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끝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by 서 행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기에,

삶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은 정해진 수만큼 일어난다,

극히 소수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어릴 적의 오후를 몇 번이나 기억할까?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해,

없었으면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어릴 적 오후,

기껏해야 네다섯 번이다.


우리는 보름달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스무 번?

비록 아직까지는 다 끝이 없어 보이지만. "


<마지막 사랑>에서


작가 폴 볼스가 소설 <마지막 사랑>에서 독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어릴 적 오후를 몇 번이나 기억할까.

우리는 보름달을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언제쯤 이 모든 게 끝이 있다고 느껴질까.

언제쯤 이 모든 게 끝이 있다고 인정할까.


문득 궁금해진다.


소설 <마지막 사랑>은 많은 이에게 감동을 전한 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에 의해 1990년에 영화로 재편성되었다.


주인공 포트가 죽고, 아내 키트의 방황 후 진행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소설의 작가 폴 볼스의 내레이션으로 장식됐다. 바로 위 소설의 인용글이다.


이 마지막 장면은 상반된 평가를 받았었다.

철학적인 의미를 과도하게 부여해 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와,

내용이 영화의 전개와 통하며 관객이 다시 한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한다는 평가가 있었다.


본인은 후자에 속했다. 폴 볼스의 중후한 목소리에, 필자는 어김없이 매료됐다.


<마지막 사랑> 영화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 또한 이 내레이션에 빠졌다.

그 또한 삶에 대한 고뇌를 피하지 못한 듯하다.


그는 폴 볼스의 그 철학적인 내레이션에 빠져, 그가 말한 단어와 문장을 다양한 언어로 조합하고,

그 위에 그 만의 사운드를 넣어서 사운드 트랙을 만들었다.

그 곡이 바로 2017년에 발표된 류이치 사카모토의 앨범 <async> 속 <fullmoon>이다.

이 음악이 삶의 반복과 방황에 대한 그의 해석인 것이다.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코다>에서 이 음악의 제작과정을 기록했다.


"암은 편도선 안쪽, 3기 판정. 림프절까지 전이될 수 있다, 현재 3개 있음."


언젠간 삶의 끝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류이치 사카모토는 암을 통해 깨달은 듯하다.

그는 암에 걸린 후 모든 활동을 중단했고 멈췄지만,

평소 존경하던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의 의뢰를 받고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손 놓고 있었던 본인만의 앨범, <async>의 제작도 점차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과,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삶이 이 다큐에 기록됐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 잘 모르겠는데,

20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혹시 암이 재발해서 1년이 될 수도 있고,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그래서, 언제 죽더라도, 후회 없도록, 부끄럽지 않은 것들을 좀 더 많이 남기고 싶어요.

일도, 음악도."


다큐멘터리 속 류이치가 말했다.

이 것이 폴 호른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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