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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07. 2024

시가 되는 가을날-4

흰메꽃 Calystegia sepium


가을비가 내리고

빗방울이 꽃잎에 맺히면

그 모습 그대로 시가 됩니다.


더욱이

처음 만난 흰메꽃을

우연히 만나는 날은.


메꽃은 나팔꽃과 닮았지만

나팔꽃보다는 순박한

우리 토종의 다정함이 느껴집니다.


안도현 시인은

"메꽃과 나팔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나팔꽃은 인도가 고향인 한해살이 풀꽃으로

아침에 피었다 오후가 되면 시들지만,

메꽃은 우리나라 토종인 여러해살이 풀꽃으로

아침에 피어 오후까지도 예쁜 모습으로 남아있습니다. 

메꽃은 보통 연분홍색 꽃이 핍니다. 


나팔꽃의 영어 이름은 morning glory이지만

흰메꽃의 영어 이름은 heavenly trumpets입니다. 


곱게 핀 나팔꽃도 좋지만

소박하게 피어난 메꽃도 참 아름답습니다. 


이안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 역시 메꽃처럼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그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메꽃처럼 소박한 멋으로

누군가에게는 작은 기쁨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을날 비가 내리고

흰메꽃 고운 잎에 빗방울 맺히면

가을날은 시가 됩니다.



메꽃/이안


뒤뜰 푸섶

몇 발짝 앞의 아득한

초록을 밟고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에 핀

메꽃 한 점

건너다보다

  

문득  

저렇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무방한

것이


내 안에 또한 아득하여,


키다리 명아주 목덜미를 한번쯤

없는 듯 꽃 밝히기를

바래어 보는 것이다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3475445/a-poem-of-autumn-4-by-yong-ki-park


#시가_되는_가을날 #흰메꽃 #가을비 #빗방울 #2024년_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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