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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 더하기 Jul 24. 2023

준비하라, 사춘기

벌써 시작인가?



"엄마, 난 토요일에 가족이 외출하고 오면 같이 영화 보고 저녁 남은 시간에는 조용히 자기 할 일 하는 게 좋아요. 비가 오면 더 좋아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첫째가 뜬금없이 꺼낸 말이다. 지난주 토요일에 보낸 시간이 의미있게 남은 걸까? 평소와 다른 아이 말이 훅 치고 들어오듯 낯설게 느껴졌다. 아이는 수학을 좋아하고 사실 관계에 대해 말하는 걸 즐긴다. 우리는 아이가 내는 수학 퀴즈를 풀거나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 감정을 이야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갑자기 이토록 감성적인 표현이라니.


올해 아이는 11살이다. 낯가림이 심해 친구에게 인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사회성도 교육이라는데 어릴 때부터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주하야 친구들한테 먼저 인사해봐.” 아이는 시큰둥하다. 인사 연습은 꼬마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걸까? 아니면 하기 싫은데 엄마가 자꾸 이야기하니 거부감이 드는 걸까? 늘 순응적이던 아이가 보인 의외의 반응에 적잖히 놀랐다. 섭섭한 감정을 마음 한구석에 숙제로 담아 놓았다.

어제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아이를 만난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선생님은 아이를 제대로 파악하셨다. 깊이 생각하는 아이, 완벽주의같은 면이 있어서 대답하는 것에 시간이 제법 걸리는 아이. 선생님에 대한 놀라운 마음과 함께 담아 놓은 숙제를 이야기했다. “identity.”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다른 설명없이 'identity, 정체성'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이라는 말이리라.


마냥 어리게 보였던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작은 반항을 하기도 한다. 낯선 모습들은 '사춘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제 시작인가 보다. 아이는 숨겨져 있던 감수성을 마주하기도 하고, 자기다움을 찾으려 몸부림치기도 할 것이다. 일찍 아이의 변화를 감지해서 다행이다. 엄마로서 유연한 마음을 갖되 섬세한 관찰력으로 아이의 성장을 돕고 싶다. 마주할 사춘기를 아름답게 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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