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한 Feb 25. 2021

틴더 왜 하시는 거예요?

원시시대 수렵채집인의 질문

틴더에서 매칭된 후에 상대방에게 '틴더 왜 하시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니, 꽤 많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초짜가 아니기 때문에 '아 됐고!'를 외치고 싶지만, 내 추측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나도 한번 묻는다. '그쪽은 왜 하시는데요?' 답변은 하나같이 똑같다.


지난번에 만났던 틴더남도 여자들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고 했다. 이 아주 똑같은 문장은 질문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그 의도가 180도 달라진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남녀 차이를 이 질문 하나로 일반화하는 것에 부담감이 있지만,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해 한번쯤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성을 만나려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


남자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주로 (나의 경우는 100%) '쉽게 만나고 헤어질 여자를 찾습니다'였다. 그리고 여자가 이 질문을 하는 이유는 주로 (내가 만난 틴더남의 경우도 그렇고 내 주변 여자분들도 그렇고) '진지하게 만날 남자를 찾습니다'였다. (당연히 반대의 경우도 확실히 존재하겠지만 나의 경험상 그렇다는 것이니 너무 분노하지 마시길...)


왜 이렇게 남녀가 원하는 관계는 다른 경우가 많을까? 이왕 세상의 다수가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이라면, 남녀가 서로 원하는 방향이 같으면 얼마나 좋은가?


연락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애인이 연락을 자주 안 하면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은 거의 여자가 많다. 남자들이 틴더 프로필에 '연락 잘되는 편'이라고 자랑스럽게 어필하는 것만 봐도 (정말 자랑스럽게 그렇게 써놓은 것을 여러 번 봤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연락 문제를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자는 주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느라 연락을 안했냐'고 따지고, 남자는 '한시도 연락이 되지 않으면 너무 집착하는 것 같다'라고 피곤해한다.


왜 그렇지?라는 의문에 대해 내가 생각한 대답은 다소 생물학적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수렵채집인으로서 원시시대에 가지고 있던 본성이 그대로 남아있어서가 아닐까?


종의 생존을 위해서 수컷은 최대한 많은 자손을 번식하고자 본능적으로 한 암컷에게 정착하지 않는다. 암컷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기까지 옆에서 꾸준히 보호해줄 수컷을 본능적으로 찾는다. 고대의 인간이 번식하고 살아남기 위한 본능들 말이다. 확률적으로 그런 본능을 가진 엄마 아빠의 자식들이 더 많이 살아남았을 테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본능만 남아서 이 여자 저 여자 가볍게 만나고 다니는 것을 즐기는 것도, 남자 친구를 구속하고 연락에 집착하는 것도 교양 있는 현대인의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은 본능이지만, 사바나로 돌아갈 만큼 본능에 충실한 것은 어쩌면 아주 괴로운 일일 수도 있다. 서로에게.




매거진 소개글 - 30 연애 표류기 

연애가 하고파 소개팅 어플을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세계와 나의 세계를 견주어봅니다. 그로 인해 나의 세계가 확장될 때에는 생각을 글로 남겨둡니다.

이전 15화 결혼은 못하고 연애는 쉬는 중, 문제 있습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