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대로 마음먹고 뛰기 시작한 건 8월 초, 한참 뜨거워지기 시작했던 때였다.
그리고 가을, 달리기에 정말 최적의 날씨가 찾아왔다. 뛰어도 힘들지 않고 덥거나 춥지 않은 정말 쾌적한 날씨. 이런 날씨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계절은 금방 지나갔고 추운 계절이 찾아왔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할 때 뛰던 패턴에서 해가 떠있는 한낮에 뛰는 패턴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겨울이 되니 햇볕이 없을 때 뛰자니 이불밖으로 빠져나오기가 어려웠고, 오히려 활동을 하던 중간에 짬을 내서 뛰는 게 좋았다. 추위에 움츠러들면 운동하다 다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하지만 1월이 되고 한파가 찾아오면서 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졌다. 아니, 추워서 나가기 싫어졌다. 그렇지만 SNS에서 꾸준히 뛰는 분들을 한겨울에도 뛰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스러워졌다. 그렇다고 여태껏 습관을 만들겠다며 달리던 게 아까워서 그만둘 수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찾아낸 방법이 해가 가장 높게 떠있을 때 뛰는 것.
오후 2시~3시.
땅의 한기가 햇볕에 좀 녹고 있을 때, 그리고 뛰고 집에 들어갈 때에도 해가 떠 있을 시간.
일단은 이 잠깐을 위해 옷을 사기엔 부담스러운 것도 있어 있는 옷으로 버텨보자 생각이 들었다. 옷장을 열어 어떤 게 적합할까 찾아보다가 한편에 안 입던 경량패딩이 보였다. 연분홍색의 애매한 기장의 경량패딩이었다. 부지런히 옷을 정리하고 치우고 살았다면 이미 헌 옷수거함이나 쓰레기봉투로 내어졌을 법한 옷. 그렇지만 이걸 입고 뛰기로 했다. 입고 뛰다가 더워지면 아무 곳에나 벗어놔도 걱정 없고 만약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가 가져간다 해도 크게 상관없다 생각되던 옷이기 때문이었다.
옷은 나에게 그냥 운동을 하게 해주는 보조장치일 뿐, 굳이 사야 하나? 싶은 그런 종류의 물품이었다.
함께 뛰는 사람도 없고, 언제나 운동장으로 뛰러 가기 때문에 냄새만 나지 않는다면야 뭐, 하는 생각이 커서 겨우내 이너웨어만 갈아입으며 단벌로 지냈다.
그렇게 하면서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해 겨울 한 달 평균 50km. 날씨 좋던 가을보다 절반밖에 뛰질 못했다.
추위가 싫고 따뜻한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다던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지. 하지만 한 계절만 하고 그만둘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할 운동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고 계속 뛰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