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릴 적 나의 꿈은 의사였다

평범한 중학생이 과학고생이 되기까지

by 김명준 Jul 14. 2024

제목과 소제목이 그럴듯하게 모순을 이루고 있다. 의사를 꿈꾸던 이가 과학고라니, 요즘 사람들이 들으면 의아할 수 있는, 또는 꽤나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하는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실제로 과학고에 다니며 의대를 진학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나의 과거이며 내 어린 시절 투쟁의 역사이다.

초등학생부터 꿈이 명확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장래희망'이랄 것이 딱히 없었다. 그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어른들이 "커서 뭐가 될 거야?" 하고 물으면 답해야 할 말이 필요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럴 때면 "한의사요!" 하고 답을 하곤 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가정사를 알 필요가 있다. 나의 아버지는 한의사이다. 그것도 무려 나의 증조할아버지부터 할아버지까지 한의사이셨으므로, 3대째이다. 명절마다 친척들끼리 모일 때면, 특히 이전의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내가 굳이 답하지 않아도 "너도 한의사 하면 되겠네"라는 말을 꼭 누군가는 했다. 나 역시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싫기보다는 차라리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나의 꿈은 한의사가 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꿈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쯤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일론 머스크의 SpaceX가 1단 로켓 수직 이착륙을 계속 실패하다 드디어 성공한 영상을 봤을 때였다. NASA부터 시작해 모두가 부정하던 불가능의 영역을 보란 듯이 해 낸 일론 머스크를 처음 보게 된 그 우연한 찰나에 내 가슴 한켠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깊숙이 소용돌이치고 있었음을 느꼈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서 그랬는지, 일론 머스크가 마치 소년만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보였는지,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금은 기억하지 못한다. 어쩌면 아무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봐도 이유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때 그 가슴의 떨림은 진짜였으므로.

팰컨 9이 인류 역사상 최초로 회수되는 모습

6학년이 되고 매년 그러듯이 선생님은 이것저것 개인 정보들을 적는 종이를 나누어 주셨다. 장래희망을 묻는 답란에 꿈은 한의사라고, 반사적으로 적는 나의 모습에 처음으로 회의감을 느꼈다. 이때부터 나는 어렴풋이 '한의사'라는 직업은 동경하던 일론 머스크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내가 되고 싶은 것은 '한의사'가 아닌 '항공우주공학자'라는 것을 스스로가 인정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중학교 때 나는 항공우주공학에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전부 나의 의지로,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 이들 중 한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중학교 1학년일 때 일이다. 사실 나는 당시 일론 머스크를 단순히 로켓을 잘 만드는 사업가가 아니라 인류의 영웅으로 생각했다. 언젠가 어떤 이유에서든 지구상에 더 이상 살지 못하고 멸종하게 될 인류를 다행성종으로 만들기 위해 화성을 테라포밍해야 한다는 그의 목표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이라면 믿지 않았겠지만, 로켓 수직 이착륙을 성공 시킨 과거가 있는 그가 한 말이었기에 정말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를 진심으로 동경했고 그의 옆에서 그와 함께 세상을 바꾸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로켓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 지식을 닥치는 대로 찾아가며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코일건과 로켓을 결합해 에너지를 아끼는 차세대 로켓 발사 방식을 떠올려냈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았기에 곧바로 일론 머스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 부족하던 영어 실력으로 어떻게든 내용을 전달하려 했다. 여러 차례 보냈지만 아쉽게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의 꿈은 여전히 한의사였다.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져 오던 그것을 바꾸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때 이후로 나는 과학자의 꿈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만큼 나는 나의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밤늦게까지 몰래 보고서를 작성함) 그래도 부모님께는 말씀드리기 어려웠다. 기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몰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들켰고 모두 털어놓았다. 그리고 나는 과학고에 가기로 했다. 


입시 준비 과정은 특별할 것이 없으므로 생략하겠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