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녀의 탄생
며칠 전 나는 한 소셜클럽 플랫폼에 ‘소개팅&데이트 어플’을 주제로 모임을 주최한 적이 있다.
‘데이트 어플’로 사람 만나 본 적 있음?
저는 틴더로 약 50여 명을 만나봤어요.
틴더, 글램, 스와이프, 당연시, 아만다 등등 이제 ‘셀프소개팅’이라고 불리는 어플 만남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모임의 주최자로서 나는 한때 틴더 헤비유저였다. 틴더는 미국 회사가 개발한 매칭 어플이다. 지금까지 5개 이상의 소개팅 어플을 사용해본 결과, 개인적으로 나는 틴더가 한국 어플보다 덜 복잡했다. 사진을 올려서 점수를 받아야 하거나, 정해진 시간까지 기다려야 매칭을 확인할 수 있거나 등등 한국 어플은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았다. 결정적으로 틴더는 유저가 10만을 넘는다. 풀(pool)이 크다는 것은 사람 만나는 어플로서 최대 장점이 아니겠는가? 이런 이유로 나는 틴더를 선택했다.
모임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개팅 어플을 사용해보았다는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서 듣는 각자의 이유와 경험은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것들이었다. 어떤 분은 미국에서부터 틴더를 이용했다고 했고, 어떤 분은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루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모임에 온 모든 분들의 공통적인 이유였다.
나는 어쩌다 50여 명의 남자를 틴더어플에서 만난 걸까?
1년 8개월 전 나는 7년간 사귀던 남자 친구와 이별했다. 헤어짐을 망설이게 했던 것도 '나이'였고 헤어진 뒤 내게 불안함을 주는 것도 '나이'였다. 그 당시 주변 친구들이 모두 결혼을 했고 몇몇은 육아를 하고 있는, 내 나이 서른셋이었다. 소개팅은 가끔 했고 늘 망했다. 호의로 소개해준 주선자에게 상대가 마음에 안 든다고 불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지인, 어쩌면 전설 속의 인물들처럼 만나본적 없고 만날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이 소개팅 어플로 사람을 만나고 결혼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틴더는 내게 소개팅보다 쉬운 대안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그것은 유일한 방안이 되었다. 주선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만나고 헤어질 수 있는 사이. 그것은 나에게 몹시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나는 소개팅 보이콧을 선언했다. (어쨌든 선언하지 않아도 이제 더 이상 아무도 소개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50여 명은 좀 너무 많은가? 이것도 다 내 성격 탓이다. 뭐 하나에 꽂히면 포기를 모르고 열과 성을 다하는 것. 특히나 100세 시대에 남은 생을 함께할 동반자를 찾는 것인데, 나는 어떤 노력도 크게 과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서 좀 열심히 좀 까탈스럽게 남자를 만나봤던 것이다.
내가 틴더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묻는 단골 질문이 두 가지 있다.
그런 어플에 이상한 사람 많지 않아요?
이상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면 이상한 사람은 그 어플에만 있는 게 아니다. 그냥 이 세상에 이상한 사람이 많고 소개팅에도 자주 이상한 사람이 나온다.
어플에서 원나잇을 원하거나 성관계만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그런 사람들도 서로 니즈(needs)가 맞는 사람끼리 만난다면 이상할 것이 없다. 그리고 생각보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잘 안 맞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이제껏 아주 병신들은 잘 가려냈다고 자부한다.)
사실 미국에서는 틴더가 원나잇 어플로 유명하다고 한다. 모임에서 만난 분은 미국에서의 틴더에 대한 인식과 한국 틴더의 광고 문구가 너무 달라서 놀랬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틴더를 ‘새로운 친구를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한국의 유교걸과 유교보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고 꽤나 잘 먹혀들어간 것 같다.
나는 틴더에서 진지한 만남을 찾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웠다. 내 가능성을 짓밟다니! 다행히 이 세상에는 나처럼 어리석은 사람들이 차고 넘쳤다. 모두는 아니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틴더남들은 진심을 보여줬던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 어플에서 아는 사람 만나면 어떡해요?
이게 걱정이라면 이건 나도 대안이 없다. 나는 틴더를 하는 것이 부끄러웠던 적이 별로 없었으므로. 실제로 틴더를 하는 지인의 사진을 어플에서 꽤 많이 봤다. 초등학교 동창이 세네 명 있었고 고등학교 동창도 두 명쯤. 대학교 동아리 선배와 후배가 또 세네 명은 있었다. 그들도 나를 봤을 것이다. 어떤 동창에게는 재밌으라고 슈퍼라이크*를 눌렀다. 내 생각에는 어플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야 너두?' 하면 그만이다.
*슈퍼라이크 - 내가 상대에게 Like를 눌렀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시
물론 가끔은 내가 열성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돌아다니는 것이 좀 없어 보이진 않을까 생각했던 적은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 철학이다.(자기 합리화일지도) 인연이 오기를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찾아 나서는 것도 내운명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는 내 스스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주관을 가지고 그것에 일치하는 행동을 하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동안 나는 값진 것들을 많이 얻었다.
웃기지만 나는 그들과 그것들에 대해 쓰고자 한다. 30대 틴더 연애 표류기가 나에게 선물한 것들.
*본 글은 틴더광고글이 아닌 제 주관적인 견해로 쓰여진 글입니다.