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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엄마표 영어의 목적지는?

-. 소통을 위한 영어, 성적을 위한 영어?




어느 날 두 아이가 신나게 영어로 말하며 노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남편이 말했다.

"우리 애들은 나중에 영어 성적은 보나 마나 엄청 좋겠다" 그때 나의 대답은 이랬다.

"저 아이들이 영어성적이 좋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 우리가 말을 잘한다고 국어를 다 잘하지 않는 것처럼, 영어를 잘 알아듣고, 말을 잘한다고 해서 영어 점수가 좋은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 다만 잘할 가능성은 그렇지 않은 애들보다는 높긴 할 테지."


영어성적을 위한 영어를 주고 싶다면 굳이 엄마표 영어일 필요가 있을까? 굳이 어린 시절부터 시작할 이유는 더군다나 필요가 없다. 학습으로 배우는 영어는 학령기의 아이들이 더 잘하기 때문이다.  엄마표 영어를 일찍 시작하는 엄마들은 그 정도의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으리라.


원어민처럼, 혹은 원어민에 가까운 실력의 영어를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자라는 아이를 원어민처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원어민에 가까운 아이로는 노출환경으로도 만들 수는 있다. 내 목표는 원어민처럼도 아니고 그저 원어민의 말을 알아듣고, 원어민과 대화가 편안해질 정도의 말하기만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므로 나의 엄마표 영어의 목표는 진즉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으로 원어민이 우리 집에 오던 날, 영어를 못하여 선생님께 드릴 질문을 파파고에 돌려 노트에 빽빽하게 적었던 기억이 난다. 잔뜩 긴장해 있는 나에게 오히려 큰 아이는 편안하게 하라면서 나를 다독였다. 막상 원어민과 마주치니, 외웠던 문장들을 다 까먹고, 심지어 내가 내뱉은 간단한 문장마저 원어민이 알아듣지 못해 많이 당황했었다. 엄마의 진땀 나는 상황 속에서 큰 아이는 차분하게 원어민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우리가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뭐가 있을까?







엄마표 영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성과는 소통이 가능한 영어를 선물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소통이란 원어민의 말을 들을 수 있고, 원어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으로 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가능하려면 원어민의 소리를 지속적으로 듣는 것부터가 우선되어야 한다.  


'소통'을 끊임없이 강조하는 데에는, 우리의 영어 교육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누구나 공교육에서 6년 동안 영어를 배우지만 그 정도의 교육으로 말하기가 가능한 사람은 전무하다. 한마디로 쓸모없는 영어를 배우게 하고 싶지 않을 뿐이고, 어차피 성적만을 위한 영어는 학교에 가서 배울 테니 집에서부터 그런 쓸모없는 영어를 미리 당겨서 가르칠 이유가 없다.


영어책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 혹은 잘 정리된 글을 번역하는 능력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은 책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여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한 8가지 지침이 적혀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했고, 두려웠으며 화가 났다. 영어 교육을 떠나서 우리가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는 궁극적인 목표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쥐어주기 위함이 아니던가. 당장 영어 단어 몇 개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조금만 고개를 내밀고, 미래를 내다보면 내 아이를 위해 진짜 준비해야 하는 교육은 따로 있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의 삶은 많이 변했다. 온라인 상에 새로운 경제형태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1인 브랜딩을 시작했다. 그들이 노리는 시장은 한정된 수요의 국내 플랫폼이 아닌 전 세계 시장이다. 그냥 공부를 잘하기만 해서는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장을 읽고 해석하는 영어는 예전에도 쓸모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쓸모가 없어져버렸다.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은 유튜브 영상을 두 개의 언어로 올려 소통할 수 있다. 수요를 국내로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자막 처리된 영상보다는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과 그들이 자주 쓰는 그들식 표현으로 영상을 올리는 유트버에 더 환호하기 마련이다. 물론 어떤 것을  주제로 다루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말이다. 아이를 유트버를 시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통이 가능한 영어가 아이에게 얼마나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다.


또 영어를 통해 아이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한국어밖에 할 수 없어서 국내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것과 영어가 가능하여 구글에서 검색하는 것은 그 양과 질적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한마디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이즈 다르다는 얘기다. 평생 우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개구리의 하늘은 동그랗고 작게 생겼다고 생각하겠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독수리는 자신이 날아갈 수 있는 모든 곳이 하늘이 된다.  

아이의 세상이 다시 열리는 것이다. 영어가 생활이 되고, 편안한 언어가 되면 얻게 되는 세상이다.










우리 집에 온 원어민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영어를 가르쳐줬는지 궁금해했다. 엄마의 영어 실력을 보아하니, 엄마의 영어 실력으로는 도저히 아이들을 이렇게 성장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 일 것이다. 그저 자막 없는 영어 영상을 보여주고, 그림책을 읽어준 것만으로 이것이 가능하다 것을 눈으로 본 그들도 이해하지 못했으니, 동네 엄마들을 엄마표 영어로 입문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블로그를 통해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하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에게 엄마표 영어 대한 정보를 주고 싶었던 것도 있었으나, 그걸 다 떠나서 이렇게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교육열이 높고, 사교육 시장이 풍요를 넘어 창궐 수준인 나라에서 영어의 구사 수준이 못 사는 나라보다 하위에 있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다. 또, 영어라면 덮어놓고 가격을 올리는 사악한 집단들에게 아이의 영어를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팔 기세로 돈을 가져다 넣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영어를 할 수 있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기도 했다.


물론 나는 유아 영어 교육 전공자도 아니고 따로 배운 적도 없는 그런 못 배운 여자라서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할 수 없으며, 그럴듯한 원리나 논문자료로 글을 채울 수는 없다. 굳이 그런 이론 따위를 길게 나열하여 있어 보이는 글을 쓰는 건 전공자들이 쓴 글에도 충분히 나와 있을 것이므로, 못 배운 여자지만, 해 본 여자로 당장 실천해야 하는 것들 알려주는데 주력을 하고자 한다.


잼을 먹고 싶은 사람은 잼 속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보다는 어떻게 뚜껑을 열고 맛있게 먹는지가 더 궁금하다.

먹는 싶지만 뚜껑을 열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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