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그 시작은 미미했다.
동네를 둘러보니 근처에 운동장이 있었다. 학생이 없는 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는 학교 운동장과는 달리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기에 하루 종일 부담 없이 출입이 가능한 곳이었다. 그리고 운동장의 크기도 꽤 컸기에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른 아침에는 조기 축구회에서 경기하기도 하고 트랙에선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운동장을 채웠다. 오후에는 학생들이 하교 후 삼삼오오 모여 노는 공간이 되었다. 해가 넘어간 뒤에는 저녁을 먹고 소화시키려 나온 사람들, 퇴근 후 운동하기 위해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동네를 하염없이 돌기보단 나도 운동장에서 걷자는 생각이 들어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이곳으로 발걸음이 향했다. 어떤 날엔 음악을 들으며, 또 다른 날엔 강의를 들으며, 오디오북을 들으며 걷고 또 걸었다. 운동하는 사람 이외엔 변하지 않는 운동장의 단조로운 풍경에 지겹기도 했지만, 오히려 잡념이 사라지고 머리를 비울 수 있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트랙의 바깥쪽에서 걸으며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뛴 게 언제였더라?’
아프기 전 그래도 꾸준히 운동은 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근력운동이었다. 헬스장을 다닐 땐 트레드밀에서 몸풀기로 빨리 걷기를 한 뒤 근력운동을 했었고, 홈트레이닝을 할 땐 덤벨로 근력운동을 한 뒤 실내자전거를 타며 유산소 운동을 했다. 어릴 땐 참 많이 뛰어다녔었는데 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번 뛰어 봐? 한 바퀴만 뛰어 볼까?’
이젠 30분 걷고 1시간을 쉬던 저질 체력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나는 한 바퀴 정도는 가뿐하게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트랙의 직선구간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숨이 차올라 헉헉대며 멈출 수밖에 없었다. 뛴 거리는 고작 100m 남짓, 트랙의 직선구간이 끝나는 곳에서 멈춰 섰다. 그 순간엔 진짜 이것밖에 못 뛰는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니, 몸이 이 정도가 될 정도로 방치한 나에게 실망스러웠다. 이전의 나였다면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자책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꾸준히 걸으면서 나는 한 가지 다짐을 했었다. 조급해하지 말자고. 하루아침에 좋아질 순 없으니 그냥 꾸준히 조금씩만 나아가자고.
그 이후로 운동장에서 걷다가 뛸 수 있는 만큼 뛰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했다. 그날이 내가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날이었고 그 이후로 내 생활은 다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움직이기 싫어하는 생활에서 잠깐이라도 땀 흘리는 시간을 내는 생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