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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Sep 11. 2020

창업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4. 당신이 간과하기 쉬운,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것


첫번째 이야기.


 나는 창업을 꽤 오래전부터 꿈꿨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막연하게 언젠간 창업해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그래서 주위에서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은

뭐... 대박날 아이디어라도 있어?

였었다. 이 얘기를 하도 많이 듣기도 했고, 스스로도 어릴 땐 발명품 경진대회가 창업의 시작이라고 믿었기에. 대박날 아이디어 찾기에 급급했다. (특허 신청도 하나 냈지만 심사 광탈-★데헷)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실제 창업하신 분을 1:1로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분은 나에게 창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냐, 흥미로운 눈빛으로 물었고. 나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다 적어놓고 있다며 재잘재잘대었다.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이미 흥분도 MAX를 돌파해버린 나는, 열심히. 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펼쳐나갔다.


그런데 그 분이 고개를 아주 잠깐. 갸우뚱하더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드럽게 웃으시며 "너의 창업 길을 계속 응원하겠다."며 격려해주셨다.


음 뭐가 잘못된걸까.




두번째 이야기.


  나는 창업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보기 위해 초기스타트업에 들어가 마케팅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 맡게된 일은 우리의 고객층 중 일부인, '스타트업 대표'가 관심있어 할만한 컨텐츠 기획안이었다. 창의력이 뛰어나다, 통통 튄다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여러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것도 재밌어할 것 같고... 이것도 반응이 있을 것 같고...음 그런데 ceo님 표정이 안 좋으셨다.

음.. 괜찮은데 이게 정말 저희 고객이 원하는 것일까요?


왜 ceo님이 이런 질문을 하셨을까?


이유는 일의 프로세스 자체가 잘못되었기 때문이었다.

경영학과 수업 중 마케팅관리를 들으면 가장 먼저 배우는 전제가 있다.

[김상훈 교수님의 마케팅 관리 교재 발췌]

마케팅은 소비자의 숨겨진 needs(욕구, 문제점)를 찾아내서 충족시켜주는 행위다.

우리의 고객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일상 속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 고객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그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야한다. 그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1 우리의 고객층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을 거야. 가설을 세운다.
2 그에 따른 해결방안(아이디어)를 제시한다.
3 빠르게 집행한다. 반응을 지표로 확인 후 가설이 옳았는지 판단한다.
1로 돌아간다.

이 사이클이 되었어야하는데. 나는 1을 하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멋지고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일 수 있지만

고객의 입장에서는 그냥 껍데기 화려한, 붕 뜬 아이디어일 뿐이다.


고객의 문제점에서 시작했을 때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으로, 진정성있게 다가갈 수 있다. 





세번째 이야기.


이건 단순히 마케팅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 경영에 멋진 아이디어가 위험한 진짜 이유는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어서다. 사업은 고객과 시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 ‘특정한 문제를 가진 특정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면 창업가는 도대체 왜 이일을 하는가. 사업가는 예술가와 다르다. 예술가는 자신의 내면의 정신과 욕구와 예술성에 집중한다면, 사업가는 외부의 고객의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사람이다.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권도균의 스타트업 멘토링 칼럼 발췌]

창업도 똑같다.

맨 첫번째 이야기에서 왜 대표님이 갸우뚱 했는지 이제서야 알았다.

창업은 뛰어난 아이템, 아이디어를 내는 행위가 아니다.


창업은 사람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행위이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줄 것인지 제시하는 과정이 창업이다.


배달의 민족이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져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 오히려 이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은 배달통이었다. 심지어 이 때문에 배달의민족이 초기투자유치에 힘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배달의 민족은 현재 확고한 배달앱 1위를 달리고 있다.




번외편.


참 기본적이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나는 옛기록을 다시 뒤적거렸다.

한참을 뒤적이고 나서야 찾았다.


고등학교 때 우리학교를 방문했던 ceo이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ceo인

닷 김주윤 대표님의 강의 소감문.

다시 그 소감문을 읽어보니 그당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나는 강의를 들으면서 와...진짜 이분은 성공하시겠다, 너무 멋있다라는 생각이 미친듯이 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그 생각이 느껴졌던건

대표님의 점자시계라는 좋은 아이디어보다는

대표님의 시각장애인들의 점자정보단말기는 가격적으로도 너무 비싸고 부피적으로도 휴대성이 전혀 없는데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는 그 강렬한 문제의식에서 느껴졌던 열정이었다.


4년 후 창업박람회에서 다시 이 회사를 맞닥뜨렸는데 더더더 잘되고 있더라....왜 내가 뿌듯하지


김주윤 대표 관련기사 "힘들게 공부하는 장애인 친구 본 뒤 점자 스마트시계 구상" (이미지 출처)

닷 회사소개 "DOT : First Braille Smartwatch" (이미지 출처)







https://brunch.co.kr/@dltngus0730/3

그래서 내가 처음에 아이디어부터 설명안하고

“아니. 일단 사업 계획부터 들어봐. 내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이거였거든? 근데...”    

너한테 이렇게 얘기했던거야.


그녀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술에 취해서 결국 조금더 가까운 우리집에 와서 잔 이 아이...일어나자마자또 창업얘기다. 그건 그렇다치고. 그녀의 얘기를 듣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었다. 나는 입을 뗐다.


아하...그건 알겠어. 근데 결국 그 해결하고 싶은 문제도 시장성이 있어햐하는거 아니니... 만약 문제만 해결하고 싶다면 창업이 아니라 다른 일들도 많잖아. 봉사라던가, 연구라던가...안 그래..?


당연하지. 돈이 되어야 창업이지. 그래서 시장성 조사도 진행했어.


어떻게?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주1회 연재






작가의 현재 일하는 곳이 궁금하다면▼

https://capt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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