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산책 혹은 동네 한 바퀴

저질체력, 걷기 시작하다.

by 봉콩

건강상의 이유로 휴직을 한 뒤 집에서 누워만 있던 시절, 나는 불면증과 무기력함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고 있었다. 팬데믹 시국과 겹쳐 사람을 만날 일도 없고 나가기조차 귀찮아지던 상태라 소파에서 지박령처럼 누워만 있는 날들이 이어졌다. 병원을 가야 하는 날에만 집밖으로 나가고 그 이외에는 거의 문밖출입이 없었다. 움직임이 없으니 배가 고프지 않았고 먹는 게 없으니 살은 빠지고 기력도 점점 없어지는 상황에 불면증에 시달리니 사람이 점점 뼈와 가죽만 남아 가는 느낌이었다.


잠을 잘 자려면 멜라토닌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하는데 이는 비타민 D와 연관이 된다고 한다. 비타민 D 합성은 햇볕을 쬐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에 맞춰 소파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는 상태였다. 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햇볕은 비타민 D 합성에는 소용이 없다는 사실. 알고는 있었지만, 무기력이 온몸을 잠식한 이 상황에 내가 선택한 최선은 그것뿐이었다.


“잠깐이라도 산책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처방받은 일주일치의 수면제를 먹고도 잠이 오지 않아 수면제를 또 처방해 달라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정말 내키지 않았지만 자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절실해져 잠깐이라도 나가보자는 다짐을 했다. 운동화를 신고 동네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 움직이질 않았던 탓인지 금방 숨이 차올랐다. 온몸에서 기운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예전엔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걸어 다녔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쩌다 내 몸이 이렇게 되었나 싶어 서글퍼지기도 했다. 꽤 걸었다 싶었지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고 피로가 몰려왔다. 결국 돌아오자마자 소파와 다시 한 몸이 되어 잠에 빠지고 말았다.


30분 걷고 한 시간을 자야 하는 저질 체력이 된 몸에 충격을 받은 나는 결국 최대한 매일 나가려고 노력했고 이 걷기는 1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다행히 산책 후 잠을 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수면제에 의존하던 모습도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체력이 조금씩 좋아지자 다른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식욕과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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