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이 바뀐 거 아니었어?

by 봉콩

달리기를 하고 화장실까지 다녀온 뒤 홀쭉해진 배를 보니 몸무게를 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에 밀어둔 체중계에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발 한발 올려놓았다. 두근두근, 드디어 체중계의 숫자가 멈췄다. 오십…, 그럼 그렇지. 아직 갈 길이 멀다.


체력을 올리기 위해, 잠을 잘 자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그땐 내가 다시 몸무게에 집착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다. 왜냐고? 그땐 내 인생 최저의 몸무게를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살면서 내가 꿈꿨던 몸무게는 45kg였다. 어려서부터 먹는 걸 좋아하고 성인이 된 뒤 술맛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통통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탄수화물을 줄이고 헬스나 홈트레이닝 등 야근이 많던 생활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 결과 몸무게는 항상 47~48kg을 유지했고 그 몸무게를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휴직할 무렵 만나는 사람마다 살이 왜 이리 빠졌냐고 얘기할 정도였고 몸 여기저기가 이유 없이 아파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당시 나는 그래도 내가 먹고 있다고 생각했었고 당연히 술도 계속 마셨기에 큰 병에 걸린 게 아닌가 걱정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몸에 큰 이상은 없었지만, 몸무게가 45kg 미만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살은 점점 빠졌고 몸무게는 결국 43kg까지 줄었다. 몸무게가 이렇게 빠지는 사이에 안 먹은 거 아니야?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고기와 회, 술은 꽤 자주 먹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먹어도 살이 안 찌니 더 먹고 마셨다. 이때는 이젠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 된 것 같다며 오히려 더 좋아했었다.

‘나도 드디어 먹어도 안 찌는 체질이 됐구나!!’


걷기 시작하면서 활기도 되찾고 스트레스가 적어지니 마음이 편해졌다. 낮에 충분히 햇볕을 쬐고 움직이니 밤에 잠들기가 조금씩 수월해졌다. 이게 긍정적인 신호로 보였는지 정신과의 의사 선생님도 약을 조금씩 줄여서 처방해 주시기 시작했다.


운동을 위해 집 밖으로 나선 지 2년 정도 지났을 무렵 잠들기 어렵다는 생각은 거의 사라졌고 일상이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안심할 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했던가, 2023년 겨울 추위가 찾아오니 집에서 생활하는 날이 늘어났다. 잠도 잘 자는데 나가지 말까? 추운데 오늘은 좀 쉴까? 하는 생각에 게을러진 겨울이었다. 편한 옷을 입고 삼시 세끼를 다 챙겨 먹고 움직임이 없던 탓일까. 새롭게 찾아온 2024년의 여름, 새로 샀던 옷들이 다 끼는 느낌이 들었다. 몸에 딱 맞게 샀던 니트로 된 셔츠는 단추가 터질 것 같이 벌어지고 있었다.


마음이 편해지니 잠을 잘 자면서 살이 점점 오르기 시작하고 겨울이 되며 움직이기 싫다는 이유로 신경을 안 썼더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옷이 맞지 않을 만큼 살이 쪄버린 것이었다. 체질이 바뀌다니 무슨, 난 그냥 아파서 살이 찌지 않았던 거구나. 그리고 지금까지 한 운동은 완전히 무너졌던 내 상태를 조금씩 세워나가는 과정이었을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는 제대로 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체력향상과 다이어트. 이젠 목표가 하나 더 늘었다. 뛰러 나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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