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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습득의  비법은 '반복'에 있다.

-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없고, 심지어 영어를 하지 못하는 내가 블로그를 통해 엄마표  영어에 대해서 이렇게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였다.

처음 엄마표 영어를 시작할 때만 해도 주변에 엄마표 영어를 권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들 대부분이 엄마표 영어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였는데, 엄마가 영어가 가능해야 한다거나, 혹은 조기 영어 교육이 아이에게 좋지 않다는 것, 또 엄마가 생활 영어 따위를 배워서 아이에게 해줘야 하는 것 등 자신들이 해낼 수 있는 이유보다  해낼 수 없는 이유가 더  많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스스로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먼저 엄마표 영어에 대해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아이들이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눈으로 보고 난 후였다. 그 당시 아이가 내뱉는 영어 문장이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었지만, 아이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했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영어 발음과 억양, 영어를 즐기는 태도 등에서 엄마들은 놀라워했다.


사실 나는 딱히 엄마표 영어 관련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고 방법을 배워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나는 아이만 키우느라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 등을 가입해본 적이 없어서 정보를 받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아이가 만약 영어에 대해서 내게 불편한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초등학교 3학년에 학원으로 보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영어를 너무 싫어하는 것을 깨닫게 된 6세 4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매일 밤마다 유튜브에서 엄마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영어 영재로 키워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사례들을 봤는데, 공통적으로 행했던 방식은 영상, 소리 노출, 오디오북 등을 매일같이  보여주고 틀어주었다는 것이다.  몇몇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생활영어를 써 주거나, 단어들을 놀면서 가르쳐주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이 영상들을 통해서 알아낸 것은 '반복'이 습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뇌는 입력하는 모든 것을 저장할 수 있지 않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점점 사라지게 되어있다. 이렇듯 쉽게 소실되는 단기 기억들이 장기기억으로 전환이 되면 습득이 되는 것이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이 되는 방법은 '반복'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같은 정보를 매일같이 입력하면, 뇌 스스로 그 정보를 중요한 정보라고 인식하고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습법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에빙하우스 망각의 곡선


나는 이 원리를 통해서 언어를 배우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했다. 모국어 환경에서는 모든 언어를 반복해서 들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모국어 환경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언어를 배우고, 발달시킨다. 이 것처럼  영어를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습득시키려면, 똑같이 자연스러운 '반복'이 일어나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아이가 이동하는 방마다 오디오를 틀어주던 영상 속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지속적인 영어 노출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생각했다.


나는 꼼꼼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영어 영상을 보여줄 때 '반복'해서 보여주면 좀 더 효과적인 노출이 되겠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엇으로, 얼마의  시간을 노출할 것인가, 그리고 언제 노출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아있었다. 또, 계획을 하고 실행했지만, 잦은'반복'을 아이가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생겨났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봤던 걸 또 보는 것을 즐기지 않을 수도 있고, 아직 영어가 낯설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아이에게 오히려 이 방식이 흥미를 더 떨어뜨리는 문제를 만들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반복'의 방식을 좁은 개념이 아니라 넓은 개념의 반복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취했다. '반복'은 같은 자리에서 연속으로 반복하는 방법도 있지만, 하루 간격으로 반복하는 방법도 있다. 또, 같은 표현이 반복되거나, 단어가 겹치는 책들을 두루두루 보여주거나 읽어주면서 '반복'하는 방법도 있다. 비슷한 수준의 dvd와 그림책 등을 많이 보여주고, 읽어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반복'이 이루어진다.  


물론, 처음 시작은 의미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아이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처음 접근한 방식은 간단한 생활영어가 들어있는 국내 전집류로 시작을 했다. 영어라는 것을 처음 접한 아이에게 비교적 쉽고 간단한 문장들이 있는 것부터 시작했고, 그것을 하루 간격으로 노출하기 시작했다. 하루 1~2회 정도로 20분 내외의 영상을 노출했고, 아이가 원할 때에만 같은 dvd를 반복해서 틀어주었다. 아이는  5개월이 지나자, dvd에서 보았던 간단한 표현들을 바꿔 말하기 시작했다.


예시 -일주일에 일정한 양을 정하여 '반복'하여 노출하기


나는 이 방법을 그대로 지인들에게 해보길 권했다. 주마다 노출해야 할 dvd 번호를 적어놓을 것을 권했고,  일주일 동안 같은 dvd를 노출할 것과, 매주 월요일 그다음 dvd를 틀어주도록 했다. 육아로 쉽게 할 일을 잊어버리는 엄마들에게 탁상 달력이나 벽걸이 달력에 노출한 dvd번호와 성공한 날과 실패한 날을 표시하도록 했다. 최소 3일 이상의 노출을 하도록 했는데, 결과는 그 아이들도 비슷한 시기에 짧은 표현일지라도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역시 아이들은 환경이 갖춰지면 스스로 언어를 배운다. 제대로 노출만 해줘도, 값비싼 센터 수업 따위는 의미가 없어진다.


이 방법이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엄마들에게도 이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블로그의 규모가 커지고, 많은 이웃들을 알게 되면서, 정말 많은 엄마표 영어를 지켜보았다. 어떤 엄마표 영어는 쉬운 길을 어렵게 가는 것 같았고, 굳이 몰입하지 않아도 되는 때에 아이도 엄마도 힘든 방법을 취하는 것도 같았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과 지역의 영어모임(책 마녀)의 아이들이 성장했던 방법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글을 읽을 땐, 자신이 알고 있는 한에서 자기 생각대로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내 생각과 방식이 고스란히  전달이 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블로그에서 나와 영어모임에서 했던 방식을 그대로 가르쳐주고, 함께 뛰어주는 책 마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프로젝트 1년, 그 아이들도 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지인들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입 밖으로 영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런 노출 환경이 계속된다면, 아이들이 얼마만큼 성장해 있을지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직접적인 가르침이나 배움은 하나도 없다.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똑똑한 우리의 아이들은 스스로 배워나간다. 엄마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많은 엄마들이 엄마표 영어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 없이 쏟아지는 정보에 휘둘린다. 만약 엄마가  '목적'과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엄마표 영어와 꼭 닮아있다. 샘과 데이브는 땅을 판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아주 멋진 것을 찾을 때까지 땅을 파기로 한다. 그들은 열심히 땅을 팠지만 아무리 파도 멋진 것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꾸 방향을 바꾸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하여 그 행위를 하지는 모르는 샘과 데이브는 바로 코 앞에 그것을 두고도 찾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뼈다귀를 찾으려 했던 그들의 개만이 뼈다귀를 차지한다.

언어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는가, 나의 엄마표 영어의 목적은 무엇인가, 지금 하고 있는 교재나 행위가 어떤 목적이 있기에 행하는가 등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선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럼 여러분이 진정으로 원하는 '진짜 멋진 것'을 찾게 되는 날이 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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