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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기 Nov 27. 2024

시가 되는 가을날-18

구절초 Siberian chrysanthemum


만인산 자연휴양림을 걷는 동안

다른 꽃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자주 가던 산책길 산기슭에

구절초들이 몰려 피어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

안도현 시인의 시처럼

가는 꽃대에 얹힌 꽃송이는

바람에 마구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스로 찍어낸 사진 속엔

꽃등애 한 마리도 

이 가을의 향기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 작은 꽃등애는

저무는 가을 햇볕 속에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바라보는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 같은

희망을 알고 있는지.....


만인산 구절초도

가을이면 시가 되어 피어납니다. 




구절초의 북쪽 / 안도현  


흔들리는 몇 송이 구절초 옆에

쪼그리고 앉아본 적 있는가?

흔들리기는 싫어, 싫어, 하다가

아주 한없이 가늘어진 위쪽부터 떨리는 것

본 적 있는가? 그러다가 꽃송이가 좌우로 흔들릴 때

그 사이에 생기는 쪽방에 가을햇빛이

잠깐씩 세들어 살다가 떠나는 것 보았는가?

구절초, 안고 살아가기엔 너무 무거워

가까스로 땅에 내려놓은 그늘이

하나같이 목을 길게 빼고, 하나같이 북쪽으로

섧도록 엷게 뻗어 있는 것을 보았는가?

구절초의 사무치는 북쪽을 보았는가? 




Pentax K-1    

Pentax smc PENTAX-D FA 100mm f/2.8 WR Macro

https://500px.com/photo/1104607593/a-poem-of-autumn-18-by-yong-ki-park


#시가_되는_가을날 #구절초 #만인산 #구절초의_북쪽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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