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앞두고 쓰는 소회

by 이유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막달이다.

이번 달 말이면 아기가 태어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뱃속의 아기는 몸을 쭉쭉 뻗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다. 배가 꿈틀거리는 태동은 몇 달이 지나도 꽤나 낯설게 느껴지지만, 아기가 잘 있음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안도감이 든다. 초산에는 태동이 조금 늦게 느껴진다고들 하는데 나는 거품이 보글보글하는 느낌을 중기 들어서자마자 느낀 것 같다. 그 이후 콩콩 발로 차고 팔다리를 뻗고 둥둥둥 딸꾹질을 하는 것까지, 아기가 잘 있나 걱정할 새 없이 활발하게 움직여주어 다행이다.




결혼할 때 이맘때쯤 아이를 갖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3-4년 후쯤으로 미뤄두었다. 나와 남편의 직장이 안정되고, 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내가 수술을 하면서 측정한 가임력검사(난소나이 측정; Anti-Müllerian Hormone Test)에서 내 나이보다 6년이나 높게 나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의사는 이 수치를 보고 자녀계획이 있으면 앞당기는 것을 제안했고, 나 또한 혹시 3-4년 뒤에 아기가 바로 찾아와 주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후회가 찾아올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때맞춰 공부를 해보았고 또 편입을 하면서 '늦은' 공부도 해보며, 의지만 있다면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나 아이를 갖는 문제는 생물학적인 나이가 가장 중요하며, 늦었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속상했지만 빠르게 휴학을 결정했다. 수술 후 몸은 잘 회복했고, 운동을 하면서 임신준비를 했다.


고맙게도 아기는 바로 찾아왔다. 두어 달은 걸릴 거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운 상태로 테스트기를 보다가 뚜렷한 두 줄이 나와 순간 당황했다. 얼떨떨한 목소리로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워 테스트기를 보여주었더니 남편이 깜짝 놀라며 안아주었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둘 다 실감이 안 났던 것 같다.


양가 가족들에게 서프라이즈 계획을 세우고 6주 차에 맞추어 병원 예약을 했는데, 5주 차부터 정말 엄청난 입덧에 시달렸다. (결국 깜짝 파티는 하지 못하고 소소하게 떡으로 젠더리빌 파티를 했다.) 5-6주 차에는 위를 칼로 벅벅 긁는 듯한 통증에 괴로웠으나 아직 아기 심장소리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함부로 제산제나 약을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고통에 몸부림치며 병원 예약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입덧약을 처방받으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그때는 몰랐다. 입덧약의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입덧은 차라리 온몸이 불타 죽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이었다. 평균적으로 8주 차부터 입덧이 시작된다는데, 나는 5주 차부터 18주 차까지 3개월을 꽉 채우는 동안 입덧약도 듣지 않고 매일 목에 피가 나도록 토하면서 지냈다. 딱 한 가지 위안이 되었던 것은, 태동이 느껴지지 않는 시기에 입덧으로 아기가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입덧약의 효과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입덧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막달을 맞이하고 있다. 조금만 무리하거나 위의 상태가 안 좋으면 여지없이 구토를 한다. 구토의 빈도나 통증 정도가 심할 때에 비하면 많이 괜찮아졌지만 이제는 몸이 무거워지다 보니 숨이 차고 무릎이나 발목이 저릿한 또 다른 힘듦이 있다.




임신을 했다고 주변에 알리면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어'라는 말을 많이들 해주었다. 불행히도 나는 임신기간 동안 한 번도 마음껏 먹을 순 없었지만, 오히려 임신기간이 참 힘들기에 아기가 태어나면 덜 힘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아기가 태어난 이후 잠을 못 자는 괴로움은 신체적인 통증과 결이 달라 또 힘들다고 느끼겠지만, 내내 울렁거리던 속이 나아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기분 좋게 마실 수만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지금의 바람을 잊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입덧은 오롯이 나 혼자 견딜 수밖에 없었지만, 육아는 남편과 다른 가족들이 함께 할 수 있고, 아기 얼굴을 마주 보며 힘듦이 희석될 수 있기에 조금 더 수월하다고 여길 것이다.


남은 한 달 무탈하게 지내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아기를 만날 수 있길 온 마음을 담아 바란다. 그리고 세상에 아기가 태어난 날, 이 모든 고통은 너를 만나기 위해 충분히 가치 있는 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