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 참 운동 안 할 핑계대기에 딱이야
운동복을 입고 스마트 워치를 찬 뒤 마지막으로 무선이어폰을 착용하고 집을 나선다. 무력감에 지배당하던 때가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집을 나서는 게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몸이 가벼운 날엔 걷다 뛰다 충분히 운동하고 몸이 무거운 날이면 동네 한 바퀴라도 돌자며 집을 나섰다.
하지만 야외 운동의 단점은 날씨였다. 옷과 운동화가 젖는 게 싫은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집에만 있었고 추운 것도 싫은 난 겨울에 뛴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겨울엔 그나마 옷을 껴입고 나가 걸어 다녔지만 운동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은 번번이 날씨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나마 여름엔 해보고 싶었던 필라테스를 등록해서 꾸준히 운동은 하고 있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목돈이 나가는 상황이 생기고 수입까지 줄어들어 매달 나가는 운동비가 부담스러워 이마저도 가을에 그만둬버렸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내 상황엔 역시 돈이 들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에.
좋은 습관이 몸에 익으려면 보통 66일, 즉 두 달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날씨가 좋은 봄에 부지런히 운동을 해 습관이 생기려 하면 찾아오는 장마, 번번이 쏟아지는 국지성 호우. 어떻게든 여름을 보내고 다시 좋은 계절인 가을이 찾아와 습관을 다시 만들어 놓으면 찾아오는 한파와 폭설. 특히 여름에는 에어컨이 겨울에는 포근한 이불이 나를 강렬하게 유혹했고 번번이 그 유혹에 넘어가는 나였다.
쓰다 보니 참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운동하기 싫어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나. 사계절을 거의 집에서만 보내던 생활 습관이 고쳐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내라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으니 여름과 겨울엔 헬스장을 등록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집에서 헬스장까지 가는 거리도 실내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니 일단은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나가는 것 자체가 싫었으니. (헬스장 가려고 나갈 거면 차라리 걷고 오면 되지, 안 그래?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나참.)
그래서 생각해 낸 대책은 실내자전거를 타는 것이었다. 예전에 야근과 회식이 많았던 바쁜 일상에서도 집에 있던 실내자전거는 열심히 탔던 기억이 났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곳에 놓으면 신경이 쓰여서라도 타니 이거다 싶었다. 인터넷으로 부지런히 검색해 보니 서서 타는 자전거가 있었다.
‘오호. 이건 천국의 계단을 하는 효과도 있겠는데? 이참에 허벅지랑 엉덩이 근육도 키울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후기를 보고 할부로 실내자전거를 구매했다.
자전거가 배송되고 조립을 하고 나니 자전거는 생각보다 거대했고(내 키보다 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자전거를 살 때는 열심히 타서 운동 효과도 보고 구매한 금액의 본전을 찾자 생각했지만 결국 거대한 옷걸이로 전락해 버렸다. 꾸준히 탄 것도 2주 남짓, 영상을 보며 타도 음악을 들으며 타도 재미를 못 느꼈고 힘들기만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운동의 효과도 딱히 없었다.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다시 현관문을 나서기 시작했다. 그때가 2024년 8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