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란?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
아프고 화가 난다.
먹먹한 가슴을 진정시키려 한숨 크게 내쉬어 본다. 하지만 금세 이러한 모습을 비웃기라도 한 듯 눈가에는 어느새 이슬방울이 맺힌다.
“왜?”라는 의문을 끝없이 반복적으로 던져보지만, 명확한 해답이 없다.
8년 전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금, 우리는 또다시 그러한 전철을 밟고야 말았다.
우리 이웃들과 그들의 사랑스러운 자녀들, 그리고, 오빠, 동생, 형제, 자매 등 아까운 청춘들이 우리들의 곁을 떠나고야 말았다.
희생자들의 대부분은 8년 전의 그 세대들이다. 그 안타까운 세대들….
우리는 과연 그들의 아픔을 감싸주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그지없다.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며, 삭막했던 우리 사이의 관계와 그 약해진 연결고리를 더욱 단단해지는 계기가 각 사회 전반에서 다채롭게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계절에 맞춰 지역축제들이 사람들의 모임을 유도하였고, 필자 또한 억눌렸던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고자 오랜만에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였다.
어른인 나도 이러한 만남이 그리웠는데 에너지로 가득한 젊은 세대들은 오죽했으랴.
그동안의 응축된 마음을 마음껏 증폭시킬 분위기가 가득한 환경이 때맞춰 준비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이 너무 미비했다. 갑자기 몰려든 많은 행동에 비교되는 너무나도 초라한 행사 대응책들이 이러한 어이없는 참사로 이어졌다.
각종 언론과 인터넷, SNS 등에서는 분 단위 새로운 뉴스들로 가득했고, 우리 사회는 큰 충격과 아쉬움에 너무나도 큰 아픔과 트라우마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넘쳐나는 속보와 함께 정부에서는 사고 진상조사를 시작했으며, 사고대책 및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이 모든 소식들을 등진 채 이번 사고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참사 이후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은 밤늦게 귀가하는 자녀들의 방문을 확인해보는 게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고들 한다. 나 또한 부모의 마음으로 그러한 반응에 공감하면서도 진짜 아픔을 가진 희생자들의 가족들에 비하면, 너무나 보잘것없는 이기적인 행동에 놓인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참사의 희생자들이 내 아이, 내 가족만 아니 였으면 하는 원초적인 본능의 의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차원적인 안도감이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죄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일말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이번 참사에 대한 분노를 쏟아낼 매개체를 찾는 듯하다.
누구 때문에…. 누구에 의해서, 그때…. 이랬으면, 만약에…. 라는 가정들이 하나둘씩 시작하면서 급기야 무수한 가정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에 맞춰 선동적이고, 거짓된 뉴스들이 사람들을 유혹하면서 각종 매체 및 SNS를 통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과학적이고, 체계화된 증명의 방법들은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 시간을 틈타 검증되지 않은 뉴스들이 넘쳐나고 이러한 소식들은 결국 2차 적인 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작된 진실은 시작점. 그것은 검증되지 않은 가정(假定)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과학적인 증명의 시작은 올바른 가정에 의해 시작됨을 부인하진 않지만, 그렇지 않은 가정은 진일보된 사회와 문화 창조의 걸림돌이 된다.
8년 전의 아픔에서 우리는 가짜뉴스의 피해로 그 가족들이 겪는 아픔이 어떠한지를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이제는 그 아픔을 겪고 견디며, 그 피해를 넘어서고자 하는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더불어 이러한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리라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러 가지의 낭설들이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퍼진다.
오해에서 비롯된 편견과 그에 따른 차별적인 언행이라면, 반박할 자료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조작된 가정에 의한 거짓 뉴스는 너무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이다. 어떠한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들도 다 사회의 일원이기 전에 가족의 구성원들이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들이라면 그러했을까?
사회는 돌고 돌면서 우리를 이어준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소문에 의한 소위 “유언비어”로 시작되어 “아니면 말고” 식의 구전(口傳)은 너무 경박하다 못해 악의적이다. 물론 본인은 “그런 줄 몰랐다” 하지만, 그러한 가벼움부터 시작이란걸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2차 피해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다. 나의 경솔한 말 한마디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누구나 가져야 한다. 또한, 우리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경계해야 한다. 진실로 위장하여 우리들의 지식 욕구에 파고드는 가정들이 설마. 에서 시작해서 온갖 억측과 낭설들로 난무해진다.
우리는 이러한 2차 가해에 대해 각종 뉴스미디어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접해본 바 있으며, 그 해로움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경계해야 하며,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가정은 확인해보고, 소문의 실체에 대해 경계하며, 원인 제공자에게 또는 전달자에게 잘못된 정보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이제는 그만하라고.
우리 사회는 해답을 찾기 위해 건강한 가정을 세우며 그 답을 찾으려 하였으며, 그것은 인류의 발전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물론 엉뚱한 가정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많은 과학적 발전을 이뤄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에 피해를 주는 “아니면 말고” 식의 가정(假定)의 해악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참사를 후진국형 사고라 한다. 그들이 말한 사고에 대한 정의를 무슨 잣대로 이렇게 나눌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 대한 대책과 재발 방지만큼은 선진국을 넘어서 초일류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우리의 의식구조도 한층 더 성숙하여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안타까운 이번 사고 희생자들에게 다시 한번 지켜주지 못한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도록 기도드리며,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