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운동 전에 별다른 준비물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라 접근하기 쉽다. 체력향상과 다이어트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비용적인 문제도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요인이었다. 프리랜서라는 특성상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운동을 시작하겠다 마음먹었을 땐 일이 많이 줄어든 상태라 비용이 드는 운동들은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 중인 세 가지 달리기 용품이 있다.
첫 번째, 운동화.
가볍게 걷다 뛰길 반복할 땐 기존에 신던 운동화 중 가장 편안한 신발을 골라 신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한 신발이라 해도 1~2km 뛸 때와 5km를 뛸 때의 발의 피로도는 확연히 달랐고, 무릎 통증도 생기면서 운동화는 좋은 것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에 따라 그리고 어떤 기능이 있느냐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쿠션감이었다.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고 발이 편해서 오래 신어도 편안한 신발. 그리고 발 볼이 넓은 내 발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볼이 여유로운 신발을 찾았다. 그러다 H사의 와이드 모델이 눈에 들어왔고, 생각하던 조건에 맞는 것 같아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이틀 뒤 택배로 받아본 신발은 이건 무슨 오리발인가 싶을 정도로 밑창이 넓었고 발볼도 여태 내가 봤던 신발 중 가장 넓었다. 신발에 발을 넣자마자 이거다 싶은 기분이 들었고 지금까지도 정말 편하게 신고 있는 운동화이다.
두 번째, 러닝 벨트.
운동 갈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핸드폰을 놓고 나갈 순 없다 보니 뛸 때 항상 핸드폰이 걸리적거렸다. 뛰는 장소가 집 바로 앞이면 모르겠지만 오가는 거리가 좀 있어 핸드폰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주머니에 넣고 뛰자니 옷 속에서 흔들리는 게 신경이 쓰였고 손에 쥐고 뛰자니 아무래도 불편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봤더니 팔에 밴드로 차고 뛰는 사람, 러닝 벨트를 한 사람, 조끼를 입은 사람, 허리에 수납이 가능한 운동 전용복을 입은 사람…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팔에 차고 뛰면 이것도 불편할 것 같고, 조끼는 과하고, 운동복은 살 생각이 없고, 벨트가 가장 좋겠다.’
그리하여 방수기능이 있는 벨트를 샀고, 옷 위에 착용하면 보기엔 좀 이상할진 모르겠지만 어차피 운동하러 왔다 갔다 하는 게 딱 티가 나는데 뭐 어때하는 생각에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처음엔 신경 쓰여서 옷 속에 착용해보기도 하고 상의로 가려보기도 했지만 핸드폰을 꺼낼 일이 있을 때마다 옷을 훌렁 올려야 하는 게 귀찮아져서 그냥 옷 위에 착용하고 다니는 중이다.
마지막, 시계.
사실 이건 있어도 되고 없어도 지장 없는 물건이긴 하다. 요즘엔 핸드폰 자체에도 운동 측정 기능이 있어 달리기 모드로 놓고 뛰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뛰다 보니 내가 얼마만큼 뛰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고 수치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게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방치한 갤럭시 워치를 차고 뛰었는데 거리, 페이스, 심박수가 한눈에 들어와 내 운동량 체크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배터리가 하루도 채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충전을 자주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습관이 되질 않아 뛰고 올 때까지만이라도 버텨달라는 심정으로 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큰맘 먹고 장만한 G사의 전용 시계. 이건 운동 전용으로 나온 데다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후기들을 봤기에 매장에서 실물을 보고 결정해야지 했다. 실물을 보자마자 투박한 외형과 촌스러운 액정에 실망했지만 기본적인 기능들이 충분히 단점들을 넘어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게 되었다.(내가 산 모델은 가장 저렴한 제품이라 특히나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써본 결과 아직까진 대만족이다. 운동기록은 기본이고 전화, 문자, 카톡에 대한 알림이 뜨고(문자는 읽을 수도 있다) 음악도 시계로 제어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충전하면 될 정도로 배터리가 오래간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외에 소소하게 산 건 있지만(무릎보호대, 마스크 같은)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소개하진 않았다. 무릎보호대는 도움이 되긴 했으나 시간이 지나 근육이 조금씩 잡히고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뛰기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마스크는 얼굴에 기미가 생기는 걸 조금이나마 줄여보기 위해, 그리고 뛰다 보면 만나는 날파리들을 막기 위해 사용해 봤으나 여름이 되니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서 지금은 쓰지 않는다. 그냥 좀 타고 말지 뭐, 선크림 좀 더 많이 바르지 뭐 하면서 말이다.
달리기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운동이지만, 알고 보면 필요한 용품도 다양하고 기능이나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나처럼 '꾸준히, 내 몸에 맞게' 운동하려는 사람이라면 꼭 고가의 용품이나 최신 제품이 필요하지는 않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로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속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