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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현 Aug 20. 2020

여자친구랑 사업할때 지분 얼마나 줬어요?

3. 스타트업 지분율 분석

[지난 이야기 요약]

"선배 근데 원래 술 안좋아하잖아요. 웬일로 집에 가기 아쉬워하세요??"


100% 뭔일있네. 나도 선배를 쳐다봤다.


"아, 그게. 나 헤어졌어."


"에? 그럼 선배 사업은요???"


와...대박. 참고로 선배는 여자친구랑 같이 사업을 하고 계셨었다.



하하;;.....



"에이. 몰라. 이모! 자몽에이슬 하나 더 갖다주세요."


그렇게 참으로 길 것 같은 오늘 밤이,

다시 시작되었다.

https://brunch.co.kr/@dltngus0730/5




그들이 처음 만난건.

한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잠깐 일할 때였다.

어느 정도 규모있는 회사이다보니 서로 일을 하면서 만난 적은 없었고. 그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건 다름아닌 지하철이었다. 아침 9시 쯔음 선릉역에 도착하는 2호선을 타고  1번 출구로 나오면. 9시면 그렇게 엄청 이른 시간도 아닐 것 인데도 뭐가 그리 바빴는지. 긴 검은 머리가 덜 말려서 잔뜩 젖어있는. 회색 회사 출입증을 목에 맨 여자가 휴대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걸어가는 모습을 늘상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걸어다니는 미역 줄기 같아...'


그녀를 볼 때마다 이렇게 신기하게 보던 선배는.

저 미역줄기같은 여자가 하루는 드디어 시간이 남았는지,

머리를 다 말리고 와 햇빛에 말린 반짝반짝 빛나는 미역줄기 같았던 어느날.

자기자신이

"저기요... 저 같은 회사 직원분이신 것 같은데 제가 오늘 출입증을 안가져와서..."


라며 한 손으로는 황급히 회색출입증을 뒤로 숨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그 미역이♥ 와 회사를 나와 자신과 같이 창업전선에 뛰어들 줄은 더더욱 몰랐다.

.

.

.

"선배 그 언니랑 엄청 잘 맞았잖아요. 왜 헤어진거에요?"

"아... 일하다가 의견이 안 맞았던게 감정이 격해졌어."


선배말에 따르면, 그분들이 충돌이 생긴 건 수익구조 문제에서부터였다.

선배는 서비스 제공 시작부터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친구는 자신들이 하는 서비스 성격 상 그런 수익구조는 결국 소비자에게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객에게 맞는 정보를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가 광고를 받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라며, 진짜 고객을 위한 정보가 아닌 '끼워맞추기식' 정보가 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단 수익구조를 붙이지 말고, b2b 사업쪽으로 확장하면서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하지만 선배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주장이 너무 막연하게 들렸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투자유치계획까지 몇번 틀어지자 사업문제가 개인간의 감정문제까지 불을 지펴버렸다.


"넌 지나치게 이상적이야."

선배의 그 말을 듣고 여자친구가 사무실을 나가버린지,

오늘이 3일째 되었다고 한다.


"아마 팀에서 나갈 것 같아."

"선배 그 때 언니한테 지분도 줬었다 아니에요??"

"맞아. 5%"

"응? 5%? 말 끊어서 죄송한데 그거 많은 거에요 적은거에요??"


"지분구조는 회사 상황마다 너무 달라서 비교하기가 참 힘들긴한데... 너 사업때문에 물어보는거지?? 자. 보통은 이것들을 고려해서 지분율을 정하긴해."
[선배의 노트-지분율 기준]

선배는 이정도면 도움이 되었니,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어... 죄송한데 이것만 봤을때는 안 와닿긴 해요."

 솔직하게 대답하는 그녀였다.





"난 내 처지한탄하러 왔는데 왜 갑자기 분위기 강의하러 온것같냐.... 이거 보면 더 이해될 거야. 자."





1


초기창업멤버 지분구성 추정자료 @불펌금지
*자료설명:
1. 벤처스퀘어 2020 100억 이상 투자유치 기업 중 7개를 무작위 선별, 신용평가정보사 사이트의 주주명부를 바탕으로 초기 창업멤버 지분율을 직접 역추정한 자료입니다.
2. 4번 기업은 대표/부대표 구조, 5번기업은 사내벤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작, 7번기업은 개인사업으로 운영하여 지분구조가 특이한 모습을 보입니다.


1번기업

1. 회사 설립 시 자본금 2천만원을 대표가 다 냈다는 점

2. 대표 혼자 사업 계획 완료 후 팀원들이 합류했다는 점

3. 서비스 특성 상 개발이 중요하지 않다는 점

에 따라 높은 지분율을 대표가 확보하고 있음


2번기업

1. 사업 극 초반부터 팀원들이 함께 시작했다는 점

2. 서비스 특성 상 팀원들의 [개발자(b)와 배우(d)] 역할이 크다는 점

에 따라 각각 팀원의 지분율이 높은 편임


6번 기업

서비스 자체가 b2b 기술지원 영역이라 개발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점

에 따라 각각의 팀원의 지분율이 높은 편임.





2




"참고로 처음 멤버구성 때만 지분율을 신경쓸게 아니라 너가 사업하면서 투자 유치하거나 인재를 영입할 때마다 계속해서 신경을 써줘야해."


7개사의 현재 지분율 @불펌금지
*자료설명:
1. 투자 유치 후 7개사의 지분이 변동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2. 7개사 중 2개사가 66.7% 이상을 확보하고 있고/ 2개사는 50% 이상을/ 45% 이상인 2개사는 적어도 2대주주와 3대주주의 합이 대표의 지분율을 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참고자료-지분율에 따른 권리:
3% 지분율: 위법 행위 감시 및 통제(ex. 회계장부 열람 권리)
1/2(50%) 초과 : 일반 결의 사항(ex. 이사 선임 관련건) 관철가능
2/3(66.666...%) 초과: 특별 결의 사항(ex. 정관-회사의 법 수정 관련건) 관철가능



"보통 투자를 받을 때 주식을 그들에게 주다보니 기존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지분의 비율이 적어지게 돼. 이런 지분희석이 일어나다보면 대표자가 나중에는 낮은 지분율로 인해서 경영권을 위협받기도 하지.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처음에 대표의 지분을 80~90% 이상 높게 잡고, 1~2회 투자 이후에도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지분율인 66.7%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해. "





"선배 힘드신데 자꾸 물어봐서 죄송합니다..."



(그녀의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


위로를 조금이라도 하고자, 선배가 그렇게그렇게 좋아하는 자몽에이슬을 잔에 따라주며 그녀는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나 그래도 너네 생각하는 것만큼 막 심각하지는 않아."


나와 그녀는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조용히 선배를 쳐다봤다.


"우리 처음 일할때부터 동업계약서 쓰고 시작했거든. 팀원 새로 뽑는게 골치아프긴 한데, 그래도 그것빼고는 괜찮아."








이 선배가 아까부터 뭐라는거야... 보다못한 내가 입을 뗐다.





"아니, 선배... 쟤가 아까부터 사업얘기해서 그런것같은데... 저희는 사업이 괜찮냐고 묻는게 아니라 선배라는 사람이 괜찮냐고 묻는..."




나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선배 눈가를 그제서야 눈치챘기에.






그렇게 우리는 술을 마셨고, 아무말없이 선배 옆에 있었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주1회 연재



작가의 현재 일하는 곳이 궁금하다면▼

https://capti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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