사를 하기 전까지 기술부서에 내가 제일 고참이었다.)


벌써 이 일을 겪은 지가 10년 가까이 되었다. 그때 당시 다른 회사에 알아보고 조사했을 때 이미 다른 회사들은 이 변화를 한차례 겪은 뒤였고, 이후 임금격차를 해소하려고 한번 더 알아봤을 땐 남녀연봉의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남녀 임금격차가 크다고 한다. 동일 직종 동일 업무를 하는 경우에 이런 격차가 발생하는 점에 있어서는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상황이 많다고 생각이 든다. 이 상황을 마냥 비판적으로만 보고 헐뜯기보단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면서 고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