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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6. 2024

시가 되는 가을날-3

흰층꽃나무 Caryopteris incana


가을 정원에 

흰색의 층꽃나무 꽃이 

하늘을 향해 기도를 드리듯 피었습니다. 


꽃이 져가는 아랫부분은

나이가 든 노인들처럼 허리가 굽었지만

아직 피어날 꽃봉오리들이 매달린 꽃대는

꼿꼿이 하늘을 향해

기도의 팁을 쌓고 있습니다. 


꽃이 가득 핀 층에는

눈이 예쁜 작은 줄점팔랑나비가 찾아와

브런치를 즐기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11월은 

정원의 꽃들에겐

이해인 수녀님의 시처럼

떠남을 준비해야 하는 계절


우리도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워져야 하는 계절입니다. 




11월의 마지막 기도/ 이해인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고 갈 것도 없고

가져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땅 밑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기보다

하늘에 숨어사는

한 송이의 흰 구름이고 싶은

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


숨이 멎어가는

마지막 고통 속에서도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


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

흰옷을 입고 마중 나오리라


어떻게 웃을까

고통 속에도 설레이는

나의 마지막 기도를

그이는 들으실까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3419297/a-poem-of-autumn-3-by-yong-k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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